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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심리카페] 마음의 세뇌

진성오 당신의마음연구소장



목숨을 위협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경험하면 사람의 마인드는 포맷이 된다.

파블로프의 연구소에서 조건화된 학습을 한 개들이 있었다. 뭐 종치면 침 흘리는 그런 잘 알려진.

그런데 어느 날 러시아에 최근 쏟아진 외국의 태풍과 같은 홍수로 연구소까지 물이 들이차 연구원조차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불쌍한 개들을 두고 황급하게 도망을 나오는 사단이 났다.

아뿔싸! 연구원들은 개들을 두고 나온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뭐 누군가 개들을 챙겼겠지 했다가 서로 정신 없이 나오다 보니 모두 죽었겠구나 하며 자책을 하고 모든 상황이 정리된 후 연구원들이 연구소를 수습하기 위해 돌아 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개들은 어찌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었다.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지만 조건화를 열심히 학습한 개들이 모두 살아있었던 것이다.

연구원들은 천만 다행으로 여기고 개들과 연구소를 다시 정비하고 죽음으로부터 살아남은 개들을 데리고 다시 이전의 조건화 연구를 이어서 하려고 했는데 '오마 갓~!' 개들이 이전의 조건화 학습을 깡그리 잊어버린 것이다.

이걸 자칭 전문가들은 소거라고 한다. 아, 이게 무슨 일인가? 어찌 된 것일까? 그렇게 오랜 훈련된 학습을 단 며칠 만에 다 까먹었단 말인가? 조건화는 몸에 저장되는 일종의 암묵기억의 일종에 가까워서 저절로 소거되는데도 시간이 걸리는데 말이다.

연구원들은 차분하게 그 원인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결론은 바로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그 경험이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극심한 상황에서 유기체들은 이전의 학습을 다 포맷해버리고 기본적인 세팅으로 다시 돌아가는 생존본능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깨끗하게 머리가 정리되는 것이다. 이것은 세뇌(Brain Wash)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은 파블로프에게 보고되었고 이 현상의 의미는 스탈린의 통치 기술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이 악마의 현상은 이후 미국에서는 인간의 세뇌나 정신을 조작하는 마인드 컨트롤 연구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전쟁경험을 한 세대들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은 동일 수준의 극단적인 경험을 하기 전에는 그 마인드가 바뀌기 힘들다.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이 비논리적이며 정서적으로 사악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극단적인 경험을 하면 정신이 포맷이 되어 버린다. 더 사악한 점은, 그런 사람들을 이용하는 사이코페시가 어디든 존재한다는 점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거나 극도의 직업적 학업적 스트레스가 존재할 때 인간의 정신은 방어막을 잃어버리고 생존 모드로 돌아가고, 그 때 생존을 보장해주는 누군가에게 맹신적으로 매달리게 된다. 이런 프로세스로 다단계, 사이비 종교, 정치세력, 팬덤이 만들어진다.

인간은 보기보다 많이 정신적으론 약하면서도 생명적으론 질긴 존재이다. 그래서 문명이란 신기루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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