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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 랩지노믹스 신영준 IR팀장 "악재는 숨기는 게 아냐"

기업의 주가를 '조종'할 순 없어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기업의 IR(Investor Relations) 담당자다. 회사의 호재와 악재를 제일 먼저 시장에 알리는 사람이다. 회사의 주가 안정이 목적이기에 쉽지 않은 업무다.

신영준 팀장이 담당하고 있는 랩지노믹스는 올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호재를 알렸다. 이를 발판으로 회사의 청사진을 알리기 위해 바쁘게 서울 여의도를 누비는 그를 만났다.

신영준 랩지노믹스 IR 팀장은 증권사 모바일앱(MTS)를 보여주며 "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관심그룹에 등록해놓은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손엄지 기자



―IR 담당자로서 하루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인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구독하고 있는 3개 경제지의 헤드라인을 훑어본다. 출근하는 길에는 간밤에 열린 미국 장을 살피는데 특히 바이오 섹터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본다. 오전 8시 30분부터 본격적인 장이 시작된다. 장전 시간외 시장의 움직임으로 그날 하루의 주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우리 회사 주식이 어떻게 방향을 잡는지 계속 주시한다. 그러면서 메일함을 열어 생명공학 관련 저널에서 보내는 메일을 살펴보고, 업계 동향과 관련해 주변의 친분 있는 애널리스트와 의견을 주고받는다. 우리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지, 어떻게 대응할지 회사 경영진에게 보고하기 위해서다."

―IR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해외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니 그때 나이가 마흔 중반이었다. 직장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았다. 한국에 있을 때 IR이나 공시 쪽 업무를 한 적이 있어서 회사 경영기획실로 들어갔는데 일을 하다 보니 회사의 IR, PR 쪽을 전담하게 됐다."

지난 5월, 신영준 팀장은 IR 전문 기업인 'IR큐더스' 행사에서 '사이다 상'을 받았다. 업계에서 그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IR을 잘하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IR 담당자는 이렇게 해야한다'는 정석은 없는 것 같다. 그 사람의 행동방식, 사고방식에 따라 현장의 문제를 풀어나가면 된다. 하지만 '정보는 모든 자본시장 이해관계자에게 평탄하게 흘러가야 한다'는 원칙은 무조건 지킨다. 개인적으로 자산운용사 운용역, 증권사 애널리스트, 언론사 기자와 꾸준히 만나려고 노력한다. 이 방식이 맞는지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조언이 될 순 없을 것 같다."

―IR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지금이다.(웃음) 회사의 실적이 최근 2년간 적자였다가 반기 기준 흑자전환했다.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취득도 하고 있다. 시장에서 매력 있어 할 만한 아이템도 준비하고 있다. 주가 상승재료를 다 갖췄는데 주가가 계속 떨어지니까 궁극적으로 '내가 IR을 못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든다.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회사의 성장 모멘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다 좋은데 주가가 받쳐주지 않는 것이 답답하다고 한다. 또 예전에는 자사주 취득을 좋게 평가했는데 최근 시장에서는 특히 제약·바이오 부문 하반기 실적이 안좋아 미리 주가를 부양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최근 신라젠을 보면서 생각이 많았을 것 같다.

"신라젠의 문제는 임상에 진입한다는 것만으로 시장이 너무 크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건전한 시가총액 형성이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는 임상에 진입했다는 것만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임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실패할 수 있는 확률, 실패했을 때 임상에서 계획했던 게 나왔는지, 안 됐을 때 대안이 있는지 등을 시장에 충분히 알려야 한다. 그랬다면 투자자들도 냉정하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제약·바이오 IR 담당자로서 투자 조언을 해준다면.

"사실 국내 자본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하기 때문이다. 시장에 흐르는 정보 중 정제되지 않은 것도 많다. 그 부분에서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투자 실패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조언을 하자면 단일 파이프라인만을 갖고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개발이나 임상에서 실패했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약이 임상에 성공했어도 얼마나 팔릴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간암약을 개발하는 기업이 있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 중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만 명 정도밖에 안 된다. 약 하나에 100만원이고, 만 명이 다 먹는다 해도 100억원 밖에 안 된다. 300억∼400억원을 들여 개발했는데 매출이 100억원 밖에 안되면 실패한 것이다. 다음으로 후방산업과 연계될 수 있는 아이템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 회사가 진단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하면 그 서비스가 제약회사 등 후방산업과 연결되는 아이템인지를 봐야 한다. 회사가 개발한 치매 진단 키트로 치매를 빠르게 알았다 치자. 그럼 어떻게 하나. 치매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난항을 겪고 있다. 단순 진단에서 끝나는 아이템은 파급력이 크지 않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회계 처리 이슈가 화두다.

"차라리 과거 회계기준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회계 주체에게 유연성을 심어주자는 게 가장 큰 취진데 금융당국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자꾸 규제를 만들고 있다. 그런 것들이 기업 회계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운 점이다. 회계와 세무 간 상충되는 법도 많다. 아직 발전해야할 것이 많은 부분이다."

신영준 랩지노믹스 IR 팀장.



―IR 업무로 보람을 느낄 땐 언제인가.

"IR을 하면서 가장 큰 자산은 좋은 사람을 많이 알게 된 것이다. 일전에 젊은 스타트업 대표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좋은 사업 내용을 갖고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당시 주변 인맥을 통해 자금난을 해소시켜준 적이 있다. 지금 그 회사는 안정기에 접어들고, 좋은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좋은 인맥으로 좋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산이 쌓인 것이 IR 담당자로 느끼는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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