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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새로나온책]출판사로 변한 동네서점 우주소년의 첫 책 '소년기'



경기 용인 수지 동천동의 작은 동네 서점 '우주소년'은 마을 사람의 사랑방과 같은 공간이다. 동네 책방 우주소년은 삭막한 아파트 숲과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가 즐비한 대로변을 조금 벗어난 조용한 주택가 골목 어귀에 자리잡고 있다. 책방이지만 여느 동네 서점과 마찬가지로 동네 주민이 모여 독서 모임도 하고 소규모 강좌나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운영한다. 그런데 우주소년은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책도 함께 읽고 공부도 하지만 결국 책을 소비하는 데 그친다는 점이었다. 책이야말로 소비가 바로 생산인 자본주의 유일의 상품이 아닌가. 이런 생각에 서점 공간에서 소비되어 사라지는 콘텐츠나 알찬 기획을 책으로 엮어보기로 했고 동네 사람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출판사로 재탄생한 우주소년의 첫 번째 책 '소년기'는 바로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동네 주민 누군가의 책장에 수많은 세월을 견딘 오래된 책 한 권이 운명처럼 '재발견' 됐고, 교육과 삶에 관심이 많은 동네 독자의 응원으로 70년 전의 책을 복간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서점이나 출판이나 형편이 좋은 사업은 아니다. 그러나 이 땅의 누군가는 지금도 책을 팔고 책을 만든다. 이것은 누가 말려도 어찌할 수가 없는 성질의 영역이다. '소년기'에서도 말하지만, 내일 당장 세상이 망하더라도 읽고 싶은 한 권의 책, 만들고 싶은 한 권의 책을 생각하는 게 버티는 삶이 아닐까 싶다.

'소년'이란 말에는 사실 성을 구분 짓는 의미가 없다. 그냥 나이 어린 사람이란 뜻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린 남자의 의미로 전용을 해왔다. 우주의 나이로 우리는 모두 그저 어린아이, 소년이다.

이 책은 실화다. 1950년 출간 당시 23만 부의 기록을 세웠고, 그 후 20년 넘게 매년 1만5000부가 팔려나갔다. 프랑스, 영국, 미국 등에서 번역 출판됐었고 물론 한국에서도 1973년 나왔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이 파국으로 치달을 무렵인 1944년, 일본 본토에 공습의 공포가 엄습하자 도쿄에 소개령이 내리고, 소년 이치로 가족은 시골로 내려간다. 갓 중학생이 된 장남 이치로를 도쿄에 남긴 채. 그러나 이는 14세 중학생 이치로가 원했던 일이다. 난생처음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게 된 이치로는 그때부터 어머니와 편지를 나누기 시작한다. 때로는 교환 일기가 되기도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어머니와 아들의 글쓰기로 소통을 계속한다.

이치로는 시시콜콜한 일상부터 학교, 선생님, 아버지, 친구, 형제, 독서, 놀이, 진학, 인생, 영화, 전쟁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문제를 편지에 쏟아붓고 어머니는 이에 대해 틈틈이 친절하게 답장을 쓴다. 자신이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쓴 아들의 편지에 어머니 또한 어떠한 편견이나 강요 없이 아들의 생각과 질문에 답한다. 이렇게 이들은 서로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면서 때로는 괴로움을, 때로는 기쁨을 공유한다. 이런 과정은 아들의 인격 성장에 밑거름이 되지만, 마찬가지로 어머니 자신도 여성으로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야겠다는 각성의 계기가 된다.

일본 제국주의가 패망하고 전쟁이 끝나자 어머니는 그간 아들과 나눈 4년간의 편지와 교환 일기를 책으로 엮기로 한다. 이 책 속의 어머니 하타노 이소코는 일본의 심리학자로 특히 아동 심리에 관심이 많았다. 날것 그대로 쓰인 아들의 글을 그대로 출간한다면 한 아이가 어떤 고민을 하면서 또 어떻게 극복하면서 성장하는지 엿볼 수 있으며 그 어떤 심리학 텍스트보다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하지만 70년이 지난 지금에 '소년기'를 다시 읽으면 단지 한 소년의 성장담이나 편지로 아이를 키운 어머니 얘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세월의 결들이 사회 및 가족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소년기'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독해할 수 있게 만든다. 다시 말해 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담은 책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소년기'는 우리 모두의 '소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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