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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법원/검찰

[수사권의 미래] (下) 국민불신·상호불신…수사권보다 '신뢰회복'이 우선

세월호 참사 당시 인터뷰를 통해 해양경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를 확정받은 홍가혜(31)씨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검경의 미심쩍은 수사과정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수사권 조정보다 신뢰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세월호 해경 명예훼손 무죄'를 확정받은 홍가혜(31) 씨는 5일 국가배상 1억원 청구소송을 시작했다. 피고는 대한민국과 사건을 담당한 박모 검사, 경찰관 2명이다. 홍씨는 이들 각각에 1억원과 2014년 4월 18일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이후 다 갚는 날까지 연 15%로 계산한 금액을 청구했다.

홍씨는 2014년 4월 MBN 인터뷰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해양경찰청장, 해양경찰과 현장 구조대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같은해 5월 기소됐다. 홍씨는 1·2심은 물론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확정받았다.

홍씨 측 변호인 양홍석 변호사는 소장을 통해, 홍씨가 해경이 민간 구조사의 구조활동을 막았다는 취지로 인터뷰해 유언비어를 우려해 내사에 착수했다는 경찰의 설명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 '해양경찰청장이 민간구조사의 구조활동을 막았다'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고, 대법원 판례상 해경청장은 검찰 주장과 달리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사에 붙어있는 경찰 상징./이범종 기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 근거를 잃었다고 평가받지 않는 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 '현장구조대원들' 역시 해경·해군·소방방재청·공군·경찰·전남도청·완도군청·민간선박과 잠수부 등으로 광범위해, 검경이 피해자 특정도 하지 않은 채 범죄 혐의를 입증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2014년 4월 당시 홍씨가 자진출석 의사를 밝혔음에도, 경찰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취지로 언론에 밝히고 체포영장을 받아낸 점도 석연치 않다고 양 변호사는 밝혔다. 주거가 일정하고 경찰과 출석 일시를 정한 홍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이 발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2014년 4월 21일 새벽 체포된 홍씨는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101일간 구속됐다. 지난해 무죄판결을 받을 때까지 수사와 재판으로 고통받은 그는 '국가기관이 인증한 허언증 환자' 취급을 받았다고 양 변호사는 비판했다. 양 변호사는 "원고에 대해 여전히 거짓말쟁이, 허언증(리플리증후군) 환자 등으로 알려져 있다"고 배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약자 인권 유린 돕거나 외면

전날인 4일에는 2013년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3만건이 넘는 디지털 증거를 누락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밝혔다. 조사단은 휴대전화와 컴퓨터 포렌식으로 확보한 사진과 동영상 등이 송치 누락된 경위를 13일까지 제출하라고 경찰에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 경찰이 이유 없이 증거를 누락했겠느냐는 반론도 이어졌다.

강자를 배려한다는 의혹을 사온 검경은 약자에게 냉정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11월 승소한 '염전노예' 국가 배상 항소심 판결문은 인권유린에 가담·방조한 경찰의 실상을 보여준다. 지적장애 3급인 김모(54) 씨는 2003년 3월~2014년 3월 전남 완도군 고금면 고금도에서 임금 없이 염부로 일했다. 염전주 김씨는 고금파출소 경찰의 조언을 받고 피해자 아버지로부터 양육 위탁과 함께 노임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아냈다. 김씨는 염전주로부터 폭력과 욕설에 시달렸다. 법원은 그의 주거지와 위생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후 인권침해 첩보를 입수한 완도경찰서는 2011년 6월 두 사람을 분리하지 않고 사건을 조사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 근로감독관 역시 같은해 7월 같은 방식으로 조사했다.

현행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정신장애를 겪는 피해자는 가해자와 분리된 곳에서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석해 조사 받아야 한다. 준사기죄와 장애인복지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가해자 김씨는 2017년 항소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사건을 조사한 경찰과 근로감독관이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 상태에 있는 장애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 누리집 캡처



경찰은 목숨이 위태로운 피해자의 신고 내용도 무시했다. 최모 (58)씨는 2010년 3월 염전주 박모 씨가 휘두른 칼에 하복부를 맞아 병원에 실려갔지만, 다음달 섬에 돌아와 일해야 했다. 신의파출소 경찰이 최씨의 신고 내용을 믿지 않고 별다른 조치 없이 사건을 무마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2014년 염전노예 사건이 불거진 이후 수사에 돌입했다. 박씨는 항소심에서도 살인미수와 횡령죄가 인정돼 2017년 징역 5년이 확정됐다.

검사 역시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변호사협회의 '2018년 검사평가 사례집'에 따르면, A 검사는 2017년 지적장애 3급인 피해자 서모 씨를 한 번도 만나주지 않고 피의자를 불기소했다. 검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서씨가 별다른 재산 없이 1500만원을 피의자에게 빌려줘 강요가 의심되는 정황, 피해자와 피의자를 모두 수사한 경찰의 구속기소 의견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씨 변호인은 불법 입양 사실을 알리겠다는 피의자의 협박을 받은 서씨의 아버지가 그와 함께 서씨에게 고소 취하와 허위사실 신고 진술을 강요했음에도 수사기관이 이같은 2차 피해를 막지 못했고, 검사 역시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도 지난달 8일 검찰이 '유우성 간첩 증거 조작'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거나 묵인했다며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서울중앙지검./이범종 기자



◆서로 못믿는 검경, 국민은 "공수처 만들라"

검경 간 상호 불신도 문제로 지적된다. 두 기관을 관할하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1일 정부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상대 기관에 대한 비방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앞서 검찰은 일부 사법개혁특위 위원들에게 수사와 정보기능을 가진 경찰을 나치 독일의 게슈타포(비밀국가경찰)에 비유하며 정부의 조정안을 '중국 공안화 법안'으로 지칭했고, 경찰은 검찰이 막강한 수사권과 재판단계 권한을 가져 중국 공안제도의 후진적 요소를 가졌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기관 간 책임의식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1차 수사권을 가진 경찰의 요청에도 검찰은 구속영장을 기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고검 산하 위원회에 영장 청구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경우 전문성을 가진 검찰의 책임감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기존 수사기관·제도가 신뢰를 잃으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달 22일 공수처 신설 청원 답변에서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라고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정권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2008년 MBC 'PD수첩' 기소, 2009년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죄 기소, 2012년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등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범죄 혐의를 받는 검사가 경찰에 출석한 사례는 한 번으로, 경찰이 영장을 신청해도 검찰이 모조리 기각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해당 청원은 30만20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현재 계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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