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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기업가정신 발목잡는 '배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기업들이 배임죄를 빗대어 표현하는 말이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정신에 대해 위험을 무릅쓰고 붙잡은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기업가정신을 찾기가 쉽지 않다. 모험과 도전 정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배임' 때문이다.

국내 10대 그룹에 속한 한 대기업의 임원은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미래를 보며 위험을 감수하면서 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손실이 발생할 경우 배임죄에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판단을 주저하게 된다"고 말한다.

섀도보팅 폐지와 자사주(자기주식) 활용 제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 가운데,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상법상 특별배임죄'에 대한 개정 목소리가 높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이뤄지는 경영인의 의사 결정이 잠재적 범죄 행위로 취급받는 지금의 법 제도 안에서는 기업이 제대로 경영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꿈도 못 꾸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14일 한국거래소의 자료에 따르면 롯데지주가 출범한 이후 지난 11월 한달간 주가가 12.4% 하락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배임 및 행령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오너 리스크'로 인해 주식이 저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롯데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추진 중인 '뉴 롯데' 프로젝트도 촤초될 위기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베트남 호찌민에 '에코 스마트 시티' 사업을 진행 중에 있고, 미얀마에는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식품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었지만 신 회장이 재판에 계속 매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10조원대 프로젝트가 미뤄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야심차게 추진해 오던 초대형투자은행(IB)의 인가가 무기한 연기됐다.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특수관계인 이재용 부회장이 배임 혐의로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신규사업이 보류됐다.

애매모호한 배임죄 판단 기준이 정권 초기 경제민주화 논리에 편승해 기업 때리기의 일환으로 변질되는 것도 문제다.

검찰은 최근 효성그룹 본사와 관계사 4곳을 압수수색했다. 3년 만에 효성의 '형제의 난' 사건을 재수사에 나선 것으로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제기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포착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 내 형제간 갈등은 지난 2014년 둘째 아들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친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 등을 계열사에 대한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1심에서 조 회장의 배임·횡령혐의는 무죄 판결이 났다. 많은 대기업들이 정부의 요구에 따라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상황에 맞는 회계처리 기준을 적용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심에서도 무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효성 총수일가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 관계로 맺어져 있다. 조 전 회장의 동생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의 아들인 조현범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의 사위다.

재계는 검찰의 이번 수사가 배임 수사를 가장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임죄가 당초 취지와 달리 변질된 것의 주요 이유로 법 적용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형법과 상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배임죄 성립에 대한 판단 기준은 '자신의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라는 것이 전부다. 대법원은 이를 '하거나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되는 행위는 대상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재판 과정에서 배임죄를 가리는 판단이 일정하지 않고, 무죄율도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특경가법상 배임과 형법상 배임죄의 무죄율은 각각 평균 11.6%와 5.1%로 전체 형사범죄의 무죄율(1.2%)보다 훨씬 높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국내 배임죄 처벌 사례를 보면 과도한 형사적 개입으로 보인다"며 "상법에 경영 판단 원칙을 적용해 경영상 판단으로 손해가 끼쳐지면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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