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오의 심리카페] 나를 속이는 나의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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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심리카페] 나를 속이는 나의 뇌

최종수정 : 2019-01-23 14:37:41

진성오 당신의마음연구소장
▲ 진성오 당신의마음연구소장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글을 한번 자세히 보시라. 현재 보이는 것들이 원래 사실 자체로 존재하는 글자로 믿어지는가? 엄밀히 말하면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글은 원래 존재하는 그대로의 것들은 아니다. 자세히 눈으로 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있지 않는가?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고요? 여러분이 보는 이 글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그대로가 아니다. 이 말이 참으로 이상한 말로 들릴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읽고 있다고 생각되는 이 글은 물리적으로는 실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이러한 점은 사실 오래 전에 밝혀져 있었지만 많은 일반인들은 최근에 알기 시작했다. 이러한 예는 많다. 우리의 눈으로부터 들어오는 시각적인 자극들도 사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은 우리의 망막에 위치하는 혈관을 통과해서 시각 세포에 들어온다.

그러나 누구도 우리가 외부를 볼 때 혈관을 보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눈과 뇌의 시신경이 혈관을 편집해서 처리하는 은밀한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종의 뇌의 속임은 지각심리학에서는 오래 전에 착시로 알려져 있다.착시현상들이나 착각도 모두 뇌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연관된 요소로 나타나는 것들이다.

우리가 눈치도 채지 못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맹점이 있듯이 우리의 마음에도 맹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우리의 마음과 판단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고 있다. 약 10여 년 전 태평양의 한 중국배가 조난을 당해 떠돌고 있었다. 그 배의 선원들은 배와 통신 장비가 고장 나서 망망대해를 방황하며 지나가는 배를 만나기를 바라고 운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었다. 그때 하늘이 도와 한 여객선이 지나가면서 배를 발견하여 모든 선원을 급하게 구조하게 되었다. 구조 이후 여객선이 배를 두고 출발하면서 한 여객선의 관광객이 표류하던 배에서 개가 짖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된다. 승객은 배의 승무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조류 하던 배의 선원들에게 확인해 보니 실제 개가 한 마리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너무 정신없어 개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미 많은 거리가 벌어져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여기서 만일 당신이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아마 배와 함께 버려진 개를 무책임하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 승객도 개를 좋아하는 당신처럼 태평양에 떠도는 버려진 배에 탄 개를 그냥 버려두지 않으려 했고 그래서 그는 이 사실을 인터넷에 올려서 잃어버린 배를 찾아 개를 구조하다는 일종의 개를 찾기 위한 구조 모금을 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개에 대한 동정심과 정의감으로 수십억 원의 모금이 모였고 그 돈으로 태평양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배와 그 안의 개를 찾기 위한 구조 비행기를 띄웠다. 마침내 그 배를 발견하여 개는 안전하게 구조되었고 이 이야기는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이 모금에는 많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참여하여 많게는 한국 돈으로 몇 백만 원을 적게는 몇 천원의 돈을 수만 명의 사람들이 기부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한 심리학자가 이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몇 가지를 조사하여 알아내었다. 한 가지는 모금에 동참한 많은 사람들 중 대부분이 평생 한 번도 기부를 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본 태평양 한 가운데 떠도는 개 한 마리를 위한 감동적인 이야기에 선뜻 기부운동에 동참한 것이다.

이를 연구한 심리학자가 내린 결론은 사람은 확대된 어떤 이야기에 대해 주목하면 더 깊이 공감하고 선의를 행하면서 자신이 도덕적이기를 바라고,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흔하게 보이는 일들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고 덜 감동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의 아동들이 굶는 것을 돕는 모금에는 몇 천원의 돈도 기부하지 않으면서 태평양의 한 배에서 떠도는 개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관심과 양심적 행동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 설명에 필자는 여전히 가슴이 뜨끔하고 다양한 변명이 떠올랐다.

한국에서 한 때 오래된 집을 고쳐주는 프로그램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필자도 그 방송을 보면서 거기 나온 주인공들이 행복해 하며 우는 장면에서 '참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래도 살만하구나'라는 마음에 가슴이 벅차 곤 했다. 그러나 그리고 거기까지였다. 누구를 돕기 위해 몇 천원의 기부보다는 뭔가 따끔하면서 다른 이유로 남을 돕는 것을 외면한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타인보다 좀 더 도덕적이고 좀 더 잘 생겼고 좀 더 성실하고 좀 더 착한 사람이라고 하는 착각을 갖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자기기만은 인간의 본성이다. 다만, 이걸 알고 덜 기만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사후 약처방의 자유의지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진성오 당신의마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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