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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적의 신화와 값비싼 교훈

[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적의 신화와 값비싼 교훈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으로 1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어패럴 제품 판매로 시작하여 30여년 만에 계열사 41개, 해외법인 396개에다가 임직원만 30만 명이 넘게 성장하는 기적(奇蹟)을 대우는 세웠다. 수출주도성장국가인 한국에서 대우의 수출액은 1998년 전체 수출의 14%를 차지하는 신화(神話)를 기록했다. 게다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이 세상 어디를 가도 널려 있는 돈이 보인다."고 하니 무수한 청년들이 외경심을 가졌다.

압축성장, 수출지원 시대를 숨 가쁘게 달리다보니 대우그룹은 어느 덧 41조원의 분식회계에다가 약 91조원의 부채를 짊어진 채 좌초하였다. 유수 금융기관과 수많은 대우채 소유자들에게 깊고 붉은 상처를 냈다. 혹자는 대우그룹 도산은 김대중 정부와의 갈등이 원인이라고 추측하지만, 기본적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술개발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승자독식 경향이 강해져가는 상황에서, 대우는 음식료품을 제외하곤 거의 산업전분야에 진입했지만, 1위 기술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 상황에서 사실상 공짜인 초저금리 구제금융을 많이 받을수록 땀 흘려 연구개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쉽게 거부가 되는 길이 있었으니 구태여 불확실성이 있는 기술개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가? 과거 시중실세 금리가 10~15%인 상황에서 0.5~2%로 특별금융, 구제금융을 받아 기업을 인수·합병하면 순식간에 떼돈을 벌고 싶지 않아도 벌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당시 구제금융은 기업에 대한 정부(사실은 납세자가 부담하는)의 보조금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기적 아닌 기적'과 '신화 아닌 신화'가 가능했었다?

그러다가 금리자유화로 돈의 가격인 이자비용을 시장실세 금리로 지불하게 되면서 그룹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경제가 모라토리움 위기에 처하자 IMF는 구조조정의 방안으로 무지막지한 고금리 정책을 권유하려 시장금리가 20%를 넘어섰다. 부채로 문어발 확장을 한 선단경영(船團經營) 기업들의 목줄을 죄어 간 셈이었다. 그런데도 신용경색 상황이 벌어져 일반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는 소화되지 않고 4대 그룹만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 대우그룹은 회사채를 한도대로 발행하여 부채 규모는 더 크게 불어났다.

대우그룹은 자산규모가 외환위기 이전 5위권 내외에서 아시아 외환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2위로 올라섰다. 물이 새고 배가 기우러지는데, 짐을 빨리 줄여 배를 가볍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짐을 더 실어 더 무겁게 한 셈이었다. 초고금리 상황에서도 큰 기업은 망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프레임을 신봉하고 외형 확장에 주력했던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까?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고 하지만 기회를 잡으려면 먼저 살아남아야 했었다.

정경유착으로 무섭게 몸집이 불어난 대우그룹의 부실이 심화되어가는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관계자들은 외면하고 있다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생각건대,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대형부도사태는 시장실패보다는 정부실패가 더 크게 작용하였다고 판단한다. 만약 당시 정부가 부채가 쌓여가는 큰 대우그룹의 동향을 관찰하고 신속하게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였더라면 부채 규모는 그렇게까지 크게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외환금융위기로 황당하게 퇴직당하고 퇴직위로금으로 고금리 대우채를 샀다가 날벼락을 맞은 황퇴자(荒退子)들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었을 것이다.

기적은 현실세계에서 일어날 수 없는 기이한 사건이다. 신화는 신비스러운 불가사의로 이 세상 일이 아니다.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고 하는데 부가가치창출 능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정경유착에 의존하거나 비정상 금융기법으로 그 신화를 이루었으니 최악의 사태 돌발은 예상된 일이었다. 대우사태는 기업경영은 물론 국가경영에 값비싼 교훈을 주고 있다. 폴 크루그만은 "과거의 위기 사례가 배우지 못하는 교훈(unlearnt lesson)으로 버려진다면 위기는 다시 반복된다."고 하였다. 그 미증유의 불상사가 다시는 이 땅에서 재현되지 말아야 한다.

[b]주요저서[/b]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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