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⑧노치(勞治)의 악몽...딴지 걸기, 일자리 감소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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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 ⑧노치(勞治)의 악몽...딴지 걸기, 일자리 감소 부메랑

최종수정 : 2019-01-23 11:31:03

직접투자에 따른 직간접 일자리 손유출 추이기간 2001 2017년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 직접투자에 따른 직간접 일자리 손유출 추이기간(2001~2017년)자료=한국경제연구원

#. 제갈량의 후계자로 더 잘 알려진 삼국시대 '강유'. 강유는 촉나라가 믿는 기둥이었다. 그의 능력, 의리, 충성심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한결같다. 하지만 그가 일으킨 아홉번의 북벌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국력이 위나라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촉나라의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것부터 공명을 높이려는 마음에 백성들의 원망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평까지 있다. 결국 북벌은 번번이 실패했고 결국 촉은 사마소의 위나라에 항복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기득권으로 자리한 노동조합의 현주소를 두고 삼국지 '강유'와 닮은꼴이란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주인은 노조가 아니다. 주주와 고객이다. 국내 기업이 위기를 딛고 오랜 기간 버텨 온 것도 이들 주머니에서 쌈짓돈(공적자금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유' 처럼 수 천만 고객의 목소리(새로운 상품 강화, 4차 산업 등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확대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 등)는 외면한 채 'CEO 흔들기, 주도권 잡기'에 나서며 '정치 노조'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많다. 주변에선 '관치(官治)가 잠잠해지고, 노치(勞治)가 고개를 든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들린다.

송민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구조조정 지연은 생산요소의 효율적 활용 및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노동유연성을 확대함으로써 원활한 자원 배분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0개 업종 중 일자리 유출이 큰 업종기간 2001년 2017년자료 한국경제연구원
▲ 30개 업종 중 일자리 유출이 큰 업종기간:2001년~2017년자료=한국경제연구원

◆ '노치(勞治)'에 바람 잘 날 없어

"노동계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도 전체 경제가 함께 살아나는 과정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노동 조건 향상을 얼마나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종합적으로 살펴 나가야 한다. 노동계가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친 노동자 성향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하고 한 얘기다. 한국 노동계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다. 이제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갑(甲)'이며 '기득권 세력'으로 커버린 노동조합 단체들에 대한 간곡한 부탁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노치'의 융단폭격 앞에선 꼼짝 못한다. 민노총은 지난해 총파업을 벌이면서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더는 촛불정부가 아님을 통보한다", "청와대에 늑대정권을 몰아냈더니 여우정권이 들어섰다", "부자정권, 재벌정권, 미국에 놀아나는 정권"이라는 말폭탄을 던졌다.

기업은 노조가 기침하면 독감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 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노치'에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2014년 KB금융의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불거졌던 'KB사태' 때에도 고객들은 KB금융을 지지했다. 하지만 최근 '윤종규 회장 때리기'는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평균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은행원이 고객을 볼모로 파업까지 하면서 '성과급 잔치'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KB국민은행 평균연봉은 2017년 기준 9100만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을 총망라해도 최상위 수준이다. 이 돈은 서민을 상대로 벌어들인 돈(예대마진 수익)이다.

시장에서는 KB노조의 지나친 경영간섭과 CEO 흠집 내기를 우려한다. 다른 기업의 정치 노조를 답습하다간 결국 고객이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노치의 폐해는 적잖다.

재계에선 현대차그룹 노조가 강성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현대차그룹은 벌써 걱정이 앞선다. 중국 시장의 판매부진 등으로 실적은 뚝 떨어졌다. 매년 어김없이 반복되는 노조 파업 변수는 현대차그룹에 가장 큰 부담이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55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대차 노조의 탐욕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 만약에 노조가 요구하는 대로 임금이 지급되면 현대차 노조의 평균연봉은 (현재의 9000만원 수준에서) 96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현대차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은 도요타와 폭스바겐의 평균연봉 8300만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하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이 결국은 약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귀족노조를 보호하는 법이 된 거다. 이렇게 현대차 노조의 평균연봉이 9600만원이 되면 하청 노동직 더 쥐여 짜이고 자동차 값은 올라서 고객은 호갱이 되는 그런 세상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대판 '음서제'로 불렸던 대기업 노동조합원 자녀의 채용 특례조항을 유지해 오다 공분을 산 경우도 있다. 최근 현대차 노조가 이를 공식 폐지했다. 지난해 12월 두산메가텍이 조합원의 자녀를 특혜 채용하는 조항을 폐지했고 롯데정밀화학도 고용세습 조항을 없앴다. 금호타이어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임단협에서 관련 조항을 없애는 것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 일자리 사라지는 부메랑

 R의 공포 ⑧노치 勞治 의 악몽...딴지 걸기, 일자리 감소 부메랑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를 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140개국 가운데 73위에 불과하다. 생산성이 좋을리 없다. OECD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3달러에 불과하다. 22개국 중 17위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아 "구조개혁을 하면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제성장이 촉진되며 잠재성장률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선뜻 투자하겠다는 외국기업도 없다. "국내에선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비명'도 곳곳에서 들린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의뢰로 최남석 전북대 교수가 진행한 '직접투자의 고용 순유출 규모 분석(2018)'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제조업의 직간접 일자리 유출은 연간 3만2000명, 누적으로 54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산업 전체의 직간접 일자리 유출은 연간 12만5000명에 달한다.

직접투자 순유출에 따른 국내 전 산업의 생산 순손실액은 434조6000억원에 달했다. 연 평균 약 25조6000억원이다.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무역확대에 따른 기업의 해외 진출 및 현지투자 확대는 바람직한 면이 있다"면서도 "특정 산업부문에서 직접투자 순유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국내 규제의 부정적 영향으로 국내투자 유입이 감소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업도 문제지만 규제도 문제다. 한국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용규제 경쟁력은 127개국 중 107위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아프리카 말리(53위), 세네갈(59위)에도 뒤처진다.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일본은 파업 시 대체근로를 전면 허용하고, 프랑스와 독일은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면 금지하고 있다"며 "법안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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