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핫!이슈 지주사>(2)지주회사에 속도내는 기업들

<증시 핫!이슈 지주사>(2)지주회사에 속도내는 기업들

최종수정 : 2017-11-06 13:51:56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대신증권

SK는 지난 2007년 지주회사 그룹의 색깔을 바꾼다. 소버린과의 경영권 다툼 뒤 오너의 경영권을 안정시키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려는 조치였다. LG·한진·두산 등 대기업도 앞다퉈 지주회사로 전환한다.

이후 한동안 지주회사는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지주회사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다. 게다가 신규만 막고 기존의 순환출자는 인정해 주는 법안의 예외 조항 덕에 당장 전환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환경이 달라지면서 대기업은 손놓고 기다릴 처지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재벌 저격수가 대기업을 향해 칼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회에는 기업이 지주사로 전환할 때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자회사 의무보유비율이 올라가고 자사주 활용이 가로막히면 기업은 막대한 돈을 추가로 들여 자회사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지주사 전환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우리은행, SK케미칼 BGF리테일 등 크고 작은 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가 기업 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 정의선 부회장 능력은 검증…지주사는 언제쯤?

"삼성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정몽구 회장이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승계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하지만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차 전직 간부 A씨)

"앞서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변경하다가 겪은 파문에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변화의 전면에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재계 한 관계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지배력 확대와 지배구조 개편이 그룹과 재계 안팎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0일 로이터통신과 가진 첫 외신 인터뷰에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가) 큰 지배구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현대차에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데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회사 측에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현대차에 순환출자 구조 개선안을 제시할 것을 재촉하는 신호란 해석이다.

시장에선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이 밀접한 관계라 본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를 해소하는데는 지주회사 전환이 가장 좋은 방법인 동시에 정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다만 지주회사의 정점을 두고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사이에서 엇걸린 전망이 나온다.

지금껏 행보는 정중동이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승계 기초 작업은 꾸준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 행보 폭도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정 부회장은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취임했다. K시리즈로 기아자동차를 흑자반열에 올려놨다. 현대차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의 행보는 더 눈에 띈다. 자동차 전시회나 신차 발표회 때마다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었다. 한·중 갈등으로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자 정 부회장은 중국은 물론 세계 자동차 5위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 중동, 유럽까지 발로 뛰고 있다.

SK케미칼도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케미칼은 지주사와 투자부문을 담당하는 존속회사 'SK디스커버리'와 사업회사 'SK케미칼'로 인적분할한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분할 비율은 48 대 52로 분할 기일은 오는 12월 1일이다. SK디스커버리는 주식교환 등을 거쳐 SK케미칼, SK가스, SK건설, SK신텍, SK플라즈마 등 자회사를 거느리고 SK어드밴스드, SK D&D, SK유화 등을 손자회사로 두는 지주사 체제 구축에 나서게 된다.

회사는 사업회사의 화학(그린케미칼)과 제약(라이프사이언스) 사업의 분할도 검토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최창원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18.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태원 SK 회장 0.05%,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각각 0.05%를 갖고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24일 이건준 BGF리테일 부사장(경영지원부문장)을 BGF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홍정국 BGF리테일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BGF리테일 경영지원부문장과 BGF 전략부문장을 겸임하게 됐다. 홍 부사장은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의 장남이다. 이번 인사는 다음 달로 예정된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앞선 사전 대비 성격이다

▲ 신규상장 지주회사 공정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대신증권

◆ 규제가 지주사 전환 등 개혁 발목잡을 수 있어

기업들이 지주사를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지분율이 높지 않은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손쉽게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2, 3세로 경영권을 넘겨야 할 시기에 놓인 기업들이 하나 둘 생겨나는 상황에서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바람은 지주사 전환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하는 이유로 관측된다.

정치권에 부는 경제민주화도 영향을 주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 의무 보유 기준을 현재 상장사 20% 이상, 비상장사 40% 이상에서 각각 30% 이상, 50% 이상으로 각각 높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대신증권 양지환 연구원은 "행위제한요건 규제 강화 개정 안 통과 시 관련 기업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하는 기업들의 가장 큰 유인은 세제헤택이나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아닌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나 안정적인 지분율 확보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사주의 활용을 제한하는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지주사 전환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까지 대기업은 인적분할 때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하는 일명 '자사주의 마법'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새정부 들어 경제 민주화에 논의로 더 이상 마법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지난해 7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이 회사 분할 시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거나,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상법 369조에 의하면 회사가 가진 자기주식,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그런데 인적분할을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존 회사 주주들은 분할된 회사의 신주를 원래의 지분 비율 만큼 똑같이 배정받는다. 의결권을 가진 자회사 지분인 분할신주는 통상 오너 일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영향력도 덩달아 올라가게 된다. 적은 지분으로 큰돈 들이지 않고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어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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