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와 국제투자포지션(대외금융자산)은 일국경제의 강우량과 저수지로 비유해 볼 수 있다. 경상수지는 일정기간 중 강우량이며, 국제투자포지션 일정 시점에서 저수지에 고여 있는 물에로 비유할 수 있다. 비가 내릴 만큼 내려야 저수지에 물이 고인다. 또 저수지에 새는 구멍이 있다면 비가 많이 내려도 물이 차지 않는다. 저수지에 물이 가득 차 있다면 웬만한 가뭄도 이겨 낼 수 있지만, 저수지가 메말라 있다면 웬만큼 비가 내려야만 해갈된다.
1990년 대 한국경제를 질곡으로 빠트린 IMF 구제금융 사태는 저수지에 비가 내리지 않아 바닥이 갈라지고 있는데도 바닥 밑 물까지 긁어내다가 모라토리움 즉 국가부도사태에 이른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경상수지 적자가 장기간 누적되어 국제투자포지션이 마이너스 상태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환율하락(원화절상)을 억지로 유도하다가 얼마 되지 않는 외화를 허공에 퍼부어 불거진 관재였다. 쉽게 말하면 국민소득 1만 달러 달성이라는 정치인, 관료들의 허욕으로 말미암은 재앙이었다. 당시 거시경제상황은 환율인하와는 반대로 적극적 환율상승 정책을 펼쳐야만 했었다.
그 이후에 비는 많이 내렸으나 저수지에 구멍이 뚫려 물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다. 2019년 현재까지 한국경제는 약 1조 달러 가까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였으나 외국인의 국내투자 수익과 내국인의 해외투자 손실이 누적되어 (순)국제포지션은 5천억 달러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경제는 앞으로는 남는 장사를 하고 뒤로는 밑지는 장사를 오랫동안 한 셈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금융부문 경쟁력이 세계 최하위라는 사실을 반증해주는 장면이다.
일정기간 거래개념인 국제수지표(Balance of Payment)는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계정으로 나뉜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수지, 그리고 임금 같은 본원소득수지 및 대가 없이 주고받는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자본수지에는 채무면제 같은 자본이전과 상표권 같은 비생산·비금융자산이 포함된다. 금융계정은 대외 직접투자, 주식, 채권 등 증권투자, 파생상품거래, 대출·차입 및 준비자산 변동 같은 금융투자거래가 계상된다.
일정시점 잔액개념인 국제투자대조표(International Investment Position)에서 국제투자포지션(net IIP) 즉, 대외금융자산은 금융계정 누적 결과로 거주자 입장에서 실질 국외 자산 또는 부채를 의미한다. 대외금융자산을 분류하면, 직접투자는 외국투자자와 대상기업 간에 발생하는 대외거래를 계상한다. 증권투자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에 이루어지는 주식, 채권 등에 대한 투자를 포함한다.
준비자산은 중앙은행과 정부가 보유하는 외화보유액으로 대외지급능력으로 착각할 수도 있는 실질 대외지불능력인 (순)국제투자포지션의 일부분이다. 다음 회에 자세히 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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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시대 금융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