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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139)비전과 집착

김민 데일리폴리 정책연구소장. 동시통역사·정치평론가·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살다보면 버려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집착과 욕심의 끈을 놓지 못했더라면 죽는 날까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숲에서 나와 먼발치에서 보아야만 산세를 읽어 내릴 수 있듯이 그 안에 있는 한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인생의 대부분이다. 소위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이다. 필자도 아주 오랜 세월 숲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숲에 갇혀 살았다. 어떤 연유에서였는지 이제라도 집착과 과한 욕망을 일단 내려놓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그 안에서 아웅다웅 시간만 낭비하고 사람들에게 상처나 주고받고 있었더라면 먼 훗날 되돌릴 수 없는 더 큰 후회로 인생을 정리해야 했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비전과 집착은 엄연히 다르다. 비전은 물러설 때 물러설 줄도 아는 것인 반면 집착은 물러서야 하는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불과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생각보다 흔하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은 비전 있는 사람들을 쉽게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자신들이 책임질 수 없는 위험에 상대를 내보내고 노출시키려고 하는 욕망 또한 집착의 한 종류이다. 삶이라는 무겁고 힘겨운 과제를 안고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신이 보고, 경험하고, 배운 범위 내에서 상대를 정죄하고 평가하고 판단한다. 그러면서 비효율적으로 자신은 물론 타인의 삶까지 허비하고 낭비하게 만든다. 우리는 필요이상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갈 필요가 없다.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이해는 동반되어야겠지만 그것이 내 자신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 할 정도는 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모든 것들이 공익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면 되는 것이고 나로 인해 타인이 피해를 보거나 상처받지 않는 범위라면 누구나 자신의 길을 담대하게 정진해야 한다. 인간관계가 아무리 가까워도 적당한 거리감이 있어야 더욱 오래 견고히 유지되듯이 자신과 세상과의 융합도 때로는 불가근불가원이 필요하다. 욕심은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도 힘들고 어렵게 만들지만, 비전은 타인에게도 직간접적 동기부여를 시키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긴 거리를 마라토너처럼 달려야지 단거리 선수처럼 달려서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는가. 구체적으로 면밀히 살펴야 하는 것들이 있고, 그럴 수 있더라도 대충 알아야 편안한 것들도 있다. 경청해야 할 소리가 있고 흘려버려야 할 소리도 있다.

내 자신을 전형적인 세상의 틀에 맞출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할 필요도 없다. 누군가가 내게 상처를 준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내게 선물을 주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오늘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이 있고 일부러 미뤄두고 관망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지키지 못할 말을 영혼 없이 습관적으로 내뱉는 것보다 오해를 받더라도 때로는 침묵하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 꼭 이겨야만 할 이유와 목적이 없다면 져주거나 양보를 한번쯤 해보는 것도 괜찮다. 상대에게는 기쁨과 성취감을 줄 수 있고 동시에 내 자신에게는 여유로움을 선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깊은 사고를 해야 하지만 가끔은 무념무상으로 지낼 때 더 좋은 일들이 내게 다가오기도 한다.

인생에서 내가 집착하고 매달릴수록 멀어지는 것이 있다면 일단 비워야 한다. 어차피 멀어질 일이라면 내가 다가가지 않는다고 해서 결국 더 멀어지지도 않는다. 반대로 아무런 도전과 노력이 없이 얻어지고 가져지는 것이 있다면 이전처럼 거기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그게 운명이라면 어차피 내 것이 되고 내 소유가 되는 일들 즉 계산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우리 삶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요즘 필자가 자주 하는 생각이 있다. 폭우가 내리거나 걷잡을 수 없이 많은 눈이 내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수선하게 당황하고 필요이상 걱정을 한다. 그럴 필요가 뭐가 있나. 때가 되면 그칠 것이고 폭설에 하염없이 마당을 쓸지 않아도 역시 때가 되면 멈추고 녹아버리고 땅은 다시 견고해지지 않겠는가. 우리가 고민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내가 고민한다고 해결되지 않거나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천천히 가야 오래가고, 멀리 봐야 전체가 보인다. 필자의 생각과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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