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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 기업 옥죄는 '현금공탁'…법원 낡은 관행 개선하나

정면에서 바라본 대법원 청사. / 대법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국내 기업들이 법원 '현금공탁 관행'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에 예치되는 공탁금은 기업의 현금유출로, 일시에 수천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현금흐름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낡은 법제도에 대한 불편한 시각은 기업을 떠나 국민들도 공감하고 있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20~50대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21대 국회 입법 방향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91.6%)이 현행 법체계의 문제점으로 '낡은 법제도'를 1순위로 꼽았다. 현행 법과 제도가 낡아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최근 이런 국민 의식을 반영해 가장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법원에서도 낡은 관행을 깨고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법원 '현금 공탁' 명령…법적 구속력 없는 '관행'

 

공탁은 소송에서 패소한 당사자가 상소(항소 및 상고)하면서 가집행과 관련해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경우, 집행이 정지됨에 따라 발생될 수 있는 상대방 측의 손해를 담보하기 위해 일정한 담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현금공탁은 당사자에게 현금자산을 동결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 당사자가 회사일 경우, 거액의 현금자산이 동결되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하여 회사는 기업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노동 관련 소송 사건은 다수 당사자들의 법률관계가 얽혀 있어 쟁점이 복잡하고 다툼의 여지가 많아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현금공탁으로 인해 소송의 일방 당사자인 회사의 유동성을 장기간 악화시키고, 재무적으로 막대한 부담을 초래한다.

 

이에 민사소송법에서는 이를 위한 담보로 현금 공탁 외에도 보증보험회사에서 발급받은 보증서를 제출하는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실무상 강제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상당수의 경우 현금 공탁을 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노동 관련 소송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 같은 문제의 배경에는 원칙적으로 '강제집행정지를 위한 담보의 경우, 보증서 제출에 의한 담보제공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규정한 '대법원 재판예규 제5조 제1호'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지의 재판예규는 무려 30년 전인 1990년 8월 일에 제정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본래 대법원 재판예규는 재판사무를 처리하는 기준일 뿐이며, 법관들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재판 실무에서는 재판예규가 사실상 상당한 구속력이 있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사소송법이 보증서 제출방식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음에도, 대법원이 이에 상충하는 내용의 내부 규칙인 재판예규를 제정하고, 각급 법원이 이를 근거로 보증서 제출방식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재판예규 및 재판관행은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법이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보증서를 통한 담보제공 방식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소송 당사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나치게 부과하는 문제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막대한 현금지출의 부담으로 사실상 패소 당사자의 상소권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 개선의지 보여…제도로 정착해야

 

근본적으로 현행 대법원 재판예규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개정 이전에 라도 각급 법원은 재판예규에 기계적으로 구속되지 않고 보증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현재의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에는 국회에서 신용보증기금법과 관련해 법원의 과도한 현금공탁 관행에 제동을 걸고 보증서 제출을 장려하는 취지의 법률 개정안도 발의된 바 있다.

 

이에 법원도 최근에는 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법원에서 노동 관련 소송에 대한 강제집행정지에 대해서도 보증서 제출을 허용하는 결정을 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지엠의 경우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일부 소송 건에 대해 현금이 아닌 보증증권 등도 가능하도록 조치가 이뤄졌다.

 

최근 몇 년간 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노동 관련 소송에 대한 강제집행정지에 대해 보증서 제출을 허용하는 결정도 이뤄진 바 있어, 앞으로 개선의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지난 2015년 12월 대법원은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소송 관련 공탁금 전액을 보증서로 제출하는 것을 허용했으며, 부산지방법원도 2018년 르노삼성의 노사 소송에서 공탁금 전액의 보증서 제출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부분적이지만 2016년에는 유성기업의 소송에서 공탁금 2/3에 대한 보증서 제출 허용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 우려가 만연한 가운데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다각도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법원의 낡은 관행을 깬 전향적인 결정 사례가 향후 보다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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