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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디루비로 아이가 아이다운 아동복을 만든다"…제충만 대표

韓 아이들 낮은 행복감, 외모 불만족에서 나와

제충만 대표, 이 문제 해결할 아동복 만들기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아동복 화보도 찍어

제충만 베니보우 대표가 자사 아동복 브랜드 '라디루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배한님 기자



아동권리기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던 한 청년은 6년간 다니던 직장을 나와 지난 5월 아동복 브랜드 '라디루비'를 만들었다. 패션을 통해 아동 권익을 높이기 위해서다. 왜 옷이었을까.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한국 아동의 삶의 질'이라는 연구를 해요. 아이들의 전반적인 행복감에 대해 조사하는 건데 한국 아이들의 행복감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았습니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니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과, 외모에 대한 불만족이 큰 것이 가장 문제였어요.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제충만 베니보우 대표는 외모 불만족에서 오는 아이들의 행복감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실제 한국인이 못생겨서가 아니라 사회적 관념이 한국 아이들에게 들어오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이 관념을 깨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했다. 제 대표는 '패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 1월, 베니보우가 탄생했다.

"일부 아동복 쇼핑몰 모델은 짙은 화장을 하고 성인 모델의 포즈나 시선, 표정을 따라 하며 연기합니다. 더 심한 경우 성적인 대상처럼 그려지기도 해요. 또, 메인 모델은 꼭 혼혈이거나 서구권 아이들이죠. 우리 아이들은 은연중에 이게 아름다움이라고 학습하게 되고, 거기서 동떨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거기서 아이들의 행복감이 뚝뚝 떨어지게 돼요."

제 대표는 아이들이 자신의 외모와 몸에 자신이 없는 이유를 성인 모델계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는 아동복 패션 화보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문제를 깨기 위해 아동복 디자이너인 아내와 함께 아이들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지켜줄 옷을 만들겠다 결심했다. 브랜드 이름인 '라디루비'도 보석이 스스로 빛을 내듯 아이들도 그 자체로 빛난다는 뜻으로 빛(radiance)과 루비(ruby)를 합쳐 만들었다.

'고쟁이 바지'는 라디루비에서 가장 인기있는 제품이다./사진=라디루비



라디루비의 옷은 아이들의 움직임을 제약하지 않는다.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을 위해 옷의 소재나 촉감에 가장 많이 신경썼다. 메시지뿐만 아니라 옷 그 자체로써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디자인과 색에도 신경을 썼다. 그중 고쟁이 바지가 가장 인기를 얻었다. 고쟁이 바지는 발목 부분에 고무줄을 넣어 아이들이 뛰어놀 때 편하다. 주문이 늘어 재입고도 했다.

"알라딘에 나오는 바지 같은 건데요, 편하고 디자인도 예뻐서 아이들도 만족합니다. 시원한 소재를 사용하기도 했고요. 어른용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제 대표는 라디루비 화보에도 메시지를 담았다. 경직된 스튜디오 안에서 화장을 한 모델이 연기하는 것이 아닌, 라디루비의 옷을 입은 평범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것이 그대로 패션 화보가 됐다. 여기에 제 대표와 라디루비가 가진 문제의식을 담아 카드 뉴스도 만들었다.

제충만 대표는 라디루비 옷을 입을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사진을 화보로 사용했다./사진=라디루비



"자연스러운 아이들 모습 때문인지 쇼핑몰 느낌이 안 나긴 했어요. 다음 시즌에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우면서 옷을 보여줄 수 있는 화보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대표는 라디루비의 행보가 하나의 레퍼런스가 되어 다른 패션 업계들도 변화를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객도 있고, 덩치가 큰 업체는 갑자기 무언가를 바꾸기 어렵죠. 그런데 다른 곳이 사회를 바꾼 경험을 보면서 거기처럼 잘해보자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전하고 있습니다. "

제충만 대표의 최종 목표는 이 옷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옷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뿐만 아니라 만드는 사람에게까지 충분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 대표의 꿈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아내와 함께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때 이런 결심을 했다. 방글라데시 수출액의 80%는 옷 만드는데서 나온다. 제 대표는 이후 대량생산을 위해 방글라데시에서 라디루비의 옷을 만들게 됐을 때, 이 곳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좀 더 공평하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패션을 정말 사랑해요. 그런데 자신이 사랑하는 그 패션이 천덕꾸러가 대접을 받는게 너무 화가 난다고 했어요. 자기가 본 패션은 아름답고 귀중하고 유익을 주는 것인데 말이죠. 저희는 옷을 만들고 파는 나만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옷을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또 그걸 입는 아이들, 그리고 그들을 품은 사회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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