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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윤휘종의 잠시 쉼표] 21세기 개미와 베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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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복잡해지면서 돈 버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개미와 베짱이' 동화의 개미처럼 열심히 일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 등을 거치면서 인류의 생산성이 급격하게 향상됐다. 그 결과, 개미처럼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무궁무진하게 열렸다. 동화에서 베짱이는 추운 겨울에 굶어죽었지만 지금의 '베짱이'는 개미들보다 더 호화롭게 살기도 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란 미국계 헤지펀드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분 10억달러 어치를 확보한 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관심이 뜨겁다. 엘리엇 측은 현대차그룹에 "각 계열사의 기업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재무상태를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 자본수익률을 어떻게 높을 것인지 보다 상세한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정몽구 회장 부자, 현대모비스, 현대차 및 계열사 등으로 단순화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방안에 대해 정부도 비교적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엘리엇을 만족시키지는 못한 셈이다.

그도 그런 것이, 엘리엇은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수년간 특정 기업을 연구·분석한 뒤 해당 기업의 지분을 일정 정도 이상 확보해 주주의 입장에서 해당 기업의 경영전략 변경,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편 등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주가가 오르면 그 차익을 챙겨 돈을 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타깃은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기업만이 아니다. 2001년에는 아르헨티나의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한 뒤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뜨리기도 했다. 당시 엘리엇은 아르헨티나 군함 세 척을 압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시 '돈 버는 다양한 방법'으로 돌아가보자. 자본을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으로 나눌 경우 삼성이나 현대차 등은 산업자본에 속한다. 산업자본은 상품이나 재화를 생산·판매·유통함으로써 돈을 벌고 사회 공동체에도 이런저런 형태로 기여를 한다.

 

직원들을 고용하고, 필요한 부품과 기자재들을 구입하면서 중소기업들에게 사업의 기회를 제공한다. 부를 창출한 뒤에는 세금을 납부해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함으로써 연구개발이나 교육에도 기여한다.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는 것이다.

금융자본의 경우 산업자본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산업자본은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커 온 반면, 금융자본은 독점자본주의 단계에서 형성됐다. 즉,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뒤에 산업자본과의 밀착관계를 형성이란 필요에 의해 등장한 자본이다. 금융자본은 은행에서 분화돼 증권, 펀드 등으로 복잡하게 변신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자본과 달리 금융자본은 사회에 기여하고 상생한다는 개념보다는 '돈'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미국 중산층에 무리한 부동산대출을 하면서 파생상품을 옥상옥으로 만들어 '폭탄돌리기'를 했던 2007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촉매가 됐다. 금융자본이 전 세계를 경제위기에 몰아넣은 것이다.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도 부가가치 창출이 없어 사회에 기여하는 지본이 아니다. 대주주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얻은 소득은 고스란히 헤지펀드 운용자들이 가져갈 뿐이다.

일부에선 헤지펀드를 '소액주주의 대변인'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만, 정말 이들이 소액주주를 대변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인지, 그들의 목적을 위해 소액주주를 이용하는지는 모른다.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 '왜' 돈을 버는지가 중요하다. 우리가 이병철 삼성 창업자, 정주영 현대 창업자를 '기업인'으로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사업보국, 즉 사업을 통해 국가(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돈을 벌겠다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엇의 돈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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