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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저성장 저물가에 1500兆 빚… 한국 '부채 디플레' 경고등





미국의 경제학자 피셔(계량경제학의 창시자)는 1933년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 개념을 통해 장기 경기 사이클에서 부채와 물가를 가장 경계해야 할 변수로 꼽았다. '호황 국면이 끝난 후 부채 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자산 가격 하락과 유동성 위축 등이 실물경제 침체와 물가 하락으로 퍼진다는 것. 이런 디플레이션에서 실질 채무는 불어나고, 채무자는 소비와 저축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실물경제 침체와 물가 하락이라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는 게 부채 디플레이션의 요지다.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모습도 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트리거(방아쇠)만 다를 뿐이다. 금리가 아닌 저성장·저물가다. 1500조 원을 넘은 가계부채가 장기 저성장·저물가 국면과 맞물리며 한국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부채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막대한 빚이 소비감소를 낳고, 내수침체가 저물가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제 흐름은 빚이 많은 중산층에게 부채 증가와 자산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안길 수 있다.

◆부동산·주식 자산 가치↓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총자산은 9884조원(KB금융그룹 '2018 KB골든라이프보고서')이다. 주택 등 부동산(40.7%) 비중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잇따른 규제와 겸기 침체로 믿었던 부동산 불패 신화에 금이 생겼다. 주식 자산도 1년 전에 비해 하락한 상태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지난달(2월11일부터 3월11일까지 변동) 전국 주택(아파트·단독·연립 종합)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0.16%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2월 -0.19%에서 3월에는 -0.22%로 하락폭이 확대됐고, 지방도 -0.14%로 전월(-0.10%) 대비 낙폭을 키웠다. 서울의 경우 서울 25개 구 전체에서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 강남 4구가 평균 0.51% 떨어졌고 강북에서는 신규 입주 단지 인근과 연립·다세대 밀집지역에서 약세를 보이며 은평(-0.12%)·도봉(-0.30%)·노원(-0.23%)·동대문구(-0.22%) 등지의 주택가격이 하락했다. 유형별로는 전국 기준 아파트가 전월 대비 0.31%, 연립주택이 0.12% 하락했으나 단독주택은 0.19%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1년전 2,445.85(2018년 3월 30일)에 달했던 코스피도 지금은 2200선에서 옆걸음 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아직 디플레이션 단계는 아니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이 석달 째 '0%' 상승률을 기록,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저물가와 자산 디플레이션 국면이 1500조 원대의 가계부채와 맞물리면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가 빚을 갚느라 소비를 줄이면 이것이 물가를 낮추고, 낮은 물가 상승률은 다시 부채의 실질부담을 높이는 악순환을 만든다. 또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하락은 부채가 많은 가계의 대출 담보력을 떨어뜨려 원금 상환을 어렵게 한다. 자칫 가진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부동산을 제외하면 자산가치가 눈에 띄게 늘고 있지 않다"라며 "1929년 대공황과 일본 장기불황 때도 발생했던 매우 위험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계청ㆍ한국은행ㆍ금융감독원의 '2018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에 따르면 자산 대비 부채 비중은 지난 2017ㄴ 18.4%에서 지난해 18.1%로 줄었지만 실제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122.1%에서 128.1%로 증가했다. 지난 2017년 가구당 평균소득은 5705만원, 가처분소득은 4668만원이었다.

◆전문가 "금리인하로 선제 대응해야", 정부 '추경' 편성 나서





한국경제에 '저물가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신체의 저혈압처럼 경제활력을 떨어뜨리는 무서운 '병'이다. 경기침체와 맞물리면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좋은 예다. 일본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증가일로였던 경상수지 흑자가 85년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화의 급격한 고평가로 줄어들고,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어 천정이 없었던 부동산 가격도 1990년을 정점으로 하락했다. 1991년만 해도 3.3%를 기록했던 성장률은 92년 0.9%로 꼬꾸라졌다. 이후 일본은 2011년까지 20년간 연평균 0.8%의 저성장에 머무는 '잃어버린 20년'의 고통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1500조원대 부채가 저물가 저성장 국면과 만나면 부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민간소비가 줄어 경기는 불황에 빠질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성장률(2.7%) 중에서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1.4%포인트(원계열)다. 수출(성장 기여도 1.7%포인트) 다음으로 작년 성장률의 절반을 민간소비가 밀어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 한국 미션단은 "한국의 거시건전성 조치들이 굉장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고 고용 창출은 부진하며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50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권인원 금감원 부원장은 '2019년도 은행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대내적으로 1500조원을 넘은 가계대출과 340조원의 개인사업자대출 등 은행산업의 리스크가 녹록치않다"며 "가계부채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부실화가 현재화 되기 전 미리 선제적으로 위험평가 실시하고 필요하면 차주와 금융상담을 하는 등 부실화되는 걸 최대한 방지하는 노력을 해달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올해 5%대를 넘지 않도록 하고 2021년까지 연평균 증가율 목표도 명목 경제성장률 수준인 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인사업자 대출의 업종 쏠림을 막기 위한 대책을 2분기 중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관리 방안에 그칠 뿐 부채 디플레이션의 근본적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최근 경기 침체와 저물가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조기에 통화당국이 금리인하 하고, 돈을 풀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금리인하를 검토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시장의 기대를 차단했지만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실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지속할 가능성이 커지는 점을 감안할 때, 당장 실효성이 없어도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안을 4월 중순까지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IMF 연례협의 한국미션단은 한국 경제가 올해 2.6∼2.7%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국내총생산(GDP)의 0.5%가 넘는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GDP의 0.5%는 약 9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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