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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박소정의 메트로 밖 예술세계로] (33)'을지로역의 경이' 베르나르 브네의 '원호 37.5°'

페럼타워 앞 베르나르 브네의 원호 37.5° /류주항



을지로입구역에는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공공미술 작품이 있다. 옛 동국제강 사옥인 페럼타워 앞 베르나르 브네의 '원호 37.5°'이다. 완전한 원의 10분의 1가량만을 자른 듯한 모양이지만 비스듬히 세워진 작품의 높이는 38m에 달한다. 단순한 곡선이 작품의 거대함을 더욱 부각시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작품은 무게 20t에 달하는 철로 만들어져 있어 더욱 경이롭다.

페럼타워 앞 베르나르 브네의 원호 37.5° /류주항



작품의 끝은 하늘을 향해 곧추 서 있다. 마치 수직으로 날아오르기 위한 활주로를 연상시킨다. 눈으로 활주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시선과 함께 마음마저 하늘로 치솟는 느낌이다. 사진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각의 해방'이다. 반드시 작품을 눈으로 직접 감상하라고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페럼타워 앞 베르나르 브네의 원호 37.5° /류주항



프랑스 출신의 베르나르 브네는 '지식을 담는 미술'을 표방하는 개념미술로 세계적 명성을 누리고 있는 현대미술가이다. 그는 페인팅, 사진, 영화, 퍼포먼스 등 매체와 장르를 초월해 활동해 왔다. 하지만 그의 작업 중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바로 철로 만든 조형물이다. 이 조형물들은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라데팡스, 독일 베를린의 우라니아 광장과 고속도로 등 세계 주요 공공장소에서 선을 보였다.

페럼타워 앞 베르나르 브네의 원호 37.5° /류주항



그의 조형물은 직선과 각, 원호 등 수학적 도형이라는 특징이 있다. 작가 개인의 주관적 정서나 감정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페럼타워 앞 작품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역동성과 우아함을 위한 최적의 각도를 찾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거대한 공간을 배경으로 장관을 연출한다. 관람객 시선은 철의 활주로에서 솟구쳐 올라 끝없는 창공으로 비상하기도 하고, 심상으로 허공에 나머지 원을 채워넣기도 한다.

페럼타워 앞 베르나르 브네의 원호 37.5° /류주항



당초 작가는 현재의 6분의 1 크기로 작품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생각을 바꾼 것은 페럼타워의 웅장함에 작품을 맞추기 위해서다. 동국제강이 신사옥으로 야심차게 건설한 페럼타워는 지상 28층 높이로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원석이 거대한 강철구조물에 기대어 있는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페럼타워 앞 베르나르 브네의 원호 37.5° /류주항



작가는 미완성의 거대한 원호로 신사옥에서 무한히 뻗어가겠다는 기업의 의지를 작품에 녹여내고자 했다. 아쉽게도 지난해 경영난에 몰린 동국제강이 위기 해소를 위해 페럼타워를 매각하면서 작가의 의도는 빛이 바랬다. 하지만 페럼타워와 작품 자체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세계 각지에 설치된 베르나르 브네의 작품들 /베르나르 브네 공식웹사이트



※개념미술이란?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는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이라고 보는 새로운 사조다. 1960년대 후반에 미국의 평론가 존 펠로가 점차 지적인 사고 조작을 중요시한 나머지 어떤 극한에 도달한 상태의 현대미술 양식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다. 개념미술가들은 기존 미술이 좁은 범위의 개념에 갇혀있다고 비판하며 전통적인 미술과는 전혀 다른 작품을 선보인다.

개념미술은 20세기초 마르셀 뒤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뒤샹은 미술적 기교를 버리고 일상속 평범한 대상을 작품화해 미술계에 파문을 던진 작가다. 남성용 소변기를 그대로 작품화시킨 1917년작 '샘'은 뉴욕에서 공개됐을 당시 커다란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60년대말 쏟아져 나온 개념미술가들에게 아이디어의 원천 역할을 했다.

개념미술가들은 문구, 문서, 언어, 사진, 지도, 도표, 물건 등 개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작품에 활용한다. 제니 홀저의 경우 인쇄물, 옥외 광고판, 전광판 등을 이용해 대중에게 호소력 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조셉 코주스는 사물, 사진, 문서를 모두 활용했다. 그의 '하나 그리고 세 의자'는 실물 의자와 의자 사진, 그리고 의자에 대한 설명글로 구성됐다. 크리스토와 잔느 클로드 부부는 거대한 건물이나 계곡을 천으로 감싼 작품으로 유명하다.

박소정 객원기자



글:큐레이터 박소정 (info@trinityseoul.com)

사진:사진작가 류주항 (www.mattry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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