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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심리카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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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 당신의마음 연구소장

 


과거의 상처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아니, 모든 인간은 과거의 상처로부터 만들어진 어떤 습관으로 인해 현재의 삶을 살고 있는 존재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마음의 상처를 외상 혹은 트라우마(trauma)라고 한다. 트라우마라는 말은 그리스어를 어원으로 하고 있는데 '뚫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인간이 경험하는 트라우마는 아주 다양하다. 천재지변이나 교통사고 등도 우리의 영혼을 뚫는다. 이러한 트라우마 중 단연코 사람이 사람에게 가하는 트라우마는 영혼을 뚫어버려, 그 상처가 그 사람의 존재 자체인 것처럼 만든다. 마치 상처에 그 사람이 기생하는 듯한 고통을 주는 것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성폭력, 타인으로부터의 멸시와 학대, 배신과 버림받음 등은 사람으로 하여금 인생의 가치를 마치 쓰레기로 버려지는 포장지보다도 못하게 느끼게 만들고, 산다는 것의 의미를 산산 조각내도록 한다. 그런 고통으로 영혼에 구멍이 존재하는 사람을 지켜본다는 것은 지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역시 트라우마의 고통을 경험하도록 한다.

이렇게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이 경험하는 고통의 증상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라고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적절하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망가져가서 정신과 환자로 분류되어 이해 받지 못하는 사람들 중 월남이라는 전쟁터에서의 참전 경험이 있는 군인들이라는 공통점을 궁금해한 연구자로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매일 밤 전우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껴야 했고, 고통스러운 전쟁의 경험이 주는 신체적 긴장과 정신적 압박감으로 무사히 살아 남아 돌아온 일상의 사소한 곳에서는 어떤 좋은 것도 느낄 수 없는 사람으로 변화되는 경험을 하도록 하고, 그래서 작은 행복이나 사소한 감각이 주는 안정감을 도저히 누릴 수 없는 영혼의 공허가 생겨 변해 버린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인류의 역사에서 항상 반복되어 되풀이 되었던 죽음과 살육의 상처가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어두운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들을 언제든 삼켜 버릴 것처럼 웅크리고 있는 트라우마라는 악마와 싸워야 하는 다른 전쟁이 현재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었다. 월남의 전쟁 영웅들이 트라우마라는 괴물과 싸우며 고통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는 트라우마라는 악마를 이길 수 없는 것일까?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어린 아동이었을 때 성폭력을 경험한 사람이었다. 넬슨 만델라는 평생을 감옥에서 지냈던 사람이다. 교통사고로 얼굴의 피부 이식을 몇 번 씩 한 이지선씨도 있다. 그들이 경험한 고통은 어쩌면 월남에 참전한 군인들의 고통 못지 않는 고통이다. 또, 월남에서 포로로 생활하다 돌아와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참전의 고통을 삶의 성숙으로 변화시킨 참전 용사도 있다. 물론, 모두가 이러한 트라우마를 견대낸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고통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수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지옥 같은 경험 이후에 오히려 더 성장하는 놀라운 기적같은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마치 독일군의 포로 수용소에서 몇 년을 버티고 살아남은 빅터 플랭크 같은 심리학자도 있다. 세상이 자신의 육신의 자유를 빼앗아가고, 굴욕을 주고 고통을 주어도 마음에 존재하는 '자기'라는 자유 만큼은 뺏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여전히 트라우마와의 싸움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싸움을 승리로 이끈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삶을 성취적으로 살아간다는 희망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여전히 타인으로부터의 폭력과 자연이 주는 좌절 속에서도 패배자가 아닌 희망의 생존자로 남아 있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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