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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불편한 미술만능주의

홍경한 미술평론가



'도시재생' 못지않게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지속 가능한 도시'란 인류가 대응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도시공간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표어이다. 다음 세대가 필요로 하는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현세대의 욕구를 부정하지 않는 수준의 도시가 미래에도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인간관심의 설정이다.

여기엔 당대 인류를 위협하는 시그널인 기후변화, 난개발, 에너지과소비, 도시슬럼화, 기아, 빈곤, 쓰레기와 같은 여러 복잡한 도시생태가 놓여 있다. 하천을 복원하거나,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도시에 숲을 조성하는 등의 개발계획과 지역 내 일자리 창출, 소수자의 사회안전망 구축 등의 제도적 문제를 비롯해, 노동문제, 주거문제, 교통문제, 계급문제까지 끌어안는다.

물론 자연도 예외는 아니다. 도시를 말하며 자연을 빼놓을 수 없고, 자연을 말하며 도시를 열외로 할 수 없다. 그래서 곧잘 언급되는 단어가 '생태도시'다. 생태도시는 인간생활을 중시해 만들었던 지금까지의 도시와는 다르게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균형 잡힌 개발'이란 전제 아래 '자연과 인간이 조화되는 도시'를 말한다. 생태계 보호와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공간을 창조하는 것, 도시 내 물질순환의 체계화하는 것, 쾌적한 도시 공간 조성 및 환경과 어울리는 생활 및 생산 활동 등이 그 범주에 해당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둘 다 '인간중심주의'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자연을 덧붙임으로써 인간이 자연을 꽤나 헤아리는 듯싶지만 결국은 그 또한 인간 삶의 질과 무관하지 않으며, 자연은 어디까지나 인간 주변에 머문다. 그런 점에서 어떤 도시를 말하던 인간에게 자연은 하나의 도구이자 불안과 공포가 거세된 관조의 대상이다.

도구로써의 자연과 불안과 공포가 거세된 관조의 대상으로써의 자연은 곧잘 미술을 통해서도 부활한다.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계몽의 용도로 호출되고, 도시와 자연에 관한 경각심을 널리 전파하기 위한 계도의 일부로 소환된다. 특히 '미술=착한 것'으로 포장하기 쉽기에 정치적 활용도 역시 높다.

예를 들면 강과 강변을 헤집어 놓곤 그 위에다 조형물을 세우거나, 나무 그늘을 걷어낸 곳에 인공쉼터를 만든 뒤 '작품'이라 부르는 식이다. 산과 들판, 섬과 해변에 온갖 작고 큰 모뉴먼트를 미술제, 예술공원, 비엔날레 등등의 이름을 붙여 구석구석 앉히는 것도 포함된다.

이때의 미술은 그저 인간에 의한 정복의 산물인 자연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대중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기여수단에 머물거나 소비되는 언어일 뿐이다. 미술을 통해 도시와 자연환경을 지혜롭게 살린 메시아이길 원하는, 욕망으로 가득한 정치인들의 속내 뻔한 정치적 계산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미술이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 또한 인간의 보편적인 선호나 편안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자연에 대한 편안한 거리 두기를 통한 향유의 대상으로써의 자연, 도시인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심미적인 자연재현에서 엿볼 수 있듯 해석하는 방법은 남루하고 보여주는 방식도 일차원적이다. 그러니 그 결과물 또한 피로한 오브제이자 시각공해이기 일쑤다.

미술은 만능이 아니며, 미술이 개입한다고 무조건 선(善)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되는 도시든,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서든, 하다못해 도시재생이든 뭐든 자연은 자연자체로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든 자연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길이다.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는 위대한 능력이라도 있지만, 손을 대면 댈수록 망치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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