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유통>푸드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최고의 와이너리와 시간

와인의 매력은 다양함에 있다.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지역이나 품종은 물론 같은 와인이라고 해도 생산된 해를 말하는 빈티지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심지어 같은 빈티지의 와인이라도 누구와 마시는지에 따라 다른 맛을 보여주기도 하는 게 바로 와인이다. 평생을 맛봐도 질리지 않을 최고의 매력인 동시에 어렵다고 느끼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런 와인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와인의 다양한 매력과 숨은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 안상미 기자가 '와이, 와인(Why, wine)'를 연재한다. 본지 안상미 기자는 지난 2011년 한국와인자격 검정시험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와인자격(KWGL)과 한국와인어드바이져자격(KWAL)을 땄다. 쉽게 말하면 소믈리에 자격증이지만 와인 관련 서비스업종에 종사하고 있지 않아 와인어드바이져로 불리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세계적인 와인 산지인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메독마라톤(Marathon du Medoc)을 완주하기도 할 만큼 와인에 대한 안 기자의 사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안상미 기자



기본적으로 첫 3년 매출은 '제로'. 길게는 10년이 넘도록 그저 기다리기만 한다. 와이너리 얘기다.

무슨 이런 비즈니스가 다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훌륭한 와인은 다른 시각으로 숫자를 볼 것을 요구한다. 와인의 복잡한 속성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대자연의 영향이 절대적이어서 농업적 속성이 가장 크지만 일정 수준의 규모에 이르면 공산품적 속성을 띠게 된다. 그와 반대로 태생적으로 고품질, 한정 생산을 지향하는 경우엔 철저히 명품적 속성을 띠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중급 수준의 와인이라고 해도 포도밭을 새로 조성하면 최초 3년 정도는 수확한 포도를 상업용 와인으로 만들지 않는다. 포도의 품질이 불안정하고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고 본다.

포도나무의 수령은 오래될수록 포도밭의 특징과 잠재력이 와인에 잘 스며들어 더 뛰어난 와인을 만들 수 있게 되지만 반대로 생산능력이 떨어져 수확량은 줄어든다. 결국 와인생산자들은 작품성과 경제성 사이에서 늘 줄타기를 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평균답안은 포도밭 조성 후 첫 3년간의 수확물로는 판매할 와인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과 약 30년 주기로 포도나무를 교체하는 것이다.

와이너리 설립부터 최고급 와인을 지향한다면 기다림은 평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진다. 가치판단과 의사결정의 기준이 경제성이 아니고 철저히 품질이 되어야 한다. 물론 긴 호흡과 담대한 배짱, 튼튼한 자본력은 필수다.

세 요소가 완벽하게 결합된 사례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컬트 와인들이다. 컬트 와인은 최고 수준의 품질과 놀라운 희소가치를 추구하는 와인을 일컫는 말로 1990년대 중반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상급 컬트 와인으로 인정 받는 나파 밸리의 할란 에스테이트(Harlan Estate)는 1984년에 땅을 구입해 이듬해인 1985년에 포도밭을 조성했지만 와인 판매는 1996년에야 시작했다. 기다림의 시간이 무려 10년이 넘는다. 판매 와인의 최초 빈티지는 1990년이지만 와인이 마시기 가장 좋은 시기가 될 때까지 전략적으로 인내하며 기다린 탓이다. 대규모 투자 이후 10년이 넘도록 매출을 내지 않고 버텨낸 이들의 뚝심은 와인수집가들이 가장 탐내는 미국 최고 와인이라는 평가로 충분히 보상받았다.

다이아몬드 크릭 빈야드(Diamond Creek Vineyards)는 할란보다 선배격으로 미국 와인업계에서 최초로 병당 100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와인을 출시한 곳이다. 역시 1967년에 땅을 구입한 이후 1974년 판매를 개시하기까지 7년간 매출이 전혀 없었으며, 판매를 시작한 후로도 15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최고급 와인을 만드는 일에는 완전히 다른 셈법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시간을 바라보는 다른 눈이 필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고를 지향하는 와인 생산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 중에 '위대한 와인을 만드는 것은 평생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가 있다. 오래 준비하고 숙성된 와인이 더 특별하고 가치가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안에 담긴 시간의 가치 만은 아닐 터. 그 시간의 무게를 견뎌낸 와인생산자들의 긴 호흡과 뚝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피터마이클 와이너리 역시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것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며 긴 시간을 인내해 컬트와인을 만드는 곳이다. 오른쪽부터 마 벨 피으 샤도네이, 마 당쉐즈 피노누아, 레 빠보 보르도 블렌드.



, 자료도움=나라셀라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