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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IMF 들여온 前재경부 공무원 "효성 재판은 정부도 억울할 일"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항소심에서 IMF를 국내 도입한 공무원이 당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사진은 서울시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 /효성



효성 항소심에서 '효성 재판은 정부도, 공무원도 억울할 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등에 관한 2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1976년 재무부 사무관으로 임명돼 1997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담당관으로 IMF 구제금융을 국내 도입한 진영욱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진 전 사장은 "당시 얼마나 절박하고 어려웠는지 다들 잊고 이제 와서 요즘의 잣대를 들이민다"며 "그런 사고방식은 정부도 공무원도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효성물산과 효성중공업, 효성T&C, 효성생활산업 등을 ㈜효성으로 합병했다. 종합상사인 효성물산에서 많은 부실이 발생했지만 정부 등의 압력으로 이를 드러내지 못했고 자구책으로 ㈜효성과 합병을 결정했다. 이후 효성물산에서 발생했던 부실을 10년 동안 영업이익의 일부를 사용해 청산했다.

검찰은 10년 동안 영업이익의 일부를 부실청산에 사용한 것이 분식회계와 배임, 횡령, 탈세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영욱 전 사장은 "IMF 당시 상황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남아있지 않다는 책임감에 증인으로 나섰다"며 당시 국내 상황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1970년대 한국 정부는 강력한 수출촉진 정책을 시행했고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일본 종합상사 제도를 도입했다. 경제기획원이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면 상공부는 수출 집행 품목 등 기업의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재무부는 금융, 세제 관련 지원책을 만들고 집행하며 기업을 후원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이 화를 불렀다. 한국산 제품은 품질이 조악했고 해외 시장 정보 부족으로 마케팅 능력도 없었다. 결국 가격을 낮추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고 손해를 보면서 파는 출혈수출도 이어졌다. 수출이 활성화됐지만 국내 기업들의 부채는 늘어갔다. 그럼에도 기업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은행이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다. 당시 은행들은 부실이 커지더라도 수출 규모가 늘고 전체 외형이 확대되면 부실 비율은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해결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는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IMF 체제에서 이 문제가 터져 나왔다. IMF가 국내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30%대 금리를 책정하자 부채비율이 400~500%에 달하던 국내 기업들은 줄도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종합상사를 가지고 있던 기업들의 상황이 나빴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공적자금을 조성했지만 공적자금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기에 많은 재원을 조달할 수 없었다.

이에 정부는 기업들에게 '계열사 부실을 스스로 처리하고 법정관리는 맡기지 말라'로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1999년 말까지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200% 아래로 낮추지 않으면 도태시키겠다'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진 전 사장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맞추는 일은 불가능했다"면서도 "정부도 이를 알면서 요구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효성은 효성물산을 법정관리에 보내 부실을 청산하려 했지만 당시 주거래 은행인 한일은행은 조 명예회장에게 "살리려면 다 살리고 죽이려면 다 죽여라. 효성물산을 우량 계열사와 합치라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며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다.

실제 효성이 합병을 결정하자 1998년 7월 31일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는 '기업 구조조정 정책에 적극 호응하여 계열사 3사를 흡수 합병함으로써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수익성을 제고하여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함'이라며 효성의 합병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기업이 아닌 정부에서 보도자료를 만들고 배포할 만큼 공들여 압력을 가했다는 방증이다.

진 전 사장은 "효성 자체적으로 합병해 부실을 처리하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합병 과정에서 부실을 공개하면 효성물산이 즉시 상장 폐지될 상황이었다. 부실을 숨긴 채 합병해야 했다"며 "정부는 이미 외통수인 상황이었다. 일시적으로 투자자를 속이는 일이 될지언정 (부실을 공개하는) 그런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도덕적 비난은 중요하지 않은 시기였다"고 말했다.

진 전 사장은 "종합상사를 가지고 있던 다른 기업들도 우량 계열사와 합병시켜 부실을 감당하는 방법으로 살아남았다"며 "효성은 그래도 나았던 상황이다. 우량 계열사가 없던 대우와 쌍용은 그룹 자체가 죽었다"고 설명했다.

우량 계열사와 합병한 뒤 부실을 조용히 처리하지 못한 그룹은 정부가 나서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해체시켰다는 뜻이다.

검찰은 "IMF 당시 효성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힘들었다"며 효성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점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진 전 사장은 "효성이 효성물산을 법정관리로 처리하려 했다면 효성도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고 공적자금도 투입돼 국가 재정에 손해를 끼쳤을 것"이라며 "IMF 사태는 너무나 절박했다. 관치금융이라 비난할 수 있지만 당시는 그런 것을 따질 여유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IMF 사태 극복을 위해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은 최종 168조7000억원 규모까지 늘어났지만 현재도 이 자금의 회수율은 68%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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