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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스마트폰이 만든 '보이지 않는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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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 우리나라에 PC와 초고속인터넷망이 한창 보급될 당시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었다. 21세기는 정보를 가진 자가 부와 권력을 갖는데, 소외계층이나 빈곤층은 PC나 인터넷을 이용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부와 권력에서 더 소외되고 빈부의 차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였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보격차 해소 의지에, 기업들의 활발한 마케팅 등에 힘입어 정보격차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한 때 전 세계를 호령하며 'IT 강국'으로 이름을 날릴 정도로 IT산업이 발달하다보니 집집마다 PC와 초고속인터넷이 깔렸고 전국 곳곳에는 수많은 PC방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정보격차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갑자기 너무 빠르게 IT가 국민의 생활 곳곳에 퍼지다보니 정보격차가 아니라 오히려 '인터넷중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금은 PC를 넘어 스마트폰 천지가 됐다. 대한민국 인구는 5170만명이 넘는데 휴대폰 보급률은 지난 2010년 이미 100%를 넘어섰고, 올해엔 한국의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전체 인구의 77.7%를 넘는다고 한다. 특히 서울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전 세계 500개 도시 가운데 룩셈부르크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라고 하니, 스마트폰 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스마트폰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낳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 수준을 넘어서 인간관계와 사회관계에까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들은 곁에 있는 사람에겐 관심이 없고 스마트폰을 통해 저 너머에 있는 누군가에게만 관심을 보인다. 식당에서, 커피숍에서, 마주 앉은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지 않고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는 풍경을 흔히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을 만들었지만, 반대로 보이지 않는 벽도 만들었다.

심지어 스마트폰에 너무 많은 걸 의존하다보니 요즘은 오직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을 판단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세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려하기보다는 자신의 SNS에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놓고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모아놓는다. 그것이 사실이든 '가짜뉴스'든 상관 없이 말이다.

정치적 이슈가 발생하면 스마트폰에 갇힌 사람들의 반응은 극에 달한다. 최근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둘러싸고 '혼밥' 논쟁, '홀대론'이 벌어졌을 때도 그랬고 한국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폭행을 당했을 때도 그랬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일본 아베 총리 면담을 놓고도 마찬가지였다.

각자의 정치적 색채에 따라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갈려서 본인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만 모으고 있다. 본인의 주장에 반하는 사람은 인신공격성의 격렬한 댓글을 달거나 아예 친구관계를 끊기까지 한다. 어차피 가상의 세계에서 맺은 친구사이여서 관계끊기도 쉽게 한다.

한 때 일부 소수의 신문과 방송이 여론을 장악했다. 이제는 본인의 주장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됐다. 예전처럼 '호남'대 '영남'으로 나뉘어, 그 사람이 그저 어디 출신이란 것 하나만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지역갈등이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스마트폰을 통해 새로운 벽이 생기고, 그 벽이 더 견고해지려 하고 있다. 이건 우리 모두가 막아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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