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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청년창업 37.5도] "내수용은 이제 그만" 카테난조에서 배우는 수출용 영어

17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안정호 대표는 "싱가포르 근무 당시 한 동료가 '한국인은 말 할 때 왜 책을 읽느냐'고 물어 난감했다"며 "반대로 외국인이 우리에게 책 속의 문어체를 외워서 말하면 대화가 제대로 되겠느냐. 함께 일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카테난조



지진이 없었다면 수능 다음날이었을 17일 오전. 사지선다형 문제풀이에 길들여진 한국 영어에 '끝없는 여진'을 경고한 사람이 있다. 안정호(38) 카테난조(C.A.T.E. NANZO) 대표는 "앞으로 육체노동을 넘어 화이트칼라 영역에서도 외국인과의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며 "입시 영어만 배우던 10대 흙수저가 낙오되는 구조에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설립 2년차인 카테난조는 직장인에게 1대 1로 비즈니스 영어를 가르치는 회사다. 논리적 글쓰기와 회화 외에도 이메일 작성법 등을 자문하기도 한다. 50~60명 규모의 수강생을 상대하다 보면, 쉬는 날 없이 일주일이 지나버린다. 분필은 안 대표가 잡는다.

"상대가 영어로 말 길게 하고 발음 좋으면 거기에 취하죠. 해외 랭귀지 코스 마치고는 '문법 따위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수준입니다."

일터로 향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안 대표는 "핵심을 파고드는 대화를 하면, 상대 외국인이 당신과 함께 일하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말만 길게 할 뿐, 미리 외운 문장으로 '읽기'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추구하는 영어는 비평적(Critical)·집중적(Attentive)·전략적(Tactical)·효율적(Efficient)인 비즈니스 언어다. 카테난조의 카테는 여기서 따왔다. 이같은 요소를 갖춘 학습법이 바로 작문이다. "툭 툭 던지는 일상 대화 말고, 일 하는 사람들의 대화를 하려면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하죠. 그러니 쓰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2015년 영국 코벤트리 대학 경영학 석사(MBA)를 마친 안 대표는 "당시에 숙어라고 생각한 표현들이 '70% 유사' 사유가 돼 논문에 재도전하면서 논리와 쓰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외워서 쓰기'에 익숙한 한국 영어로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첫번째 교훈이었다.

이후 국내 굴지의 대기업 싱가포르 지사에서 근무하면서 사업에 필요한 말투와 필체를 고민한 결과가 바로 카테였다. 같은 제목의 책도 올해 출간했다.

안정호 대표는 "해외 진출이 막막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마치 앱을 내려받아 쓰듯이, 우리 회사를 하나의 기획부서로 대여하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카테난조



"현실이 이런데도 입시와 토익에 집중된 국내 영어 시장은 이런 강사를 원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정작 일 하는 데 필요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현직 화이트칼라여서 몸값이 높지요."

원인을 제공한 공교육도 듣기와 쓰기, 말하기가 융합되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사람의 영어는 그래서 시험지 안의 동그라미에 갇혀 죽는다. 이런 환경에서 스타트업이 세워지고, 좁은 내수시장에서 분투하다 쓰러진다. 진짜 돈벌이 수단인 해외 수출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카테난조가 기업 홍보와 해외 진출 자문에 도전하는 이유다. 안 대표의 목표는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다. 비즈니스 영어 강의는 사업의 초석이다.

기자의 아이폰(iPhone 7)을 지긋이 바라보던 안 대표는 "오프라인의 앱 스토어(App Store)가 되는 것이 카테난조 2막"이라고 선언했다.

자문 계약을 맺은 회사가 비즈니스 영어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 안착하기까지, 카테난조라는 '기획부서'를 대여하는 개념이다. "언론 홍보와 영어 자문으로 기업들을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는 동안, 카테난조의 역량이 더욱 쌓이게 돼 선순환을 이루는 구조입니다. 일종의 공유경제죠."

해외 생활로 민족주의자가 됐다는 안 대표는 "나라 경제의 명운은 물론, 강대국에 의한 문화 잠식을 막는 데에도 진짜 영어를 하는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오한 네 글자 끝에 달린 '난조'에는 무슨 뜻이 담겼을까. 정답은 외계인 이름이었다.

"대학 시절 즐긴 게임 '외계왕자 난조'에서 따왔어요. 잡초같은 제 성격과 맞아서 영어이름도 난조입니다. 우리말로는 부조화를 뜻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겠다는 의지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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