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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창업/취업

[르포]서울 종로·명동등서 만난 사장님·알바생들의 '최저임금' 이야기

"오르는 건 좋은데 일자리 걱정이", "당장 부담이…중장기 대안 마련 절실"

올해부터 시간당 7530원이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보다 16.4%나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주는 사람은 주는대로, 받는 사람은 받는대로 달갑지 않다.

700만명에 이른다지만 정확한 통계를 잡기도 힘든 소상공인들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앞으로 최저임금을 더 올리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달리 먹고 살길이 걱정이다. 주로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소위 '알바생'들도 시급을 더 받기 전에 자칫 일자리를 잃어버릴까 노심초사다.

수 많은 음식점, 편의점 등이 몰려있어 최저임금의 명암을 여실히 살펴볼 수 있는 서울 종로와 명동 일대를 지난 주말 다녀왔다.

◆오르는 건 좋지만 일자리 없어질까 '걱정'

"시급 오르는 게 마냥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서울 종각 젊음의 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홀서빙 알바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이씨(25)의 말이다. 이씨는 전문대 자동차 정비과를 나와 중소기업에도 일했었다. 좀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고 싶어 그만뒀지만 사람구하는 곳이 많지 않아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식당일을 시작했다.

하루 꼬박 12시간 일하고 있는 그는 이곳을 자신의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씨는 "알바 입장에선 (최저임금 상승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기존 알바비로는 월세와 교통비 등을 내고 나면 빠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사장님 눈치도 많이 보였던 게 사실이다. 내가 그만둬야 하나 걱정도 됐지만 사장님이 몇 달은 지켜보자고 해 아직까지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피씨방에서 일하는 대학생 김씨(22)는 최저임금 상승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피씨방의 경우 최근엔 카페까지 겸업을 하면서 알바생이 자리 정리 뿐만 아니라 커피 같은 음료 종류를 비롯해 핫도그, 라면, 오므라이스 등 식사류까지 만들어야 한다.

김씨는 "내가 카페 직원인지 식당 주방장인지 모르겠다"며 "요즘은 피씨방 일이 힘들다고 소문이 나면서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다. 24시간을 두 명이 2교대로 했던 적도 있다. 낮에도 점심시간에 오는 직장인들이 꽤 많다. 저녁이면 두 배로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잠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을 때도 많다. 시급 상승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올랐다지만 편의점은 딴 세상이다. 편의점은 예전부터도 시급이 낮은 편이었다. 야간수당을 받아도 최저임금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낮에는 직장에서, 밤에는 편의점에서 일을 한다는 박씨(35). 두 아이의 아빠인 박씨는 일자리가 있는 것만해도 감지덕지다. 박씨가 일하는 매장은 총 6명의 직원이 근무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때문에 결국 사장이 인원을 줄였다. 바쁜 시간엔 아예 사장이 직접 나와서 일을 한다. 박씨는 "시급이 오르면 가장 먼저 하는 게 인건비 절감이다. 혹시 내가 짤리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 했었다. 가족의 생계가 걸려있어 언제 새 일을 구하나 걱정도 많았다. 나처럼 투잡하는 가장들은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매장 직원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종로구 소재 한 병원에서 만난 간병인 오씨(59)씨도 마찬가지다. 오씨는 10년간 간병인 일을 했다. 젊을 때 간호사로 일했던 덕분에 일은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암으로 쓰러지면서 다시 병원 일을 시작했다.

오씨는 "아직 바뀐 건 없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떠도는 얘기만 있다.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일당이나 근무시간이 달라질 것 같다. 나이도 있어 종일은 못 하는데 그마저도 줄어들까봐…."라며 말끝을 흐렸다.

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간병인도 "아마 우리 일하는 시간을 줄이거나 낮은 월급 받는 중국 동포를 쓸 거다. 지금도 간병인은 젊은 중국 동포들이 많다. 소개소나 병원은 그 쪽을 더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각 젊음의 거리에는 많은 알바들이 종사하는 곳 중 한다./임현재



◆당장은 부담되지만…중장기적 대안 마련 '절실'

명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박씨(52)는 최저임금 이야기를 꺼내자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장사가 잘 될 때는 명동에서 가게를 두 개 운영할 정도였다. 매니저 한 명에 직원 네 명을 뒀었지만 사드 여파를 직격으로 맞아 매출은 급속히 악화됐다. 직원은 물론 매장도 하나로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매니저와 단둘이서 가게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과의 관계 복원 소식에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연초로 넘어오면서 최저임금 인상은 현실이 됐다.

박씨는 "매장 지출을 아무리 줄여도 인건비는 큰 부담이었다. 매니저한테는 말 못 했지만 차라리 아내랑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게 최선의 선택이다. 고민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명동의 한 신발 매장에서 점장을 하고 있는 정씨(33). 그는 최저임금 상승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직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에 좋은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기존처럼 고정 정직원은 두고 고객이 집중되는 행사 기간이나 주말에만 인원을 추가로 배치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씨는 "초보자를 쓰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경력직을 적극 활용하면 매출도 오르지만 직원들도월급을 더 가져가는 장점이 있다"면서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상승에 동의하며 제대로 안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가게주인도 만났다.

종각 일대에서 돼지갈비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점주가 당장 피해를 본다. 나도 그렇다. 지금도 매출을 보면 걱정이 된다"며 하지만 "알바생들이 적게 받는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다 부정적이다. 은근히 점주와 직원이 대립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어떻게 제도를 보완할지, 현장 목소리를 전해야지 이런 큰 이슈로 가족 같은 매장 식구들과 편을 가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점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던 명동 쇼핑 거리/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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