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戊戌年) 새해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져봅니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는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 메트로신문은 '2018 희망을 외치다'를 주제로 신년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제1부 기업&일자리가 희망이다를 시작으로 ▲제2부 재테크가 희망이다 ▲제3부 저출산 극복, 고령화 대비가 희망이다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재계가 무술년 새해를 맞아 고삐를 바짝 쥐고 다시 뛸 채비를 하고 있다. 여의도 빌딩숲 뒤로 새해를 맞이하는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재계가 무술년 새해를 맞아 고삐를 바짝 쥐고 다시 뛸 채비를 하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는 성장엔진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새해를 맞는 기업들의 마음은 적지 않게 무겁다. 환율·금리·유가의 '3고(高)'를 비롯해 강화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최저임금·법인세 인상 등 어느 것 하나 우호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업 환경은 그 어느 해보다 정치적이나 사회적으로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수년간 이어진 정체를 딛고 무역액은 3년 만에 1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대로 복귀했다.
호실적을 보여준 우리의 경제 성적표는 기업들이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현재와 같은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성장엔진으로 불리는 기업들이 망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제조업 상장사 매출은 603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증가했다. 제조업 영업이익 증가율은 77.8%로 2015년과 2016년의 6.9%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으로 높은 수익성을 달성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기전자의 경우 반도체 호황 등으로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21.5%, 영업이익이 243.8% 증가하며 전체 제조업 상장사 매출액의 35.6%, 영업이익의 57.0%를 차지했다.
제조업 전체 실적에서 전기전자업종을 제외하면 매출액 증가율은 11.2%에서 6.2%로, 영업이익 증가율은 77.8%에서 8.4%로 급락한다.
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반등에 성공했지만 산업간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여기에 지난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반도체마저 경기전망 논란에 휘말려 있어, 산업 전반의 펀더멘탈 회복을 위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 같은 한국 경제 상황에 문제성을 인식하고 올해 '혁신성장'을 전면에 걸고 경제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학계와 경제전문가들은 혁신성장도 좋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뭔가 하려고 하기보다 시장에서 혁신성장이 가능하도록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나 정부는 올해 개개인의 임금수준을 높이고 근로시간을 단축해 삶의 질을 적극 개선하는 한편,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꾀하겠다는 목표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경제 정책이 서로 지향점이 다른 정책들이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법인세 인상이 혁신성장과는 맞지 않다는 얘기다.
당장 올해 법인세율이 인상됨에 따라 일자리 10만여 개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연은 "한국과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역전돼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투자 감소와 지분의 해외 유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투자 감소와 자본 유출로 한국의 GDP는 앞으로 10년간 한 해 평균 1.7%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29조4000억원이며, 일자리 수로 환산하면 10만5000개 감소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정부가 불균형 성장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이 투자·고용을 저해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기업과 경제 생산성이 향상돼야 일자리도 늘어나고 체감 경기도 나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민간이 혁신을 주도하고 정부는 조력자 역할로 지원하는 협력체계를 구성해야 한다"며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민간 부문에서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해 규제 완화, 신규 일자리 세제혜택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혁신성장과 신산업 발전 촉진을 위한 규제혁신 방안과 낮은 노동생산성 제고와 고용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은 꼭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중장기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기업 등 경제주체의 협조와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규제 개혁과 같은 인센티브 방안과 함께 다양한 고용제도로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공격적 투자나 일자리창출에 적극 부응하고 싶어도 정부의 현 경제정책으로는 경영 기조가 보수화될 수밖에 없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낮춰 결과적으로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정부가 세계적 추세와 상관없이 국내 여건만 보는 오류를 범해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