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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

[스타인터뷰]에픽하이 "데뷔 14년차, 늘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에픽하이/YG엔터테인먼트



3년 만에 정규 9집 앨범 발매…차트 석권

절망하는 이들에게 희망적 메시지 전하는 것 목표

"차트 순위는 기대도 안 했어요. 3년이란 긴 공백이 있었고, 그 사이 저희가 해체한 줄 아는 분들도 있었으니까요. 예상치 못한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타블로)

에픽하이가 음원 차트를 점령했다. 긴 공백이 무색한, 실로 엄청난 화력이다. '믿고 듣는' 에픽하이임을 다시금 증명한 것이다.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 투컷)는 2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모처에서 열린 정규 9집앨범 '위브 돈 썸씽 원더풀(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음원 차트를 석권한 소감을 전했다. 타블로는 "겸손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기대하지 않았다. 심지어 저는 발매 후에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고 매니저한테 맡기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내놓은 에픽하이의 정규 9집 앨범은 더블 타이틀곡 '빈차', '연애소설'을 비롯해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노 땡큐', 'HERE COME THE REGRETS' 등 총 11곡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에픽하이가 신보로 전하는 메시지는 '위로'다. 세상을 살고, 사랑하며, 그 삶과 사랑에서 비록 실패를 겪는다 해도 분명 위대한 일을 해낸 것이라는 이야기를 11곡에 빼곡이 담아냈다.

타블로는 "누군가의 절망에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따스한 한 마디도 필요하지 않나. '본 헤이터'나 '노 땡큐' 같은 곡도 어떻게 보면 악동 같은 노래지만, 노래 끝엔 결국 그런 메시지들이 담겨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이겨내자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과 삶에 대한 공감, 위로 그 속에 담긴 에픽하이만의 철학은 이들의 음악이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그룹의 명성이나 화려한 피쳐링 군단으로만 얻어낸 결과는 아니다.

누군가는 그냥 지나칠 법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음악으로서 타인의 삶을 어루만질 수 있다는 것은 14년 차 장수 그룹 에픽하이가 가진 힘이다.

에픽하이/YG엔터테인먼트



물론 힘든 일도 더러 있었다. 농담처럼 말하지만 힙합 그룹으로서 음악적 정체성에 고민한 적도 있고, 타블로의 개인적인 아픔 또한 에픽하이의 해체를 고민케 했던 요인이었다. 신보의 '블리드(BLEED)'에는 그런 마음들이 담겨있다.

타블로는 "어렸을 때 썼던 곡을 보면 창작에 대해 얘기할 때 포부를 담아내는 게 대부분이었다. 5집 '연필깎이'라는 곡을 보면 '내 펜과 공책, 이 두 개 만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지금 그런 노래를 쓴다면 어떤 생각,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무게감이 굉장히 크게 느껴져요. 예전엔 공책 앞에서 펜을 쥐고 있으면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마술봉을 쥐고 있는 느낌이었죠. 그정도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젠 종이 앞에 있으면 무게감도, 두려움도 생겨요. 그걸 솔직하게 얘기하고자 한 게 '블리드'에요."(타블로)

에픽하이는 특유의 음악으로 남녀, 메이저와 언더그라운드를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4년 차 에픽하이가 음악에 익숙해지기보다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책임과 무게감을 알기 때문일 터다.

타블로는 "물 위에 떠 있는 오리를 보면 평온해보이지만, 사실 물 밑에선 발을 미친듯이 움직이고 있다. 아주 절실하게"라며 "저는 그 이미지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 타인을 볼 때도 세상이 몰라주는 그 사람만의 절실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타인을 대할 때 조금 더 사람답게 대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희 앨범, 저희 음악도 절실하게 발을 움직이고 있다. 투컷은 아들과 동물원을 가고, 저는 하루랑 놀아주고, 미쓰라는 신혼이고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지만, 저희 역시 타인과 다를 바 없이 힘든 일들이 많기에 가사에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픽하이/YG엔터테인먼트



이렇듯 많은 생각 끝에 내놓은 신보이기에 어떤 이들은 '마지막 앨범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이에 에픽하이는 "늘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앨범을 만든다"고 말했다.

타블로는 "마지막이란 단어를 쓰고 싶진 않지만 그룹이 오래 되다보니 어느 순간, 예측하지 못한 일로 더 이상 앨범을 못 낼 수도, 혹은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단 생각을 했다"면서 "존 레논이 마지막 앨범을 낼 때 마지막이란 생각을 하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드니까 그 앨범을 통해 (사람들이) 많은 걸 느끼고 얻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늘 앨범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다소 아쉬운 가사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송민호와 사이먼 도미닉, 더콰이엇이 피쳐링에 참여한 수록곡 '노 땡큐' 속 일부 가사는 발매와 함께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타블로는 "진심으로 그런 걸 의도하지 않았다. ' 노 땡큐'라는 노래의 메시지가 어쩌면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로 인해 무분별하게 판단되는 세태를 풍자다. 또 그 안에서 자기 자아를 찾는 게 중요하단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서 "노래 전체적인 맥락을 보다 보니 (논란이 될 것을) 생각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에픽하이의 신보에 대중은 차트 성적으로 환영을 표하고 있다. 수록곡 'TAPE 2002 年 7月 28日'에 담긴 데모 테이프 속 미발표곡들처럼 에픽하이가 세상에 전하지 못한, 전하고픈 음악은 켜켜히 쌓여있다.

경쟁으로 과열된 지금의 힙합 문화 속 '단비' 같은 에픽하이의 음악이 또 한 번 이름 모를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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