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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심리카페] 자살, 되돌릴 수 없는…

진성오 당신의마음연구소장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라는 작가가 있다. 한국에서는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바다출판사)'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글들이 최근에 소개되기도 했다. 1962년에 태어나 2008년 46세로 짧은 인생을 살고 사망했다. 그의 글을 읽어보면 좀 과장되게 말해 한국에서 글을 잘 쓴다는 저자들의 명문(名文)들이 이 사람의 글을 사전 삼아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재능은 단련이 되고 연마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그래서 나 같은 범인(凡人)과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 사이에는 아주 짧은 절벽이 있다. 하지만 짧아서 넘어설 수 있는 듯 보이나 넘어 설 수 없는 영원의 간극이다. 그 반대편에 서 있는 필자 같은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는 참 훔치고 싶은 재능이지만 자기에게 주어져 있는 재능을 그는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그런 재능은 어쩌면 독이든 성배 같은 것 같기도 하다.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항상 가지고 다니는,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자신의 좋은 머리가 머리 나쁜 타인의 입장에 근거하여 스스로 좋아서 미치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갖는다면 그 또한 정상적인 정신 상태의 인간은 아닐 듯 하기도 하다.

웰리스의 그런 재능도 우울함은 넘어서지 못했다. 그는 청소년기에 시작된 우울로 자살 충동을 겪은 후 평생 항우울제를 사용하였고 전기충격요법에 술, 마리화나, TV, 섹스, 설탕 중독으로 오랜 기간을 혼동 속에 보냈다고 한다.

결국, 자신의 애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미완성 장편 소설의 원고를 정리해둔 뒤 유서를 쓰고 목을 맸다고 한다.

자살이 주는 진정한 허무는 돌이킬 수 없는 그 행동이 있고 난 이후에는 자살 전에 있었던 일들의 행동과 의미가 다 이유가 있음을 알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더 큰 허무는, 그 이유가 정말 죽을 만한 어떤 것인지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을 심리치료하면서 진짜 자살을 시도해서 성공한 환자는 다행이 없었다. 하지만 그 입구까지 갔다가 온 환자들은 많이 보았다. 그리고 그 동기를 물어보면 다 그럴만한 설명을 하지만, 필자는 그 이유를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필자가 오직 그 환자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죽음이란 어떤 설명이 단절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다양한 이유를 찾아서 자살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 하지만 결코 이해할 수 없어 사유가 중단되는 영역이 자살, 즉 죽음의 영역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한국은 자살률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청소년, 노인 등등 모든 연령대의 한국인을 통틀어 전 세계에서 어쩌면 가장 자살률이 높은 나라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래도 필자는 말하고 싶다. 자살할 이유는 무수하고 또 필연적이라고 하여도 자살은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죽음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듯이 삶과 생명은 정말로 우리가 임의대로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다.

이것은 그냥 생명이 태어난 업(業)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러니 하게도 오직 삶을 행복하게 산 사람, 그리고 그렇게 살았던 사람만 완벽한 자유 의지 하에서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렇게 살 수 있는 성찰을 한 사람만이 죽음도 넘어서기 때문일 것이다.

월리스가 죽지 않고 살아서 계속 글을 썼다면 현재 그의 나이는 대략 57세쯤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글을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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