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지역

[임시정부 100주년] ⑪ 독립운동 정신 되새기는 '삼일대로'··· 아쉬움 남는 '3·1시민공간'

지난 3일 안국역을 찾은 시민들이 '100년 기둥' 옆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탑골공원, 한 청년이 단상으로 올라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학생들은 모자를 하늘로 날리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종로로 뛰쳐나온 시위대는 독립만세를 부르며 시가행진을 시작했다. 전날 천도교 중앙대교당에 숨겨뒀던 2만1000여장의 독립선언문은 이날 시민들에게 전달됐다. 독립운동은 전국 방방곡곡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3·1운동이 일어난 지 한 달하고 열흘 뒤인 4월 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탄생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민족 최초의 거족적·자발적 시민운동의 시발점이 된 3·1운동 발상지 '삼일대로' 일대를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민 공간이자 역사적 상징 가로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일대로는 안국역부터 한남고가차도를 잇는 왕복 6~8차선 도로다. 지난 1966년 3·1운동 50주년을 기념해 '삼일로'라고 이름 붙여졌다. 2010년 한남고가차도 시점까지 구간을 연장하면서 '삼일대로'로 개칭됐다.

시는 3·1운동 준비와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공간적 배경이 된 역사적 장소 중 7곳을 핵심거점으로 선정해 '3·1시민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했다.

7개 거점은 ▲3·1운동 테마역사로 조성된 안국역의 5번 출구 앞 ▲독립선언문이 보관됐던 독립선언 배부 터 ▲3·1운동 이후 다양한 민족운동 집회장소였던 천도교 중앙대교당 ▲3·1운동의 기초가 된 민족계몽운동의 산실 서북학회 터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태화관 터 ▲만세 물결이 시작된 탑골공원 후문광장 ▲삼일대로가 내려다보이는 삼일전망대가 설치될 낙원상가5층 옥상 등이다.

◆독립운동 기념역사로 변신한 '안국역'

3일 시민들이 안국역에서 '100년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3일 '3·1시민공간' 7개 거점 중 안국역에서부터 서북학회 터까지를 둘러봤다. 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안국역을 국내 최초의 독립운동 테마역사로 만들었다. 이날 오후 3호선 안국역을 찾았다. 가장 먼저 '100년 승강장'과 '100년 걸상'이 눈에 들어왔다. 스크린도어에는 독립운동가 이범석의 얼굴과 그가 남긴 시가 쓰여 있었다. "보았노라 우리 연해의 섬들을 / 왜놈의 포화 빗발친다 해도 / 비행기 부서지고 이 몸 찢기워도 / 찢긴 몸이 연안에 떨어지리니 / 물고기 밥이 된들 원통치 않으리 / 우리의 연해 물을 마시고 자란 고기들 / 그 물고기 살찌게 될 테니"

이외에도 100년 승강장에서는 유관순, 김구, 이봉창 등 독립운동가의 업적과 어록이 새겨져 있는 스크린도어 벽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날 안국역에서 만난 이윤형(29) 씨는 "안국역에는 오늘 처음 와 보는데 이렇게 많은 볼거리가 있는지 몰랐다"면서 "출·퇴근 길에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맨날 이렇게 독립운동가들의 말과 글을 보면 애국심이 불타오를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안국역 안전문 앞에는 지하철 이용객들이 쉴 수 있는 '100년 걸상'이 놓여 있었다. 하얀색 걸상에는 8가지 주제로 독립운동가의 이름이 새겨졌다. "나는 보았다. 나는 기록했다. 나는 전했다. 또 나는 이방의 나라 한국인들과 함께 싸웠다"는 글귀와 함께 로버트 그리어슨, 궈타이치 등 독립운동을 도운 외국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장소는 '100년 기둥'과 '100년 계단'이었다. 안국역에서 지상 출구 쪽으로 나가다 보면 형형색색의 거대한 기둥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둥은 8면으로 이뤄져 있는데 전국 팔도, 삼천리 방방곡곡을 나타낸다고 시는 설명했다. 기둥은 100초에 한 번씩 새로 작동하며 독립운동가의 얼굴을 보여줬다.

영등포구에 온 박모(34) 씨는 "100년 전 독립운동가들을 현대인의 방식으로 기억하는 것 같아 재밌게 느껴진다"며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곳도 있고, 기둥도 무지개색으로 꾸며놔 고리타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100년 계단'은 온통 파란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기미독립선언서를 현대 한글로 풀어쓴 선언서 글귀의 자음과 모음이 푸른 벽에 쓰여 있었다. 계단은 사람들이 27개 층계를 오르내리며 독립선언서를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 총감독은 "독립운동 기념역사인 안국역 계단을 이용해 기미독립선언서를 새겼다"며 "이는 기념공간과 일상공간을 결합한 형태"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이런 건 유동 인구가 많은 1호선 신도림역이나 서울역, 2호선 홍대입구역 등에 만들어 놓으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보고 즐길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시는 "안국역은 3·1운동의 중심지였던 북촌과 인사동을 잇는 연결 거점으로 여운형, 손병희 선생 등 독립운동가의 집터가 인근에 위치해 있어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방치된 독립운동 성지

지난 3일 독립선언문 배부 터 모습(좌)과 서울시가 지난해 4월 공개한 조감도./ 김현정 기자(좌)·서울시



안국역에서 나와 독립문선언문 배부 터로 이동했다. 시는 독립선언문이 보관됐던 자리인 수운회관 앞 담장을 허물어 계단 쉼터를 만들고 독립선언문 제작~보관~배부에 얽힌 이야기가 담긴 공간으로 조성한다고 했다. 담장이 사라진 자리엔 의자 하나와 비석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수운회관 앞에서 유료주차장을 운영하는 장승철(53) 씨는 "시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녹지공간이랑 시민 쉼터를 만든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막상 해 놓은 걸 보니 별로였다"면서 "100점 만점에 60점밖에 줄 수 없다. 담장을 부수고 돌 같은 거 조금 깔아놓기밖에 더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 씨는 "쉼터라고 의자 하나 만들어 놨는데 여기에 술 취한 사람들이 앉아 있어서 사람들이 싫어한다"며 "또 담장을 없앴더니 누가 와서 자꾸 용변을 봐 놓고 가서 골치가 아프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천도교 중앙대교당 모습./ 김현정 기자



수운회관에서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천도교 중앙대교당이 나온다. 대교당은 건물을 짓기 위해 모금된 돈을 임시정부 수립 등 독립운동 자금으로 사용하면서 원래 계획보다 더 작게 지어졌다고 한다. 시는 천도교 중앙대교당에 포토존과 정원 등을 조성한다고 했다. 이날 실제로 방문해보니 포토존도, 정원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인근 상인 김모(48) 씨는 "저기 작게 초록 풀이 심어져 있는 곳이 정원"이라며 "초기에 3·1절 행사했을 때만 사람들이 조금 찾아왔고 이후에는 일부러 여기까지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이 안 오니 자연스럽게 포토존이나 이런 것들도 다 구석으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수운회관 터 모습(좌)과 서울시가 지난해 4월 공개한 조감도./ 김현정 기자(좌)·서울시



수운회관에서 약 2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서북학회 터로 자리를 옮겼다. 서북학회는 1908년 이동휘, 안창호 선생이 서울에 조직한 애국계몽단체다. 시는 서북학회 터에 벤치가 있는 작은 쉼터를 만들고 1919년 당시 삼일대로 일대 도시모형을 설치해 옛 도시풍경을 엿볼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서북학회 터에는 먼지가 잔뜩 쌓인 모형 외에 벤치나 쉼터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서북학회 터를 지나가던 시민 이모(32) 씨는 "회사가 이 근처라 자주 이 길을 지나다녔는데 여기에 이런 조형물이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며 "너무 방치해 놔서 건물 폐자재처럼 보인다"며 혀를 끌끌찼다.

시는 "100년 전 겨레의 독립의지를 세계에 알린 동시에, 대한민국의 시작이 된 3·1운동은 우리 민족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라며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은 지자체 최초로 발굴해 추진해온 지난 3년간의 사업을 완성하는 동시에 미래 100년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