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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예술가 장사꾼 만드는 정부

홍경한 미술평론가



모든 미술이 공동체의 삶과 커뮤니티의 정체성, 사회적 의미를 드러내는 공공재로써의 언어를 내재할 순 없다. 자신의 작품이 예술일 수 있음을 작가 스스로 입증하거나 미술 자체의 존재이유와 방식에 관한 제안 역시 생각보다 쉽지 않다. 더구나 미술의 출발점을 개인사에 두는 것은 후기모더니즘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동시대 미술계 내 적지 않은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 그 가운데 유독 내상을 주제로 한다. 하지만 그런 작품들의 다수는 이해는 되는 반면 공감은 어렵다. 어느 땐 심각하게 시시하다.

그럼에도 사달라고 아양 떠는 그림들 보단 시시한 것이 낫고, 신통찮은 작품 한 점이 벽걸이용 장식을 미술로 착각하는 작가들의 그것 보단 괜찮다. 적어도 그들은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안다.

그러나 작가 중 일부는 아트딜러가 해야 할 일까지 대신한다. 직접 나서 시장을 열고 좌판을 깐다. 작품을 팔 수 있는 기회가 없고 당장 민생고는 해결해야하기에 선택한 길이지만, 이젠 그러한 행위가 시대의 흐름인 냥 보편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만큼 '작가=사업자'라는 등식이 익숙해지고 있는 셈이다.

허나 작가들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가에 관한 자문이 삭제된 이미지덩어리를 '작품'이라고 내놓는 현실을 합리화하는 건 사실상 구조 탓이 크다. 그리고 그 구조의 정점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같은 산하 기관을 내세워 작가들을 시장으로 내모는 정부가 있다. 즉, 정부야말로 예술가들이 사회적?역사적?미술의 맥락에서 기존의 어떤 것에 의미적으로 견주길 포기하고 '시장소비재'로써의 재화제작을 강요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권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산하기관들을 통한 시장중심정책을 고수해 왔다. 한쪽에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예술가들의 자유를 옥죄면서 다른 한쪽에선 미술시장진흥을 기초예술 보호로 오판한 미술시장정책을 펼쳐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가난한 미술계에서 돈을 쥐고 흔들며 예술가들을 줄 세웠고, 현장에 개입해 미술의 역할을 자본시스템이라는 프레임에 가뒀다. 심지어 작가들이 직접 나서 대중에게 작품을 팔고 수익을 갖게 하는 '작가미술장터'까지 마련해주며 예술의 상품화, 예술가들을 장사꾼으로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예산으로 치러지는 작가 직거래 미술장터는 문제가 많다. 일단 미술계 내 유통질서를 교란하고 예술을 매개로 사회와 인류공통의 화두에 끝없이 질문하는 미학적인 태도에 앞서 '취향공동체'에 읍소하는 작가관을 조장한다. 여기에 아직 무르익지 않은 작가들에겐 철학적 사고 대신 얄팍한 자본논리부터 제공하는 위험도 있다.

넓게 보아 '문화산업'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시장 중심 정책은 미술의 책무마저 외면하는 현상을 낳는다. 인류공통의 이슈를 지각과 감수성의 층위에서 창조적으로 담아내며, 사회와 인간의 관계를 해석하는 예술적 입장이 소홀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대중에게 예술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미술시장 중심 정책은 그리 긍정적일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시장론'을 '예술론'으로 착각한 듯 상품으로서의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영역에 작가들을 떠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정권이 바뀌었어도 마찬가지다.

미술인들의 소득과 관계되는 자유와 권리에 대한 인정 및 관심을 부정해서도 안 되지만, 그것이 곧 단순산업생산과 구별되지 않는 지점을 가리키는 게 아님을 정부는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경영', '시장', '유통'이 무너진 기초예술과 붕괴된 예술현장을 살리는 대안 역시 아니라는 것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징재화인 미술은 예사로운 경제적 기준에 저항할수록 예술의 가치와 자율성을 지켜낼 수 있음을 작가들 또한 기억해야한다.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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