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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오징어회가 오징어포보다 왜 비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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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부터 정부 개헌안이 각 부문별로 발표되기 시작했다. 첫날인 20일에는 개정될 헌법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전문(前文)과 기본권의 내용이 공개됐다.

 

그런데 첫날부터 정부 개헌안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수준 임금지급'의무 등 노동자 권리를 대거 강화하는 내용을 헌법에 신설하겠다는 게 논란이 되고 있다.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수준 임금지급이란 쉽게 말해 같은 가치의 일을 했다면 그에 따른 보상도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와 평등이 양대 원칙인 자유민주주의에서는 당연한 소리다. 그 사람의 출신이나 학력이나 성별에 관계 없이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했다면 당연히 동일한 수준으로 임금도 받아야 한다.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수준 임금지급은 애덤 스미스, 리카르도에 이어 카를 마르크스로 이어지는 고전경제학파의 '노동가치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들은 상품의 가치가 인간의 투입된 노동량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는 '노동가치설'을 토대로 '잉여가치론'을 만들어 자본주의의 경제적 운동법칙을 설명하며 자본주의의 필연적 멸망을 주장하게 된다.

하지만 고전경제학파의 주장은 생산성이 급격히 발달하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간의 노동력이 상품의 가치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효용이 상품의 가치를 창조한다는 '효용가치설'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노동력이 많이 투입된 말린 오징어나 가공오징어가 오징어회보다 가치가 적다는 걸 '노동가치설'은 설명하지 못한다. 유명 연예인이나 삼류 연예인이 똑같이 공연했는데, 그들이 받는 출연료는 천지차이란 점도 설명하지 못한다.

정부의 개헌안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조치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한다. 특히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우리 사회에 큰 문제로 지적돼 온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금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있으나 실제로 별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듯싶다.

하지만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헌법학자들은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지급 노력 의무를 국가에 부여하는 것은 노동관련법에서 정할 문제이지, 헌법에 들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위법령을 바꾸면 될 문제를 상위법인 헌법에까지 명시하는 것은 편향이라는 것이다. 헌법은 이념적으로 편향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법학자들의 견해다.

아울러, 현실적으로도 커다란 벽이 있다. '동일 가치 노동'을 누가, 어떻게 측정하느냐 하는 문제다. 물론 헌법이 개정돼야 세부적인 내용이 논의되겠지만, 이 역시 커다란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30년이나 된 헌법을 현실에 맞게 고치자는 총론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는 급격히 변했는데 여전히 과거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은 한번 고치면 지금처럼 몇십년이 가는, 국가의 뿌리에 손을 대는 일이다. 헌법이 편향되거나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가 될 경우 그 뒷수습을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사회 패러다임을 크게 뒤흔드는 이슈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개헌 이슈가 또 터졌다. 사회 변화상에 맞게 우리를 옥죄는 법과 제도 등의 틀을 바꾸는 것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거대담론일수록 최대 다수의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혼자 앞서가며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채근하는 것보다 함께 가는 것이 더 멀리 간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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