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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기대감 커진 ‘목판화비엔날레’

홍경한(미술평론가)



한국 현대판화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은 1950년대 이후 국내 일부 작가들과 해외파들이 속속 신기술을 접하고 소개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창작판화 110주년을 넘어선 일본이나 17세기부터 판화 황금시대를 구축해온 중국에 비해 출발이 훨씬 더뎠던 초창기 한국의 판화는 단순한 기법의 판화가 주류를 이루었고 사회적, 예술적 인식 역시 낙후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외적 빈곤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판화의 선각자들은 선진 기술과 기법을 신속히 받아들이면서 발전시켜 나갔다. 이러한 움직임은 판화부흥의 새로운 발판을 제공했으며, 1958년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한국판화협회』를 비롯해 1968년 『한국현대판화가 협회』가 창설되면서 판화의 현대화는 가속 페달을 밟게 되었다.

70년대와 80년대에 접어들면서 판화는 명실상부한 독자성을 획득한다. 제작 환경은 열악성을 면치 못했어도 70년대부터 생겨난 그룹들은 판화가 개성 있는 미술 분야로 자리 잡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80년대에는 『서울프린트』, 『프린트 미디어』, 『나무』, 『창작판화가회』, 『현대목판화회』 등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판화 보급운동에도 앞장섰다.

괄목할만한 현상은, 인식의 변화로 인한 전문적인 전시의 유치와 판화인구의 확산이었다. 1986년 처음으로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판화부문이 새롭게 신설되었고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나 공간국제판화전, 한국현대판화가협회 공모전, 판화미술제 등을 통해 신진작가들이 배출됐다. 여기에 1993년 열린 '한국현대판화 40년' 전을 비롯해 1998년 개최된 '한국현대판화 30년' 전 등 굵직한 전시회가 연이어 추진되면서 국제화로의 교두보까지 마련했다.

이와 같은 80~90년대 판화부흥은 학계의 움직임과 맞물려 돌아갔다. 1988년 추계예술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 국내 최초로 판화과가 신설되어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했다. 성신여대, 서울대, 이화여자 대학원에도 관련 학과가 만들어져 체계적인 배움의 터전을 굳건히 함과 동시에 판화가 하나의 특정, 고유 예술로 편입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판화의 전성기는 짧았다. 1990년대 후반에 도래한 세계 경제 불황의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데다, 무차별적으로 상업판화를 양산한 소수의 화랑들과 공방들, 일부 의식 없는 작가들로 인해 판화의 이미지는 실추되었다. 그러나 판화계의 대응은 미약했다.

다행이랄까, 그럼에도 판화는 독자성과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전문성과 대중성 면에서 절정에 달했던 90년대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일부 작가들과 지자체 및 단체의 노력과 관심 아래 조형영역과 표현영역에서의 고유한 색깔은 유지 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몇몇 지자체와 미술단체들은 동시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판화의 새로운 위상정립을 위한 고민을 현재도 멈추지 않고 있다. 시각적 향유를 넘어선 지적 깊이와 대중적 환기차원에서 판화의 또 다른 '진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울산국제목판화비엔날레'도 있다.

울산국제목판화비엔날레는 오는 7월 17일부터 울산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목판화 전문 격년제 국제행사이다. 지난 2012년 첫발을 뗀 이후 지난해까지 총 7회에 걸쳐 펼쳐진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을 보다 진취적인 국제 행사로 발전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비엔날레로 형식을 변경했다.

비엔날레는 이전과 다른 역동적 파괴를 본질로 하며, 그만큼 해당 비엔날레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개념미술과 미디어아트의 범람 아래 예술의 외연 확장이 외면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판화의 의미를 되묻고 목판화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물론 가장 투박하면서도 예민한 표현형식을 지닌 목판화로 어떻게 동시대 인류가 처한 다양한 문제를 번역하고 공론화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지는 두고 봐야 할 과제이다. 또 하나, 적어도 비엔날레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된 이상 이전과 다른 그 무엇은 흥미로운 기대일 수밖에 없다. 다만 약 일주일에 불과한 전시기간은 못내 아쉽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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