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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산 없는 탈북자 교육



장마를 보름 앞둔 지난달 18일. 교장 선생님 인터뷰를 위해 경기도 의정부시 발곡중학교를 찾았다. 햇살 가득한 운동장과 방학을 기다리는 아이들. 감상에 젖던 나의 눈길은 파란 신호등을 따라 학교에서 멀어져갔다.

이날 교장 선생님은 학교 맞은편 상가 지하 1층에서 만나자고 했다. 35년간 교편을 잡던 국어교사가 교장으로 부임한 첫 날의 암담함. 말 안 듣던 학생들이 우여곡절 끝에 마음을 연 이야기. 교사의 서비스 개념에 익숙한 이 시대 어딘가에도 스승은 살아있었다.

커피가 식을 무렵, 상가 복도에서 학교종이 울렸다. 중국어와 북한 말투가 뒤섞인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탈북자 대안학교 '한꿈학교' 학생들이다.

상근교사 7명이 26명을 가르치는 이곳 졸업생들은 고려대를 비롯한 명문대 진학과 기술직 취업에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이 같은 결과는 '인간승리'에 가깝다.

김두연 교장은 "2015년 3대 교장에 부임한 뒤, 수업 도중 기절하는 학생들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난의 행군을 겪은 청년들이 종종 쓰러진다고 한다.

그는 이후 하루 세끼 식사를 장려했다. 학생들은 점심 식사 후 밖에 나가 햇볕에 몸을 말린다. 과목 수준별 맞춤 교육도 도입됐다.

그 결과, 걸핏하면 쓰러지던 한 학생은 현재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2학년이 되었다. 학과 3등이라고 한다. 김 교장의 지인 네 명이 역할을 나눠 전화와 외식 등으로 예상치 못한 기절에 대비하고 있다. 해마다 졸업생은 늘고 있지만, 이 같은 도움을 계속 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개교 14년째 지하를 못 벗어난 학교의 천장은 누수로 누렇게 변색돼 있었다. 김 교장은 "기숙사는 천장이 썩어 곰팡내가 심각해 살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교장의 배웅을 뒤로하고,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중학교 건물을 다시 보았다. 일년내내 장마에 시달리는 탈북자 학생들이 저 학교를 바라보며 등교하고 있다. 장밋빛 대북사업 전망에 휩싸인 이 나라는, 장맛비에 젖은 인재들의 마음을 얻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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