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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 청계천 헌책방거리 터줏대감, 밍키서점 채오식 씨

지난 16일 서울 중구 청계천 헌책방거리에 위치한 '밍키서점'에서 책방 주인 채오식 씨를 만났다./ 김현정 기자



새벽 6시. 책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이가 있다. 청계천에서 30년 동안 헌책방을 운영해 온 밍키서점 주인 채오식(59) 씨다. 채 씨는 사람들이 그가 추천해 준 책을 읽고, 다시 책방에 찾아와 "재밌게 잘 읽었다"며 "다른 책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일의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16일 인생의 반을 책과 함께한 그를 만나기 위해 청계천 헌책방거리를 찾았다.

◆왜 헌책방인가?

인생의 절반을 책과 함께 한 채오식 씨는 여전히 책이 좋다며 밝게 웃었다./ 김현정 기자



청계천 헌책방거리는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버들다리와 오간수교 사이에 위치해 있다.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게 중 '밍키'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곳이 채오식 씨가 운영하는 서점이다.

충청북도 청주 출신인 그는 30대 때 서울로 올라왔다. 청계천에 먼저 터를 잡은 건 채 씨의 동생이었다. 그는 상경 후 동생과 함께 책방을 운영해왔다.

장사 초창기였던 90년대 중반, 그는 청계천 헌책방거리에 몰려든 수많은 인파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 초가 되면 헌책방거리는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70여 개의 책방이 있었던 청계천 헌책방거리에는 현재 10여 곳의 책방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채 씨가 운영하는 서점의 크기는 3평 남짓. 약 2만여권의 책들이 방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30년간 책에 파묻혀 지낸 채 씨가 말하는 헌책의 매력은 '사람'과 '이야기'.

그는 서점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무슨 책을 찾느냐"고 묻는다. 사람들은 그에게 각자의 취향을 말하거나 원하는 책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그는 손님이 찾는 '바로 그 책'을 눈앞에 가져다준다.

책방을 찾은 한 손님이 "어르신들이 보기 편한 옥편 하나 주세요"라고 말하자 채 씨는 한자와 한글이 큼지막하게 쓰인 옥편 하나를 재빠르게 찾아서 그에게 건넸다. 과연 책 전문가 다운 솜씨였다.

그는 사람들의 성격, 취향, 특성에 맞게 책을 추천해준다고 했다. 채 씨는 "일에 치여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에게는 자신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라는 뜻에서 노자의 도덕경이나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권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 막 책 읽기를 시작하려는 독서 초심자에게는 술술 잘 읽히는 소설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나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등을 추천해준다"고 했다.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평화시장 1층에 자리잡고 있다./ 김현정 기자



채 씨는 책을 통해 사회를 본다고 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는 사람들이 성공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자기계발서가 유행했다"고 말했다. 이후 "열심히 해도 안 된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힐링 에세이가 인기였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등이 많이 나갔다고 했다.

그는 "요즘 책방을 많이 찾는 사람들은 은퇴한 장년층이다"면서 "특히 '나는 자연인이다'를 감명 깊게 본 50~60대들이 귀농 관련 책을 많이 찾는다"며 활짝 웃었다. 채 씨는 이들에게 약초 동의보감, 귀농 가이드북, 건강 관련 서적 등을 권한다고 했다.

인생의 반을 함께 했으면, 질릴 법도 한데 그는 여전히 책이 좋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이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세 주인공이 난세를 끝내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내용의 대하소설이다.

그는 "세 사람의 성격이 각기 다르다. 이 인물들에 빗대 많은 책들이 쓰였다"며 "삼국지보다 재밌으니 아직 안 읽어본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유튜브, TV에서 매일 재밌는 콘텐츠가 쏟아지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채 씨는 "우리 사회가 핵가족화가 되면서 개인주의화 됐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이 사라졌다"며 "옆에서 사고가 일어나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도와주려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는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면 관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책을 읽으면 내가 주인공이 되어 그 사람에 공감하게 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혐오가 난무하는 시대, 책 읽기를 통해 사람들이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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