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지원들이 생산한 낸드플래시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2017년 한국 산업계가 미국과 중국의 경제에 시달렸지만 호황을 누리며 수출 성장을 이끈 업종이 있다.
29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와 석유화학 호황 덕분에 지난 3분기 전체 제조업 영업이익에서 전기전자·화학 업종 비중은 69.19%에 달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호황에 힘입어 우리나라 수출도 11월 기준 전년 대비 16% 성장했다.
우선 반도체는 올해 3분기까지 전체 수출의 16.1%를 차지하며 13대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11월 누적 기준 반도체의 수출 기여도는 42.9%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리며 스마트폰, 서버, IoT 기기 등의 수요가 성장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급등한 덕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갈아치웠다. 3분기까지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매출액 53조1500억원, 영업이익 24조3000억원을, SK하이닉스는 매출액 21조820억원, 영업이익 9조256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액 합이 100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도 사상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제품 수요가 늘었고 자연재해와 설비 노후, 환경규제로 인해 미국·유럽·중국 등지 생산시설 가동 중단도 잇따랐다. 국제유가는 올해 3분기까지 배럴당 50달러대에서 60달러를 향해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안정된 원재료 가격과 수요 급증, 공급 감소가 맞물리며 제품 가격과 스프레드(마진)가 동시에 오른 덕분이다.
올해 3분기까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거둔 영업이익은 5조6255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3조2000억원, GS칼텍스 2조원, 에쓰오일 1조5000억원, 현대오일뱅크 1조3000억원 등을 기록해 4사 연간 영업이익이 8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도 2017년 호황을 누렸다. 사진은 바레인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시추기. /뉴시스
대표적인 화학기업들의 실적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지난 3분기에 누적 영업이익 2조3135억원을 기록, 이미 전년도 영업이익 1조9919억원을 뛰어넘었다. 업계는 LG화학이 3조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기록, 역대 최고 실적을 갱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역시 2조9000억원대 영업이익이, 한화케미칼은 8200억원 정도의 실적이 예상된다.
다만 두 업종 모두 내년 전망은 갈리는 모습이다. 반도체 산업은 당분간 슈퍼사이클을 이어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과 코트라는 세계경기 회복과 OLED TV, 인공지능(AI) 스피커 등의 확산으로 반도체 호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스마트폰과 PC, 서버 등에 국한됐던 전통적 반도체 기기 외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산업 현장의 자동화 기술 수요와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따른 전장부품 수요 증가 역시 기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져 '치킨게임'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석유화학은 유가 상승으로 인해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부터 급격히 상승하는 국제유가는 석유화학 기업들에 원료비 부담 증가 요인이 된다. 제품 가격 상승은 수요 감소도 견인한다.
북미에 셰일가스를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에탄분해설비(ECC)가 가동되고 우리 정부가 내년부터 산업용 심야 전기요금을 올리기로 한 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원료비와 공장 가동비용이 증가해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와중에 미국 경쟁사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정부가 석탄 사용을 줄이며 액화천연가스(LNG)를 난방용으로 공급해 일부 석유화학 시설 가동이 중단된 것과 인도에서 석유와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매년 10%씩 증가하는 점은 호재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