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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배달의민족 '캠퍼스 로봇' 절반의 성공, 로봇 오퍼레이터 없이 혼자 주행해야

주문한 음식을 싣고 건국대 인문학관에 도착한 우아한형제들의 '캠퍼스 로봇'에서 주문자가 휴대폰 번호 4자리를 입력한 후 주문한 커피를 꺼내고 있다. /채윤정 기자



건국대학교 서울 캠퍼스에 등장한 우아한형제들의 자율주행 배달로봇 '캠퍼스 로봇'은 카메라 세례를 받을 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일반적인 자율주행로봇 하면 네모난 자동차를 떠올리지만, 이 로봇은 사람과 부딪쳐도 별 문제가 없어 보일 정도로 30㎏ 정도의 작은 체구에 윗부분이 둥글게 디자인돼 친근한 느낌을 줬다. 또 '참치김밥이 타고 있어요', '제육덮밥이 타고 있어요'라고 씌여진 문구는 귀여움을 더했다.

기자는 캠퍼스 로봇이 어떻게 운행되고 있는지, 운행상 문제는 없는지 궁금해 건대 서울 캠퍼스를 찾았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25일부터 22일까지 건대 캠퍼스에서 배달로봇을 시범 운영했는데, 초반에 5대를 배치했지만 주문이 예상보다 많아지자 이를 6대로 늘렸다.

이 로봇은 기숙사에 위치한 '김밥천국(분식)', '주니어서브(샌드위치)', '포르스(카페)' 3곳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식당에서 음식을 픽업해 로봇에 싣는 업무는 오퍼레이터가 담당했다. 아직 로봇이 시범 운영이기 때문에 로봇에는 1명씩 오퍼레이터가 따라붙는 데, 전동킥보드가 나타나든지 하는 비상상황에서 로봇을 수동으로 조작해준다. 오퍼레이터는 3곳에서 준비된 음식을 모아 로봇에 실었다. 별도의 기기 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사용했으며, 출발버튼을 누르니 로봇이 작동됐다.

로봇은 예상과 달리 사람이 빨리 걷는 속도인 최대 시속 5.5㎞/h로 느리게 운행됐다. 노면이 안 좋을 때는 3~5㎞/h 정도로 움직인다. 음식점과 700~800미터 정도 떨어진 캠퍼스까지 배달하는 데, 초기에는 하루 주문이 70건 정도였지만 이제는 하루 최대 150건 정도까지 늘었다. 오퍼레이터가 교대근무로 9시에서 6시까지 일하는 데도 힘들어 해 2~3시까지 브레이크 타임도 만들었다.

'제육덮밥이 타고 있어요'라고 씌어진 캠퍼스 로봇이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주행하고 있다. /채윤정기자



배달 로봇의 인기에는 '따로 배달비가 없다', '신기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매일 3000원 쿠폰이 지급돼 '싸게 먹을 수 있다'는 이유도 컸다. 기자가 직접 주문을 해봤는데 쿠폰을 사용하니 대만 샌드위치와 베이글 칩을 9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다만, 주문을 하려면 QR코드가 필요했기 때문에 기자는 9개의 표지판이 있는 곳 중 1곳으로 이동해야 해 번거로웠다. 학생들에게는 유인물이 배포돼 유인물을 가방에 들고 다니면 자기 자리에서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다고 한다.

로봇은 초정밀맵이 탑재돼 정해진 루트대로 자율주행하는 데, 센서가 360도로 장애물을 인식하며, 바퀴는 한 쪽에 3개씩 있지만 가운데 바퀴가 주로 구동한다.

로봇은 턱이 높은 곳이 나오면 속도를 줄여 턱을 가뿐하게 넘었고, 횡단보도 앞에서는 사람이나 차가 지날 수 있어 잠시 멈췄다 출발했다. 그러면 갑자기 로봇 앞에 사람이 뛰어들면 어떨까.

자율주행 차량이었다면 엄두도 못 냈겠지만 작은 로봇이었기 때문에 기자는 2차례 로봇 앞에 뛰어들어봤다. 로봇은 가는 길을 막으니 바로 멈춰섰고, 기자가 근처로 지나가자 기자를 피해 움직였다. 사람을 치는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보였다.

건대 서울 캠퍼스의 한 음식점 앞에 주차된 배달의 민족 '캠퍼스 배달' 로봇. /채윤정기자



주문을 하면 카톡으로 주문자에게 안내를 해주는데 로봇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하지만 기자가 주문을 했을 때는 이 같은 알림톡이 오지 않아 로봇이 어디에 있는 지, 배달이 언제 올 지 확인할 수 없어 답답했다. 어떤 오류가 있었던 것일까.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 여러 건을 로봇에 한 번에 실을 경우, 첫 번째 배달에만 알림톡이 온다"고 설명했다.

배달이 완료되면 자신이 지정한 표지판 앞에서 음식을 수령하는데, 첫 번째 주문을 한 사람이 휴대폰 뒷자리 4자리를 입력해야 로봇 문이 열렸다. 첫 번째가 아닌 기자에게는 문을 열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아쉬웠다. 주문이 배달되자 문자로 배달된 음식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기자가 주문 완료 후 배달까지 걸린 시간은 16분. 로봇 출발부터 도착까지는 최대 1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한 주문자는 자신에게 카카오톡으로 배달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는 문제를 알리기도 했다.

배달로봇의 만족도는 클로즈 베타 때 5점 만점에 4.3를 기록했는데, 이번 시범 운영에는 4.7까지 올라갔다. 음식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카페 포르스 운영주는 "현재 주문 중 50프로 이상이 배달로, 숨어있는 맛집을 찾아줘 매출이 높아진 효과가 있다"며 만족해했다.

다만, 비오는 날이나 한여름 뙤약볕에서도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눈 오는 날에는 배달을 해보지 못 해 눈길 테스트가 과제로 남았다. 우아한형제들 직원은 "스노우체인을 별도로 제작해 이를 장착한 채 눈길에서 테스트를 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달 로봇의 시범 운영이 본격화됨에 따라 '배달원들이 직업을 잃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9월 말 본사에서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배달로봇을 테스트했으며, 4월에는 잠실 레이크팰리스 아파트 단지에서 실외주행로봇이 잘 배달하는지 테스트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원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배달 시장이 성장해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로봇을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배달원들이 2㎞ 이상 거리를 '똥콜'이라고 부르며 꺼려하는데, 이 배달을 로봇이 맡고, 배달원들은 건당 수수료는 떨어지더라도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콜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범 운영은 아직 캠퍼스 9곳, 3개 음식점으로 장소가 협소한 공간에 국한되고, 로봇에 오퍼레이터가 따라다녀야 하는 한계가 있었는데, 상용화를 위해서는 로봇이 오퍼레이터 없이 스스로 잘 작동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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