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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스마일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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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언론인·세태평론가

입 꼬리를 올리고, 방긋방긋 미소를 지어본다. 새해 습관 하나를 결심한답시고 떡하니 시작한 표정운동, 나는 아침마다 스마일댄스를 한바탕 춘다. 어라, 내 표정이 이랬나? 낯설기 짝이 없다. 거울 속의 어처구니없는 모습. 참 딱하기도 하지.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내가 왜 이러나 싶다. 마음이 무거울 때도 방긋하자니 난처하다. 이런 억지도 없다. 어릴 적에 다툰 친구와 화해하면서 고개를 모로 돌린 채 넌지시 손을 내밀던 엉거주춤한 표정이랄까. 어색하다.

급기야 웃음이 빵 터진다. 그 웃음 한 자락이 하루를 산뜻하게 만든다. 거울 무대 앞에선 마음의 밝기가 어떠하든 상관치 않는다. 침울해도 미소를 춤추다보면 화사하게 밝아지니까. 거울 속의 방긋 만들기는 하루를 생기발랄하게 하는 비타민이다. 효과는 의외다. 얼굴이 활짝 펴진다. 섬세한 감정 세포들이 너도나도 춤추니 그럴 것이다. 얼굴을 환히 밝힌다. 반사돼 돌아오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다. 한번 충전된 웃음 배터리는 저물녘까지 간다. 미소의 힘이다.

방긋 표정에 죄다 꽂히니 공연히 시내 표정까지 읽게 된다. 미세먼지가 어슬렁거리던 엊그제, 시내 거리는 찌뿌드드했다. 그날 한 은행에 들렸다가 미소의 힘을 봤다. 점심 무렵이어서 북적댔고, 그만큼 오래 기다려야 했다. 그 후줄근한 기분을 개운하게 씻어준 건 창구 직원의 해사한 미소였다. 짧고 따스한, 그러나 강력했다. 그 미소의 세계에는 잘 가꾸어 놓은 꽃밭들이 알록달록 조성돼 있을 것만 같았다. 고객 마음을 춤추게 하는 이른바 미소마케팅의 위력이다.

가슴을 파고드는 저 감동 미소의 상아탑이 어디 하루아침에 표출될까. 순간 거울 속에서 헤매던 내 어설프고 어쭙잖은 미소와 극적으로 대비됐다. 거울을 보며 미소의 터를 얼마 동안 다져왔던 걸까? 그 꽃밭을 가꾸는데 얼마만큼 정성을 쏟은 것일까? 정성과 시간의 거름으로 가꾼 미소의 밭! 혹자는 행복해서 미소를 짓는 게 아니라 미소를 지어서 행복해진다고 했더랬다. 고수들은 그런 상관관계의 밭을 일구면서 미소의 꽃과 행복의 열매를 캐고 있었던 거다.

자신의 마음의 텃밭을 닦고 가꾸어, 주변 이웃들을 기분 좋게 하는 미소. 단 몇 초의 방긋 미소가 팍팍한 세상을 따스하게 바꿔놓게 하는구나 싶다. 그러고 보니 작은 배려가 가까운데 있었다. 미소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마음의 샘터가 밑천이다. 마음이 종잣돈이고, 마음의 밭을 잘 가꾸면 화수분처럼 샘솟는 게 미소랬다. 그러나 그 누구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미소다. 그렇다고 해서 빼앗을 수도 없다. 살아 있는 숨결 같은 것이기에 그럴 것이다. 미소의 마력이다.

미소는 방긋거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설렘을 선사한다. 반짝거리는 햇살을 품은 큰 호수처럼 느낄 때가 더러 있다. 미소가 퐁당! 하며 잔물결이 호숫가 가장자리까지 번져오듯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그런 사람이 있다. 향기로운 사람이다. 산과 강, 들판을 거닐다보면 그런 미소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미소는 공짜다. 산속의 계곡 물과 공중에 떠다니는 공기처럼.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 물과 공기는 쉬 오염된다. 인간이 만들어낸 오폐수와 미세먼지의 역습이다.

미소는 절대 오염되지 않는다. 외려 좌절과 절망으로 오염된 아픈 가슴을 위안과 희망으로 치유한다. 갈고닦으면 빛난다. 어둡고 오염된 곳에 있으면 더욱 반짝거리고 값지다. 진귀한 보석인 것이다. 마음 어딘가 묻혀 있을 그런 보석을 여태 캐지 않고 방치한 건 아닐까? 그래서 우리네 얼굴 표정들이 팍팍한 건 아닐까? 미소는 취미로 즐기는 기호품이 아니다. 번잡한 삶을 살아갈 필수품이자, 친절의 아이콘이다. 내가 매일 아침마다 스마일댄스를 연습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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