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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⑥ 자원 순환 도시 첫걸음 '서울 새활용 플라자'

서울 새활용 플라자./구서윤 인턴기자



예나 지금이나 폐기물은 나라의 골칫거리다.

조선시대 실학자 박제가는 청나라 견문기 '북학의'에서 "가축을 놓아 기르면 곤장이 100대이며 재를 길거리에 놓아 기르면 80대로 다스리니, 말·소 등의 가축은 외양간을 만들어 길렀으며 잿간을 만들어 인분과 섞어 거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인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세계 최상위권이다. 미국의 97.7㎏보다 많다. 유행에 따라 즉시 신제품을 내놓는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의 확대로 의류 폐기물 양도 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성동구에 '서울 새활용 플라자'를 열었다. 이곳에선 버려진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 방법을 바꾸는 '새활용(업사이클링·Upcycling)' 연구와 상품 판매, 교육과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새활용은 폐기물을 분쇄하는 등 물리적·화학적 변형을 가하는 재활용(Recycling)과 달리, 환경을 지키고 자원 순환을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상 속 생산·유통·소비의 건강한 순환을 경험할 수 있는 새활용 플라자는 지난해 서울시민이 뽑은 '잘 생겼다 서울 20'에 선정됐다.

'쓰레기 없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 만든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서울시가 쓰레기 새활용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만든 이곳을 다녀간 시민들은 '새활용'과 '재활용'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됐다. 문제는 새활용을 일상속에서 몸소 실천하는 길만 남았다.

새활용 플라자 2층 천장에 플라스틱 병을 새활용한 샹들리에가 설치돼 있다./이범종 기자



◆새활용 소재 한자리에

지난달 17일과 6일 찾은 새활용 플라자는 시민들이 아직은 낯선 새활용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돼 있었다. 1~2층 천장에는 유리·플라스틱 병을 새활용한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 1층에는 지난해 12월까지 열린 '2017 서울 새활용전: 지구를 위한 약속' 전시장이 마련돼 있다. 전시 기간이 끝난 지금은 온라인으로 예약을 해야 관람할 수 있다. 이곳 전시장에서는 새활용 기업들이 우유갑으로 만든 지갑과 자동차 가죽으로 만든 가방, 유리병으로 만든 접시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은 "재활용은 물건을 변형해 다시 쓰지만, 새활용은 버려진 물건 자체를 더 가치있게 만드는 일"이라는 안내원의 설명을 신기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지하 1층 '새활용 소재 은행'으로 내려가니, 한 어린이가 "엄마, 우유갑으로 지갑 만들어줘"라고 말했다. 정모(38) 씨도 "아이가 새활용 소재들을 직접 보고 만지면서 자원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가서 함께 유리병으로 조명을 만들어 볼 생각"이라며 미소 지었다.

새활용 소재 은행은 새활용 소재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준다. 새활용 산업 생태계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은행에서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새활용 소재의 실물과 전시된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을 볼 수 있다. 폐목재, 헌 책, 폐 비닐, 폐타이어 등 20종의 소재가 전시돼 있다.

새활용 플라자에는 우유갑으로 만든 지갑(사진 왼쪽), 유리병으로 만든 접시와 조명 등이 전시돼 있다./구서윤 인턴기자



2층 '새활용 소재 라이브러리'는 앞으로 유통될 새활용 소재 200여종을 전시하는 곳이다. 새활용 소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기도 한다. 전시돼 있는 소재 모두 만져볼 수 있다.

3~4층은 디자이너와 작가 등의 스튜디오 공간과 쇼룸으로 구성된다. 이곳에 입주한 디자이너는 자유롭게 제품을 제작하거나 방문객을 상대로 체험학습도 진행한다.

이곳을 방문한 시민들은 생소했던 새활용을 몸으로 익히며 '더 높은 단계의 재활용'에 관심을 갖게 된다. 새활용 플라자에 입주한 남금호 글라스본 대표는 "유리병을 새활용해 접시나 시계 만드는 체험을 한 사람들은 결과물을 보고 만족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새활용 플라자는 관련 사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새활용 제품의 외연을 넓히는 역할도 한다. 이곳에서 편집샵을 운영하는 김경준(32) 업사이클리스트 대표는 "업사이클 업체가 소재를 얻기도 쉽지 않고 작업 공간을 확보하기도 어려운데, 새활용 플라자에서 소재도 제공해주고 월세도 한 달에 5~6만원으로 저렴해 부담이 적다"며 웃었다.

또 다른 작가도 "업사이클링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며 "방문한 시민들은 소재가 다양하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고 거들었다.

지난달 17일 새활용 플라자를 찾은 어린이들이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구서윤 인턴기자



◆콘텐츠 보강도 과제

새활용 플라자는 평일 오후임을 감안하더라도 한산했다. 새활용 플라자와 장한평역을 30분 간격으로 오가는 셔틀버스에는 아무도 없거나 1~2명만 타고 있었다.

이곳에 입주한 한 작가는 "지난해 9월에 개관한 뒤로 아직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역할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새활용에 대한 인식개선도 필요하고,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부족한 실정이다. 하루에 두 번 있는 현장학습을 신청하지 않은 방문객은 전시장과 소재은행 등에 출입할 수 없다. 스튜디오와 상점 등이 있는 3~4층만 볼 수 있다.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은 정모 씨는 "현장학습 시간을 놓쳐 전시장에 들어가지 못해 아쉽다"며 "큰 맘 먹고 찾았는데 볼 것이 많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새활용 플라자 누리집에는 지난해 이후 새로 만들어진 교육 프로그램도 등록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새활용플라자 관계자는 "지난해 전시가 종료된 이후 새로운 전시를 열어야하는데, 언제 다시 개방할지 아직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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