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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132) 소통이 무엇입니까

김민 데일리폴리 정책연구소장. 동시통역사·정치평론가·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최근 '소통'이라는 단어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필자가 여기저기 강연을 다니는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자체에는 전직 통역관으로서 그리고 동시통역사로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내용의 강연을 많이 한다. 자신이 아닌 타인과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평범한 일 같지만 상당히 중요한 스킬과 노하우가 요구되는 일이다. 소통이란 내 얘기를 잘하는 것보다 상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별한 장애가 없는 한 누구나 말을 하고 상대와 대화를 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소통이라는 것은 그냥 저절로 되는 것이라는 착각들을 한다. 흔한 말로 입은 하나이고, 귀는 두 개인 얘기들을 많이 하지 않나.

통역을 할 때도 내가 얼마나 유창한 영어를 사용하느냐보다 상대가 얘기하고자 하는 핵심을 얼마나 제대로 인지하고 파악하느냐의 능력이 더 요구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면 구태여 말을 길게 할 필요가 없다. 강연의 경우 강사가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이지만, 요즘은 강연도 중간중간 청중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적절한 대답을 해줘야 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그것이 강의와 소통의 차이점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통을 원하지 일방적인 강의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가끔은 필자도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동료나 지인의 강연을 듣기도 한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교과서처럼 번지르르하게 강조하지만 실상 그 지인의 일상을 보면 그렇지가 않은 경우가 많다. 그것은 이미 실패한 강연이고 영혼 없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우리는 남들과 어떻게 소통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패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제대로 된 소통 안에 그 사람의 지식의 정도와 됨됨이와 그가 지니고 있는 리더십과 인생의 방향과 목표가 충분히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상대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다툼이나 분쟁 혹은 상대에 대한 뒷담화도 거기서 시작된다.

필자가 과거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통역관으로 근무할 때 있었던 많은 일들을 회상하면 심지어 정상회담에서 두 국가의 정상이 심각한 주제의 대화를 하는 중에도 상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해프닝이 적지 않았다. 한 국가의 대통령도 그 소통이란 것에 대해 제대로 훈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역관들은 상당히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통역관은 객관성을 유지하며 대화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데, 간혹 대통령께서 전혀 다른 얘기를 하시면 순간 이것을 어디까지 어떻게 있는 그대로 통역해야 하는지가 통역의 최고 스트레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VIP의 얘기를 통역관은 더하거나 덜하게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목적과 협상의 목표를 알면서 협상을 망쳐버릴 수는 없기 때문에 순간적인 고난도의 감각과 스킬이 끊임없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필자가 정의하는 제대로 된 소통이란 두 귀로 두 번을 듣고, 한 입으로 한번을 간단명료하게 말하는 것이다. 한 입으로 두 번을 말하고 두 귀로 한번만 들으려 하니 모든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싶다. 가끔 중학생인 두 아들과 대화를 할 때도 그것을 잠시 잊으면 순간 꼰대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부모의 욕심에 많은 것을 얘기하려는 순간 오히려 자녀와의 관계만 악화될 뿐이다. 그냥 더 많이 들어주고 최대한 상대를 이해하려는 자세로 간단명료한 훈계를 했을 때 그 결과가 더 만족스러운 경우가 많다. 늦둥이 막내인 네 살짜리 셋째 아들하고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무슨 얘긴지 도무지 알아듣기 어렵지만 그냥 일단 들어주고 표정으로 반응해주면 그 녀석은 만족한다. 그리고 그 어린 아들도 이제 막 언어를 배우면서 제대로 된 소통을 익히게 된다. 인간사 모든 희노애락의 시작과 끝은 바로 소통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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