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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잠잠할 날 없는 부산비엔날레

홍경한 미술평론가·칼럼니스트



임동락 전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이 지난 19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해 4월 연임에 성공한지 불과 6개월 만이다. 임기도 1년 이상 남았다. 하지만 작가들에게 지급된 작품보수비를 되돌려 받았다는 '국·시비 보조금 횡령' 의혹은 결국 그를 불명예 퇴진으로 내몰았다.

부산비엔날레의 명성에 흠을 남긴 임 전 위원장의 퇴진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오래 전부터 바람 잘 날 없는 부산비엔날레라는 시선의 중심에 서 있어 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임 전 위원장 운영체제에서 부산비엔날레 진두지휘한 윤재갑 전 2016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현 중국 하오아트 뮤지엄 관장)은 지난 2월 임 전 위원장의 전횡을 폭로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당시 윤 감독은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임동락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도 안 되고, 절대 해서도 안 되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며 "임 위원장 때문에 독립성과 공공성이라는 부산비엔날레의 기본 원칙과 존립 근거가 모두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자료에는 직원들에 대한 폭언과 인격비하 외에도 위원장이 작가 섭외 명목으로 외국 출장을 다니고 직접 작가들을 선정했다는 주장도 들어 있었다. 감독의 고유권한인 작가선정에 개입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방법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윤 전 감독에 의하면 임 전 위원장은 전시감독의 공식 메일에 몰래 들어가 어떤 상의도 없이 자신이 원하는 작가에게 공식 초청 레터를 발송했다. 그리고 해당 작가는 그 해 전시에 참여했다.

이밖에도 임 전 위원장은 수영강변 조각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설계도만 보고 뻥튀기 한 니콜라스 쉐퍼(프랑스, 작고)의 작품을 설치해주는 대가로 수영구에 위치한 고려제강에 거액의 기부금을 요구해 진위 및 가치 논란과 함께 권한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뿐 아니라 단순 통·번역 일에 직계 자녀를 공개채용절차 없이 채용한 후 전문 큐레이터에 맞먹는 급여를 지급해 구설수에 올랐다.

'국·시비 보조금 횡령' 의혹은 그 뒤에 벌어졌다. 의문스러운 기증서약서 허위 작성, 기증 작품에 대한 거액의 재료비 지급, 회계 집행과 인사 등의 문제까지 거론하면 2015년 첫 임기를 시작해 약 3년 동안 잇달아 온갖 추문에 오르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지난 19일 부산지역 11개 문화예술인 단체들은 임 전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부산문화예술인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건 비엔날레 전시감독 선임 갈등이 빚어진 2014년 6월 이후 두 번째이다.

임 전 위원장을 둘러싼 부산비엔날레 사태를 바라보는 미술인들은 씁쓸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집행위원장에게 부여된 과도한 권한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가하면 일부에선 이번 사태를 서병수 부산시장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월 전임 전시감독이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임 전 위원장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선임시킨 당사자가 바로 서병수 시장이기 때문이다.

잠잠할 날 없는 부산비엔날레를 두고 한편에선 지연과 학연, 코드와 보은에 휘둘리는 지역 환경을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한다. 지역에선 나름 권력 꽤나 지닌 일부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이 그들만의 울타리를 만든 후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폐쇄적인 문화정책을 주도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2011년부터 독립 격년제로 열어 온 '바다미술제'에서 부산 지역 인사들이 주요 자리를 꿰차 왔음을 확인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광주비엔날레와는 달리 부산비엔날레 이사회는 거의 100% 부산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2010년 부산비엔날레에는 부산지역 전시감독이라는 희한한 직책을 만들기도 했다.

보다 지엽적인 '관계성'도 부산비엔날레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에 한 몫 해왔다. 전시 개막을 불과 3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집행위원장 사퇴라는 홍역을 치른 2014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선정 파행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오광수 집행위원장은 예술 감독 선정위원회로부터 가장 많은 득표를 얻어 향후 부산비엔날레를 이끌 감독으로 선임이 확실시됐던 예정자를 뒤로 물린 채 계획에 없던 '공동감독제'를 고집해 파란을 일으켰다. 절차무시와 보은으로 의심되는 인사를 '끼워 넣기'했다는 의구심은 '보이콧'의 불씨였다.

이처럼 끼리끼리 운영과 독단,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희박한 상황에서 부산비엔날레의 방향을 말하는 건 무리다. 폐쇄적인 구조에서 국제전으로서의 위상을 바라는 건 애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에 직접 이의를 제기한 인사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부산비엔날레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내쳤고 잘라냈다. 그리고 귀담아 듣지 않은 결과는 오늘이 말해주고 있다.

■홍경한(미술평론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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