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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51) 서울 시민 30명 중 1명 다녀간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전'

지난 12일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은 시민들이 '데이비드 호크니 전'을 관람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덕수궁 돌담길과 주한러시아대사관 사이에는 르네상스식 건축양식을 띤 건물이 하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이다. 일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재판소인 평리원(한성재판소) 자리에 1928년 경성재판소를 세웠다.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근세 고딕풍으로 지어졌으며 뾰족 아치가 아닌 반원형 아치로 설계됐다. 외벽은 철근 콘크리트조와 벽돌조 구조로 화강석과 갈색 타일을 붙여 만들었다.

광복 후부터 법원단지가 이전하기 전인 1995년까지 대법원 청사로 사용됐다. 서울시는 건물을 인수하고 리모델링해 서울시립미술관을 조성했다. 공사 중 구조적으로 약화된 부분이 드러나 전면부(Facade·파사드)만 보존하고 나머지 부분은 철거 후 신축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과거 대법원 청사의 상징성을 가지며 건축적·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돼 2006년 3월 등록문화재 제237호로 지정됐다.

◆세계인의 사랑받는 현대미술의 거장 '호크니'

지난 7월 12일 서울시립미술관을 방문한 시민들이 '데이비드 호크니 전'을 관람하기 위해 전시실로 들어가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12일 '데이비드 호크니 전'이 한창 진행 중인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는 평을 듣는 호크니는 세계적으로 폭넓게 사랑받아온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2018년 11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술가의 자화상(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이 9030만달러, 한화 약 1019억원에 낙찰되면서 호크니는 '살아있는 작가 중 가장 비싼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그의 인기를 증명하듯 미술관은 평일 오후임에도 관람객들로 붐볐다. 전시장 입구에서 사람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건 호크니의 작품 '나의 부모님'이다. 에메랄드색 가벽 앞에는 두 개의 나무의자와 초록색 선반, 튤립 4~5송이가 꽂힌 하늘색 화병이 놓여있다.

지난 12일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호크니의 작품 '나의 부모님'을 재현해 놓은 포토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실 안에서 사진 찍는 걸 금지하는 대신 입구 앞에 호크니의 작품 '나의 부모님'을 재현해 포토존으로 꾸몄다. 히메컷을 하고 배꼽티를 입은 힙스터에서부터, 꽃무늬 랩스커트에 화려한 귀걸이를 한 패션피플까지. 한껏 멋을 낸 청춘남녀들이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포토존 앞에 길게 줄을 섰다.

미술관에는 호크니의 초기 작품과 1960~70년대 로스앤젤레스 시기의 작품, 자연주의 시기의 2인 초상화, 피카소의 입체주의와 중국 회권(두루마리 회화)에 영향을 받은 다시점 구도의 작품, 다양한 판화 기법을 실험적으로 시도한 시리즈 작품, 대규모의 풍경화,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작품 등이 전시됐다.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 캔버스에 아크릴릭, 242.5ⅹ243.9cm, 1967ⓒ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관람객들은 호크니가 1967년 세상에 내놓은 작품 '더 큰 첨벙'에 구름처럼 몰려 있었다. 이날 미술관을 찾은 직장인 이수경(32) 씨는 "방금 누군가가 다이빙대에서 물속으로 뛰어든 것처럼 물보라와 물거품, 물의 잔물결이 세세하게 묘사돼 있다"면서 "사람들이 왜 '호크니, 호크니' 하는줄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 큰 첨벙'은 호크니가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강의하던 때 그린 작품이다. 뜨거운 햇빛과 자유로움을 내뿜는 LA에 매료된 그는 묘사에 관한 문제에 몰두했다. 호크니는 일렁이는 물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방식에 천착하며 기술적인 문제를 극복하고자 했다. 공들여 그린 물살은 우연성에 대한 탐구로 볼 수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 클라크 부부와 퍼시, 캔버스에 아크릴릭, 213.4×304.8 cm, 1970∼1971 ⓒ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호크니의 1971년 작품 '클라크 부부와 퍼시'도 인기가 많았다. 초록색 니트와 나팔바지를 입은 남자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있고 자주색 벨벳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한쪽 팔을 허리에 걸치고 삐딱하게 서 있는 그림이다.

은평구에서 온 권영호(33) 씨는 "둘의 권태로운 표정과 포즈가 묘하게 마음을 끌어 눈을 떼기가 어렵다"면서 "꼭 10년 차 부부 같다"며 활짝 웃었다.

작품의 모델은 호크니의 절친한 친구이자 1960~70년대 런던 패션 산업을 선도한 디자이너 부부 오시 클라크와 셀리아 버트웰이다. 호크니는 1968년부터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2인 초상화 시리즈를 그렸다. 호크니가 1969년 오시와 셀리아의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선 이후부터 사진과 드로잉을 기반으로 구상한 작품이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실내 묘사와 화면 밖 관람자를 응시하는 인물의 묘사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주요 작품 빠져 아쉬워···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그랜드 캐니언, 60개 캔버스에 유채, 207×744.2cm, 1998ⓒ David Hockney,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Collection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Canberra./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데이비드 호크니 전'은 서울시립미술관과 영국 테이트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다. 호크니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으로 이달 28일 기준으로 총 32만6472명이 다녀갔다. 기대가 큰 탓이었을까. 아쉬움을 나타내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이날 미술관을 방문한 홍모(41) 씨는 "공공미술관치고는 꽤 비싼 입장료를 내고 왔는데 호크니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예술가의 자화상'이 없는 건 좀 아쉽다"면서 "판화가 많던데 크게 기대했던 작품이 아니라 그런지 별 감흥이 없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전시에는 '예술가의 자화상' 외에도 호크니가 1980~90년대 회화를 중단하고 매진한 '포토콜라주' 작품, 가장 최근작인 '아이패드 드로잉' 등이 빠져있다.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회고전이기는 하지만 판화 작품 등을 통해 작가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다"며 "입장료는 작품 운송비, 보험 가입료 등이 포함돼 높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김모(22) 씨는 "사진도 못 찍게 하고, 화장실 들렀다가 오는 것도 재입장 불가라며 안된다고 하고, 다리가 아파 벽에 좀 기대는 것도 못 하게 한다"며 "전부 안 된다고만 해서 마음 편하게 즐길 수가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미지 사용의 경우 호크니 스튜디오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회사에서 촬영 가이드를 제시했다"며 "호크니 스튜디오 측의 요청이 있어 저작권 문제 때문에 사진 촬영에 제한을 두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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