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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새로나온 책] 공감 연습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오숙은 옮김/문학과지성사

"그것 참 딱하고 안됐다. 힘내. 넌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내 딴엔 공감한답시고 건넨 위로가 타인에게 더 큰 상처가 됐다면, 당신의 공감은 잘못됐다. 수전 손택을 잇는 에세이스트라는 찬사를 받는 레슬리 제이미슨의 수필집. 그는 공감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은 8년동안 각종 신문과 잡지에 실린 제이미슨의 에세이 11편을 한데 엮었다.

책에는 의료 배우(Medical Actor)라는 직업 경험, LA 갱 투어, 모겔론스 병(피부밑에 기생충이 꿈틀거리고 있다고 믿는 망상 병) 취재, 교도소에 갇힌 수감자 면회, 거식증, 자해 등 그가 직·간접적으로 겪었거나 보고 접한 일이 담겼다.

제이미슨은 빈곤과 폭력, 소외, 질병, 상처 등 다양한 고통의 지층을 탐구한다. 그는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할 수 있을까. 질문과 성찰이 글의 모든 층위에 배어 있다.

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자해하고 싶은 사람이 한 명도 없기를 바란다. 자해 행위나 그걸 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는 대신 그 호소 아래 채워지지 않은 욕구에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나는 느끼기 위해 나를 벤다'는 커터들의 클리셰지만 진실이기도 하다 피를 흘리는 것은 실험이자 증명, 발굴, 드러난 내면이다. 흉터는 고통의 증거와 잔여물로 남는다. 자해가 낭만적이라거나 표현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갈망을, 증명하고픈 욕구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증거가 필요 없는 세상에 도달할 수 있을까.(「여성 고통의 대통일 이론」, 316쪽)

저자는 대상의 고통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심부를 헤집고 끄집어낸다. 고통을 말하고 공감하게 한다. 공감이 폭력이나 침해가 되지 않을까 경계하는 감수성은 고민과 공감을 더욱 심도 있게 만든다. 제이미슨은 책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혹은 망각하려 애썼던 마음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한다. 사적이고도 공적인 내면의 르포르타주. 386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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