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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법원/검찰

[통일을 준비하는 법조인] ③ 한명섭 변호사 "北 형사재판은 반인권 요식행위…인권자각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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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표정은 아직도 반신반의다. 북-미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장밋빛 전망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국제 정세에도, 묵묵히 통일을 대비하는 법조인들이 있다. 메트로신문은 이들을 만나 분야별 쟁점과 과제를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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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섭 변호사가 2일 서울 강남역 인근 카페에서 메트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아파트 단지처럼 변한 세계에서 인권은 더이상 내정문제가 아니다"라며 "고무줄같은 형법과 형사소송법 문제를 외면 못한 북한이 내부적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북한 주민의 인권의식 자각"이라고 강조했다./이범종 기자



피의자의 신병을 다루는 형사소송절차는 그 나라의 인권 수준을 보여준다. 통인법률사무소 한명섭 변호사(사시 32회·연수원 22기)는 대한변호사협회가 격년으로 펴내는 '북한인권백서'를 통해 북한의 헌법과 형법 전반에 드러난 인권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인권 보호 대상이 모든 주민이 아닌 '일 하는 사람'에 한정된다거나, 기준이 모호한 형법체계는 인권 신장에 걸림돌이다. 지난 2일 '2018 북한인권백서' 회의 직전 변협 인근 카페에서 만난 그는 "우리가 피 흘리며 싸워 민주주의를 일궜듯이, 국제사회의 압력보다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北, 국제사회 비난에 변화

-2016년 백서에서 '북한은 인권에 대해 '철저히 내정문제'라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점에 어떤 문제점이 있나.

"사회주의국가에서는 내정불간섭 원칙이 강조된다. 예를 들면 북핵도 내정문제다. 유엔(UN) 회원국이라면 국제 규범인 세계인권선언문을 준수해야 한다. 보편 기준에 맞춰진 규범을 두고 북한은 내정 간섭이라고 한다.

근대 초기 국가는 멀찍이 떨어져, 서로를 간섭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는 아파트 단지가 됐다. 아시아동, 유럽동처럼 붙어있다. 그런데 어느 집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학대하면 이웃들에게 피해를 준다. 관리사무소와 학교 선생님, 이웃들이 나서야 한다. 그걸 내정간섭이라고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요즘 북한이 내부적으로 법규를 바꾸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9년 개정헌법에는 '인권'이 처음으로 나왔다."

-북한 헌법은 모든 국민이 아니라 '근로인민'의 인권을 보호한다고 명시한다. 내용 그대로 노동하는 사람의 인권만 보호한다는 의미로 봐야 하나.

"그렇다. 2009년 헌법이 나오자, 일부는 북한이 드디어 인권에 관심을 가졌다고 봤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결국 기존의 인권관에서 바뀌지 않았다. 북한은 60세가 되면 연금을 받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 일 하지 않는 사람은 인권 보호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한명섭 변호사는 "김정은 정권 들어 거리에 붙는 포고문 내용에 그동안 대한변협과 국제사회가 지적해온 죄형법정주의 개념이 반영되었다"고 평가했다./이범종 기자



-달라진 점은.

"2010년 제정된 여성권리보장법과 아동권리보장법 등 변화가 있어왔다. 포고문 역시 김정은 시대에 들어 바뀌고 있다. 특히 처벌 규정이 들어있지 않아서 긍정적으로 본다."

-포고문이란.

"거리 곳곳에 붙이는 포고다. 입법부가 만든 형법이 아닌 인민보안성의 행정 명령이다. 우리로 치면 마약사범 특별 자수 기간 같은 개념이다. 예전에는 포고문에 협동농장에서 탈취하거나 구리선을 끊어 팔면 극형에 처한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서는 '교통질서 단속을 강화한다. 위반시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한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포고문에 대해서는 변협과 국제사회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며 계속 문제제기를 해왔다. 북한은 일언반구 없다가 내부적으로 바꾸었다. 긍정적인 변화다."

◆법정공방 없는 형사재판

-북한 형법은 형벌 부과 기준이 행위가 아닌 위반 정도다. 그래서 법원이 위반 정도가 보통인 경우~극히 무거운 경우로 판단하면 가벼운 교양처분과 사형을 쉽게 오간다. 특히 죄형법정주의도 모호해서 사형이 쉽지 않은가.

"'정상이 극히 중한 경우'에 대한 기준은 판단하는 사람 마음이다. 내부적인 기준이 따로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죄형법정주의 측면을 보면, 구성요건을 달리 해야 한다. 현재 북한식 형법이 국가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리하다."

-장성택 처형도 같은 맥락인가.

"특별군사재판소에서 바로 결론이 나, 상고 할 기회가 없었다. 북한은 최고재판소에서 모든 사건을 1심으로 다룰 수 있다. 삼심제인 우리와 달리, 북한은 삼급 이심제다. 시·군인민재판소와 도재판소, 최고재판소 중에서 재판을 두 번만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장성택의 특별군사재판소는 형사소송법에 없다. 인민보안부 출신 탈북자에 따르면, 정치범은 최고재판소 판사들이 내려와 현지에서 재판한다. 일반적 형소법에 없는 재판이다."

북한은 형사재판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명섭 변호사는 "북한에서는 구속영장을 검사가 발부한다"며 " 기나긴 수사기간으로 결론 난 형량이 형사재판에 단숨에 적용되니, 피고인의 무죄 주장과 새로운 증거 수집 기회가 없다"고 지적했다./이범종 기자



-수사기관의 구속영장 청구처럼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절차가 북한에는 없다는데.

"수사원의 초동수사 이후를 담당하는 예심원에서 영장을 청구하면, 검사가 이를 발부한다. 법원이 영장 발부에 관여하지 않는다.

한국은 검찰이 피의자를 최장 20일 구속수사한 뒤 기소해, 기나긴 법정싸움에 돌입한다. 북한은 수사원이 범죄혐의자를 최대 10일 구금할 수 있고, 예심기간은 4개월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규정을 안 지켜 8개월씩 가둔 사례도 있다. 대신 재판이 단숨에 끝난다. 결론이 정해진 상태에서 노동당원인 인민참심원이 재판 당일 피고인이 어떤 형량을 받게 될 지를 확인한다.

판사의 역할은 별로 없다. 재판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니, 변호인도 형식적인 변론에 그쳐 의미가 없다. 피고인의 무죄 주장과 새로운 증거 수집 기회가 없다.

북한에서 변호사는 반 공무원이다. 변호사 사무실이 법원 안에 있다. 개인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고, 조선변호사회가 사건을 배당한다."

-북한의 형사소송법 개정에 영향을 줄 방법은.

"가장 큰 동력은 북한 주민의 인식 변화다. 과거 유신 시절을 생각해보자. 국제사회가 아무리 떠들어도 국민이 모르면 바뀌지 않는다. 북한은 현재 배급제가 붕괴돼 소유 개념이 생겼다. 정부가 메뚜기식 장사를 단속하면, 여기에 반발해 욕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여기서 조금씩 나아가 인권의식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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