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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47) 지는 벚꽃이 아쉽다면? 벚꽃엔딩 즐길 수 있는 여의서로로

지난 15일 여의도 윤중로를 찾은 시민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김현정 기자



매년 4월 여의도 윤중로에는 수백만명의 상춘객이 몰려든다. 국회의사당을 둘러싼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즐기기 위해서다. 이 벚나무들은 어디에서 온 걸까. 1909년 일제강점기 때 일본은 창경궁 전각을 헐고 식물원과 동물원을 만들었다. 이후 일본은 궁궐이었던 창경궁을 유원지인 창경원으로 격하시켜버렸다. 1983년 창경궁 복원사업이 시작되면서 창경원에 있던 왕벚나무들은 윤중로와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진짜 꽃축제는 지금부터!

15일 여의도 윤중로를 찾은 한 시민이 벚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15일 여의도 윤중로에서는 막바지 벚꽃을 즐기는 시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날 여의도 봄꽃길을 찾은 시민 임소현(29) 씨는 "여의도 벚꽃축제 기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잘 오지 않는다"며 "이맘때 오면 사람이 좀 줄어서 진짜 벚꽃을 즐길 수 있다. 진짜 축제는 지금부터"라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여의서로 1.7km 구간에서는 평균 수령 60년 안팎의 탐스러운 왕벚나무 1866그루가 시민들을 반겼다. 벚꽃뿐만이 아니라 튤립, 개나리, 철쭉 등 형형색색 고운 빛깔의 꽃들이 향기로운 봄 내음을 풍겼다. 벚꽃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아빠의 어깨에 올라탄 꼬마들과 솜사탕을 양손에 쥔 어린이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도봉구 쌍문동에서 온 이영숙(53) 씨는 "올해 처음으로 윤중로에 벚꽃 구경을 와 본다. TV에서 볼 때마다 사람들로 바글거려 '대체 저기에 뭐 볼 게 있다고 가나'라고 속으로 생각했다"면서 "오늘 와 보니 사람들이 왜 벚꽃을 보러 여기까지 오는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등포구는 지난 5~11일 여의서로 일대에서 '꽃이 피면, 봄이 온다'를 주제로 봄꽃축제를 개최했다. 구는 올해 여의도 봄꽃축제에 지난해(509만명) 보다 23만명 많은 532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일제 잔재 청산해야···

15일 여의도 봄꽃길을 찾은 한 시민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 김현정 기자



여의도 벚꽃축제가 일제 잔재라며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었다. 직장인 이모(33) 씨는 "이 벚나무들이 다 일본에서 온 것"이라며 "사람들이 맨날 '친일파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런 일제 잔재는 왜 그냥 내버려 두는 건 지 궁금하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15일 여의도 윤중로 봄꽃길에서 한 시민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2017년 홍문표 당시 바른정당 의원은 "'벚꽃축제' 명칭을 '봄꽃축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벚꽃축제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창경궁에 심은 벚꽃을 1924년부터 국민들에게 강제로 밤(야경)에 구경하도록 함으로써 우리민족의 해방에 대한 관심을 벚꽃으로 돌리기 위한 문화통치 수단으로 시작됐다"며 "대표적인 벚꽃축제였던 여의도 벚꽃축제는 국회와 영등포구청의 노력으로 지난 2007년부터 그 명칭이 봄꽃축제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여의도 벚꽃길을 찾은 시민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윤중로 역시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윤중제(輪中堤)는 일본어 '와주테이'의 한자 표기를 우리 말로 읽은 것이다. 윤중제는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방을 쌓아 올린 지역이라는 뜻이다. 윤중로는 여의도를 둘러싼 제방을 부르기 위해 일본말 윤중제에서 '윤중'을 따다 만든 말이다.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1986년 '윤중로'를 '여의도 서로', '여의도 동로', '국회 뒷길' 등으로 고쳐 부르기로 했지만 여전히 윤중로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1994년 민자당 의원들은 봄철을 맞아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벚꽃놀이를 개탄하며 4·19 기념일인 4월 19일 국회에서 무궁화를 심는 식목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15일 여의도 윤중로 봄꽃길에는 노점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김현정 기자



한편 이날 여의서로에 만난 대학원생 김태훈(29) 씨는 "여자친구와 같이 왔는데 노점들 때문에 길이 너무 좁다"며 "축제가 끝나면 노점 단속도 같이 끝나는 거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15일 여의도 봄꽃길에 있는 벤치에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놓여 있었다./ 김현정 기자



이날 윤중로 봄꽃길은 '노점상 반, 관람객 반'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노점이 많았다. 화관을 파는 보따리상에서부터 우동과 컵라면을 파는 포장마차까지 다양한 노점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김 씨는 "사람들이 노점에서 산 음식을 먹고 아무 데나 버린다"며 "벤치마다 쓰레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벚꽃길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었지만 쓰레기가 버려져 있어 사람들이 앉기를 꺼리는 곳도 있었다.

대학생 박민영(23) 씨는 "저분들도 다 한철 장사인데 그냥 좀 같이 먹고 살면 안 되냐"며 "구청에서 쓰레기통을 많이 설치하면 쓰레기 무단 투기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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