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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윤휘종의 잠시쉼표] 어디서 많이 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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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악수를 하고 테이프커팅을 한다. 서로 밝은 얼굴로 덕담도 주고받는다."

지난 9일 이재용 부회장이 인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뉴델리 인근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서 만났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공식행사 외에도 별도로 약 5분간 이 부회장과 '독대'를 하며 "한국에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이번 만남이 예정됐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만나는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약 5년 전인 2013년 6월 30일,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을 당시 이 부회장은 청와대 호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영접한 바 있다. 그 때도 지금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 뒤 삼성과 당시 정부는 빠르게 친해졌으며 2014년 9월에는 '정부 방침'에 따라 대구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출범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특히 이 부회장이 몇차례나 90도까지 꺾어지는 인사를 계속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기업하는 게 정말 힘들겠다'는 걸 다시 엿볼 수 있었다. 90도의 깍듯한 인사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옥살이까지 겪은 이 부회장의 트라우마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기업을 경영하는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정부를 거역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만남도 청와대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때도 비슷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대가로 이 부회장은 '적폐세력'으로 몰렸고 감옥살이까지 하고 왔다. 삼성의 수십만 관계사 임직원들의 자존감은 땅에 떨어졌고,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삼성에 다니는 게 마치 죄인이 된 것 같다는 푸념도 들렸다.

이번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집행유예 중인 상태에서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는 이 부회장을 만나는 게 과연 적절하느냐는 반발도 있다고 한다. 그럴 정도로 일부에서는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그 알레르기의 이유가 뭔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일자리를 만들어달라"는 대통령의 발언에 재계는 만감이 교차한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 보자.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중국 기업들과 1%의 시장점유율 싸움을 하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다. 중국 시장은 이미 중국 토종 스마트폰 업체들에게 시장을 모조리 빼앗겼다. 삼성뿐만 아니라 대기업·중소기업 통틀어 우리 경제 자체가 경쟁력을 잃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틈바구니에 끼어 한 치 앞도 못보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반(反)기업 정책이 줄을 잇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공정거래위원회, 검찰·경찰·국세청 등이 기업들을 압수수색하고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 금융분야에서는 신임 금감원장이 은행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은행들과 '전쟁'을 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다.

법을 어겼으면 당연히 그 죗값을 받아야 하지만 단지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기업인들을 사갈시하면서 또 한 쪽에서는 일자리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기업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물론, 정부가 하라면 해야 한다. 그게 한국 기업인들의 숙명이다.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내 재계 총수 9명이 청문회에 섰던 사상 초유의 현장에서 지금은 고인이 되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왜 기업들은 정부에 '노'라는 얘기를 못하냐"는 국회의원들의 질타에 대해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대통령이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했으니 삼성을 비롯한 재계는 줄줄이 관련 방안을 발표할 것이다. 하지만 자연에도 법칙이 있듯이 사회에도 법칙이 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돈도 흐르는 법칙이 있고 일자리도 만들어지는 법칙이 있다. 기업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정책을 내놓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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