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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35) 59년 만에 하나로 이어진 '덕수궁 돌담길'

9일 덕수궁 돌담길을 찾은 시민들이 영국대사관 앞에서 덕수궁 담장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김현정 기자



덕수궁 돌담길은 연인과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로 잘 알려져 있는 장소다. 길이 중간에 뚝 끊겨 있어서라는 말도 있고, 지금의 서울시립미술관 위치에 가정법원이 자리해 있어 이혼소송을 하러 가는 부부들이 이 길을 지난 데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전자의 이유로 덕수궁 돌담길을 기피했던 커플이라면 이제 마음 놓고 정동길에서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가 지난 4년여간의 노력 끝에 덕수궁 돌담길 전체 1.1km 구간을 시민 품으로 돌려줬기 때문이다. 그동안 영국대사관으로 막혀 있던 길이 7일 전면 개방됐다.

지난해 8월 서울시는 미개방 구간 170m 중 영국대사관 직원 숙소 앞에서부터 대사관 후문까지 100m를 이었다. 올해 미완으로 남아있던 나머지 영국대사관 후문부터 정문까지 70m를 개방하면서 덕수궁 돌담길 전체 1.1km가 연결됐다.

서울시는 미완의 구간을 잇기 위해 올해 1월 문화재청과 '덕수궁 돌담길 회복 프로젝트'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 문화재심의를 거쳐 12월 초 공사를 마쳤다. 이로써 덕수궁 대한문∼덕수궁길∼미국대사관저∼영국대사관 후문∼영국대사관 정문∼세종대로로 이어지는 길이 전부 막힘 없이 연결됐다.

◆"반갑다, 돌담길"

지난 9일 덕수궁 돌담길을 방문한 시민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현정 기자



59년 만에 완성된 하나의 길을 만나기 위해 지난 9일 덕수궁 돌담길을 찾았다. 최저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면서 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돌담길을 방문한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길에서 만난 시민 이숙경(55) 씨는 "막혔던 길이 드디어 뚫렸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찾아왔다"면서 "남편이 배제고등학교에 다녔는데 그때도 길이 끊겨있었다고 했다. 연결된 게 59년 만이라니 정말 반갑다. 아이들을 데리고 한 번 더 와야겠다"며 밝게 웃었다.

이번 개방은 서울시와 문화재청, 중구청의 긴밀한 협조 속에서 이뤄졌다. 시는 영국대사관 정문부터 세종대로까지 기존 돌담길에 문양을 넣어 길을 재포장했다. 담장과 어울리는 볼라드를 설치해 보행공간을 확보했고, 돌담을 따라 경관조명도 설치했다.

김포시에서 온 홍승연(30) 씨는 "돌담길 개방 소식을 기사로 접하고 친구들과 같이 왔다"며 "근처에 고종의 길도 둘러볼 예정이다. 2시간 넘게 걸려서 왔는데 길이 너무 예뻐서 온 보람이 있다"며 기뻐했다.

안산에서 온 함수진(29) 씨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체험할 수 있는, 옛 정취가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서울에는 이런 산책길이 많아서 참 좋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돌담길 연결 기념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 시장은 "이 지역은 고종, 대한제국의 18년 비운이 서린 곳이다"며 "그것을 우리가 극복해내는 희망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이날 개방되는 길을 비롯해 덕수궁 돌담길이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전히 높은 영국대사관 담장

덕수궁 담장 안쪽 길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목에서 시민들이 영국대사관이 있는 바깥쪽을 빼꼼히 바라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온 김주희(29) 씨는 "서울 한복판에 고즈넉하고 여유 있는 산책로가 생겨서 만족스럽다"며 "주변에 고층빌딩이 없어 시야가 트여 있는 것도 좋았다"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김 씨는 이어 "담장 안쪽 길에서 다시 밖으로 나가는 구간은 마음에 안 든다. 흐름을 중간에 딱 끊어버리는 느낌이다"면서 "유리로 막아둔 건 공사장 가벽 같다"며 혀를 끌끌 찼다.

성북구에서 온 최수현(34) 씨는 "작년에 일부 구간이 개방됐을 때 한번 와 보고 오늘 또 왔다"며 "그때는 영국대사관 앞이 막혀 있어 되돌아 나와야 했는데, 이제는 덕수궁 담장 안쪽으로 길이 생겨 수고로움을 덜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솔직히 말해서 담장 밖으로 길이 나 있는 줄 알고 왔는데 아니었다. 조금 아쉽다"며 울상을 지었다.

세실극장 쪽에 세워진 돌담길 유리담벽은 영국대사관쪽은 불투명으로, 바깥쪽은 투명으로 설치됐다./ 김현정 기자



해당 구간은 영국대사관이 보안을 이유로 개방을 꺼린 곳이다. 시와 문화재청은 담장 안쪽으로 길을 새로 내고 돌담에 출입구를 만드는 방향으로 대사관 측을 설득했다. 돌담 밖으로 난 길은 영국대사관 후문에서 담장 안쪽으로 연결된다. 세실극장 쪽으로 나가는 길에는 유리벽이 세워져 있다. 영국대사관 현판이 보이는 쪽에는 불투명의 유리가, 바깥 쪽에는 투명 유리가 설치돼 있다.

문화재청은 "시민들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경사로는 보행데크로, 평평한 곳은 흙포장을 했다"며 "덕수궁 방문객과 동선을 분리하기 위해 목재 난간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돌담길을 찾은 시민 윤모(34) 씨는 "길에 개방 시간이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저녁 7시 이후는 문을 닫는다고 해서 허겁지겁 나왔다"며 화를 냈다.

문화재청은 "덕수궁 담장 안쪽 보행로는 야간 안전을 고려해 궁 관람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개방한다"며 "매주 월요일은 덕수궁 휴무로 개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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