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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방/외교

[기자수첩]나라를 지키러 갔던 군발이



지난 1일 국군의 날 행사를 두고 일부에서 말이 많은 것 같다.

군기가 바짝 든 군인들의 열병식이나 '강한 군대'를 뽐낼 수 있는 첨단 무기를 동원한 대규모 시가행진 없이 70주년 행사를 조용히 치룬 것에 대한 반감에서다.

얼마전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치룬 터라 국군의 날 행사를 축소시킨 것이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 또는 군의 사기를 오히려 떨어트린 것 아니냐는 등의 시각이 그렇다.

오전에 하던 행사를 저녁에 한 것을 놓고도 '밤에 몰래 치뤘다'며 곱지 않은 모습이다.

행사가 있었던 이튿날 아침, 이런 해석이 담긴 언론보도를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참모들과 티타임을 하면서 "국군의 날 행사가 바뀐 것은 평화 기조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장병들의 관점에서도 해석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열병식이나 시가행진을 위해 군인들이 4월부터 6개월 가량 준비하고, 특히 더운 여름이면 열사병 등으로 고생했던 과거의 답습을 따르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국군의 날은 장병이 주인이 되는 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가 그리워하고 있는 화려한(?) 국군의 날 퍼레이드가 있었던 시절 나의 군 생활이 문득 떠올랐다.



무선통신병으로 강원도의 한 사단 통신대대에서 근무했던 기자의 주특기는 '삽둘삽'이었다. 당시 주특기번호인 '323'을 빗대어 매일 매일 작업에 동원돼 '삽질'만 한다는 뜻에서 부대원 스스로 그렇게 불렀다.

한번은 대령급이 대대를 시찰나온다는 말에 새벽 서너시에 스무명 넘는 중대원들이 일어나 수십년도 넘었을 법한 취사장 벽과 천장의 그을음을 제거하는 일을 했다. 겨울철 잠결에 지워지지도 않는 그을음을 쑤세미로 밀고 있는 나와 동료들을 보고 그저 쓴웃음만 나왔다. 더욱 가관은 결국 그 대령의 시찰이 취소된 것이다.

어떤 날은 소대장과 상사, 사병들 열댓명이 역시 대령급이 사는 관사로 몰려갔다. 마당에 보이는 것은 잔디밖에 없는데 그 속에 숨어 있는 풀을 뽑으라는 지시 때문이었다. 우리는 서너시간동안 풀이 아닌 잔디만 뽑다 돌아왔다.

군의 사기를 위해 강한 군대를 마음껏 뽐내던 바로 그 국군의 날 행사가 풍성했던 시절 한 전방부대에서 겪은 군발이의 경험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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