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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재테크

노는 물이 다른 '큰 손', 국경 넘어 부동산 쇼핑

해외부동산 투자, 개미들에겐 '그림의 떡'

자료=유진투자증권



자료=금융투자협회



50대인 박 모씨는 130억원대의 현금과 운용자산을 보유한 큰 손이다. 그는 물려받은 자산과 부동산·대체상품 투자로 생활하는 '위험 중립형' 투자자로 분류된다. 그는 최근 집값이 떨어진다는 소식에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가 마음을 접었다. 호가만 높고,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급매물도 낚시였다. 고심 끝에 은행 프라이빗뱅커(PB)를 찾았다. "사모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면 직접투자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권유에 10억원 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은퇴자 최 모씨(61)도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해외 부동산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 10분만 늦었으면 '그림의 떡'이 될 뻔했다. 이 펀드는 3일만에 완판됐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오피스 건물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얻는 상품인데, 국내 판매물량인 약 550억원을 금새 채웠다.

해외 부동산펀드가 '자금 블랙홀'로 떠올랐다. 올해 시장에 선보인 부동산펀드 대부분이 '완판 행진'을 기록하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주식시장이나 채권 시장과 달리 해외 부동산펀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강남 큰 손들의 쇼핑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익률이 높은 사모펀드에 일반투자자는 명함도 못내밀 정도다. 서초구에 있는 A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투자자의 상당수는 평소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자산가"라며 "부동산 규제가 시작되자 이들은 일찌감치 해외 부동산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일반투자자가 자칫 '불나방'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부동산거품이 2019년의 가장 저평가된 리스크일 수 있다"며 "주요국에서 역대 최고 수준 가격, 구매력에 비해 비싼 집값, 과잉 공급, 타이트해진 금융여건, 중국 등 외국 수요 둔화 가능성 등 우려스러운 징후는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국경을 넘은 강남 스마트머니 안전할까

오쿠라 프레스티지 타워자료=TANIGUCHI and ASSOCIATES, 유진투자증권



자료=유진투자증권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부동산 펀드 설정액(설정원본+계약금액)은 41조5721억원(19일 기준)이다. 전체 부동산펀드 81조649억원의 절반(51.28%)이 넘는다

국내 부동산에 쏠려 있던 자산가의 관심이 국경을 넘고 있는 것.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집중됐던 투자 수요가 정부의 규제로 꼬마빌딩, 상가 등으로 옮겨간데 이어 국내 수익형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주춤하자 이번에는 큰 손들의 시선이 해외 부동산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완판'을 넘어 과열 양상까지 보인다.

KB자산운용이 지난달 서울 중구의 옛 명동 본점 사옥 투자를 위해 조성한 'KB 와이즈스타 부동산투자신탁 1호'는 목표 금액 750억원을 판매 시작 10분 만에 모두 팔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상업용 건물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한 '한국투자 밀라노 부동산투자신탁 1호'도 3일 만에 546억원을 모집했다.

지난해에도 시장에서 판매된 공모형 부동산펀드 9개 모두 목표한 공모금액을 채우는데 성공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3월 내놓은 부동산 간접투자펀드는 출시 하루 만에 160억원어치가 모두 팔렸다. 영국 크루 지역 물류창고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로 1인당 최소 투자금액이 4억원이다. 당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내놓은 1820억원 규모의 미국 애틀랜타 오피스 빌딩 공모펀드 역시 하루 만에 마감됐다.

정부가 부동산투자신탁(리츠·REITs)을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밀면서 이들 상품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간접투자 광풍은 나름 이유가 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 35종의 평균 수익률은 8.21%(20일 기준), 국내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의 수익률도 평균 5.28%에 달한다. 반면에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평균 -13.02%에 그쳤고 국내 채권형(2.94%), 해외 채권형(1.36%)도 은행 이자 수준에 머물렀다.

◆사모 해외부동산펀드 40조 눈앞

해외 부동산 투자는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형태가 많다. 고객성향도 기관투자가 중심에서 큰 손으로 바뀌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이란 이름을 내 건 사모펀드는 출시하자마자 투자처에 굶주린 강남 '슈퍼리치'에게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는 것.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300억~500억원 안팎의 자금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치고 빠지기식'의 운용이 장점으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액(사모 기준)은 39조911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월 초 28조 5953억원에 11조원 넘게 불어났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보통 15~20년 이상 장기 임대차 계약을한다. 그만큼 안정적인 수익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수익률은 보통 연 6∼7%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개미투자자들에 해외 부동산 투자는 그림의 떡이다. 지난해 1월 2일 1조5950억원이던 공모형 해외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겨우 1조6609억원에 불과하다.

경기도 중소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이 모씨는 "정보와 자금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사모펀드는 쳐다볼 엄두도 나지 않는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서민들도 투자할 수 있게 좀 더 많은 상품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의 이장욱 과장은 '국내 대체투자 현황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투자자 및 자산운용사 모두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대체투자는 전통적 투자대상보다 유동성이 낮고 위험이 커 거시경제 충격이 발생하면 높은 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간접투자는 오피스텔 등의 공실률 상승으로 수익률이 하락했고 해외 대체투자의 경우 환율 변동, 투자지역의 경제여건 등 위험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버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스위스 은행 UBS는 지난해 9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홍콩과 뮌헨, 토론토, 밴쿠버, 암스테르담, 런던이 부동산거품 리스크가 가장 큰 도시라고 분석하면서, 지난 5년간 주요 도시 평균 집값 상승률이 35%에 달해 '구매 가능성(affordability)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K-머니'의 해외 직접투자도 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그룹 '쿠시먼&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유럽 부동산 투자액은 73억유로(약 9조3600억원)였다. 5년 전 대비 6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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