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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시세

전세시장 동맥경화…서울은 세입자 모시기, 지방은 경매 넘기기?

서울은 역전세난에 보증료 내주고 애완동물도 허용…지방은 깡통전세 본격화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유리벽면에 전세 매물 등의 정보가 담긴 인쇄물이 부착돼 있다./채신화 기자



#. 서울 송파구에서 아파트를 임대한 A씨는 현 세입자와의 전세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자 조급해졌다. 전세 물량이 많아서 좀처럼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 데다 전셋값이 떨어져 기존 전세보증금의 차액을 마련해야 되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전세보증보험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조건으로 현 세입자와의 계약을 연장했다.

#. 강원도 동해시 한 아파트 소유주인 B씨는 '깡통 전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파트를 팔아도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매매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출 등 추가로 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B씨는 결국 집이 경매에 넘어갈 처지다.

전세시장의 '동맥경화'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가운데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사수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전세 물량 공급이 확대되고, 전셋값이 떨어지자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한 집주인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서울에선 '세입자 모시기'가 한창이다.

주요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를 보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 보험료, 이사 비용, 벽지·장판 교체 비용 등 각종 혜택을 조건으로 내건 전세 매물이 종종 눈에 띈다. 그동안 세입자들이 어렵게 부탁해야 했던 사항을 당당히 요구하는 사례도 자주 들린다.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난 건 최근 강남, 강동 등 주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떨어진 데다, 전세 물량이 많아지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0.09%,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11% 하락하며 서울은 8주 연속, 전국은 11주 연속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그러나 공급량은 늘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4월 전국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조합 물량 포함 11만2648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5만7507가구가 입주해 전년 동기 대비 34.6%나 입주 물량이 늘었다.

전셋값은 떨어지고 입주 물량은 늘자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KB부동산 '월간 주택시장 동향'을 보면 2월 11~17일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85.5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9년 1월(65.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지역 중개업소를 통해 전세 수요와 공급 중 어느 쪽이 많은지를 조사해 산출한 것으로, 100을 기준으로 그 미만이면 전세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천안의 한 아파트 전경. 기사 내용과는 무관./채신화 기자



한 임대인은 "전셋값도 떨어졌고 새 세입자 구하기도 힘드니까 기존 세입자와 계약 연장을 하는 게 제일 속편하다"면서도 "그런데 세입자가 우위인 상황이 오니까 처음 계약할 때 금지 조항이었던 애완동물을 키우게 해달라고 하더라. 집이 상할까봐 걱정됐지만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대인은 "전세 매물이 안 나가니까 부동산에서 은근히 이사비용이나 전세보증보험 보증료를 내주는 게 어떠냐고 권유하더라"며 "아는 사람은 도배, 장판까지 새로 해주면서 세입자를 받았다고 한다"고 했다.

지방의 분위기는 더 삭막하다. 지방에선 매매가보다 전셋값이 높은 '깡통 전세' 위험이 높은 지역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지방의 아파트 매매값은 0.10%, 전셋값은 0.09% 각각 하락했다. 지방은 신규 입주물량 증가 및 지역 기반산업 침체로 울산·충북·경남 등 대다수 지역에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최근 강원도에서 임대업을 하는 임대사업자가 찾아와 경매 절차를 물어보더라"며 "어차피 집을 팔아봤자 전셋값도 안 나오는 마당에 대출 받아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보다 경매로 팔아버리면 오히려 손해를 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서울보다 지방은 미분양이 많고 경기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역전세, 깡통전세 현상이 심각하다"며 "전세보증금 문제를 둘러싼 근본적인 고민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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