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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칼바람 속의 미생, 일용직 노동자



삶이 요동치는 새벽 인력시장에서 한국인의 심장은 쪼그라진다. 일당이 저렴한 조선족(중국 교포)과 중국인 불법체류자에 밀려 일용직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현장의 안전불감증과 대규모 공사에만 적용되는 퇴직금 공제제도 역시 청년들의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든다.

지난 11일 오전에 찾은 남구로역 일대는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국적과 자격이 갈리는 시장판이었다. 하나은행 앞에는 이른바 '증(신분증·안전교육 이수증)'을 가진 조선족 목수들이 모여있었다. 내리막길에는 대체로 자격 없는 중국인 데모도(비기술자·조수)들이 해체·정리 일감을 기다렸다.

은행 앞에서 만난 조선족 최모(46)씨는 "'짱깨(중국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들이 내 일을 가져간다"며 눈을 흘겼다. 한국인 오야지(팀장) 마모(31)씨는 "현장에서 조선족과 중국인 모두 싫어한다"며 "생각이 짧고 책임감도 없다"고 경멸했다.

일용직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이런 차별의식은 분노에 기인한다. 기본 16~18만원을 받는 한국인을 14~16만원에 일하는 조선족이 위협하고, 7~8만원에 허드렛일 하겠다는 중국인이 이들의 임금 상승을 막는다. 기공(기술자)에게 '선택의 폭'으로 작용하는 정리·해체 작업은 반값에 팔리는 중국인 데모도로 넘어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통닭집 주인이 적자를 메워보려 거리에 나와도 찾는 이가 없다. 허리 경제의 암담한 현실이다.

희망을 찾고 싶었다. 마씨는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돈을 벌 수 있다"며 "인력사무소를 거치지 않고 소장과 직접 연결해 팀장이 수수료를 떼가면 하루 80만원은 거뜬하다"고 설명했다. 복사한 신분증을 들고 다니며 값싼 중국인 데모도를 구하는 구조도 귀띔했다.

저임금 구조에 신음하는 일용직 세계에서, 국적과 법의 테두리를 넘나드는 생태계는 어두웠다. 착취는 어디에나 있었다.

일부 팀장과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젊은이들 인식이 문제"라고 했지만, 막말 푸대접에 안전 불감증이 지배하는 공사장은 여전히 '노가다판'일 수밖에 없다. 내국인 우선 고용과 더불어 건설기술노동자를 안전한 전문직으로 양성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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