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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정치논리에 매몰된 자원개발… 한국 산업계 이중고

LS니꼬동제련이 최근 매각한 파나마 구리광산 전경. /LS니꼬동제련



지난해 9월 1톤(t)당 4731달러였던 국제 구리 가격이 1년이 지난 올해 9월에는 6904달러까지 올랐다. 현재도 6520달러로 전년 대비 50% 가량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제 코발트 가격도 1톤당 2만7000달러에서 6만 달러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광물 가격이 오르면서 광물자원 확보를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만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그간 큰 관심을 못 받던 광물자원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이 성장하며 니켈, 코발트, 리튬 등 광물자원이 부족해진 탓이다.

시장조사 업체 매쿼리리서치는 2018년과 2019년 코발트 공급부족 규모가 각각 885t과 3205t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부족한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각국은 해외 광산을 사들이며 자원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정치논리에 묶여 있다.

자원부국인 중국은 지나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상황이다. 2014년 중국 리튬 가공 업체 톈치리튬은 세계 최대 리튬 광산인 호주 텔리슨 지분 51%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가져갔다. 간평리튬은 호주 리튬 생산업체 필바라미네랄에 투자를 단행했다.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 기니에는 200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20년에 걸쳐 상환하는 조건으로 보크사이트 채굴권을 얻어냈고 콩고민주공화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뒤 자국 기업들을 적극 진출시켰다.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광물 자원 가격을 시세의 10배까지 부르며 모두 사들인다. 콩코의 코발트 생산량 절반도 중국에 들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본도 활발한 자원확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일본 파나소닉은 일본 종합상사를 통해 리튬을 수급한다. 미쓰비시상사, 이토추상사 등은 미국 캘리포니아,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에서 리튬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의 계열사인 도요타통상도 아르헨티나에서 개발 허가권과 채굴권을 확보했다. 스미토모사는 캐나다 금 광산 지분을 인수해 연간 금 생산량을 3톤 늘렸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명박 정권에서 해외자원개발이 활발히 이뤄졌지만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대부분의 활동이 멈춘 상태다. 이명박 정권에서 이뤄진 부실 해외투자로 해외광물자원 개발을 맡는 광물자원공사 부채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이후 신규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희귀 광물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7~2021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의 자산은 4조4000억원이지만 부채는 5조5000억원에 달한다. 내년에는 부채가 5조8000억원으로 늘고 향후 5년간 자본잠식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지난 정권의 실패로 규정하면서 아예 해외 자원개발 자체를 비리의 온상으로 여기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들이 정부 지원 없이 단독으로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광물 가격이 오르며 광산 개발 규모가 개별 기업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졌기 때문. 실제로 2010년 LG상사와 GS에너지가 아르헨티나 리튬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 지난해 철수했다.

보유하고 있던 광산을 판 경우도 있다. 최근 LS니꼬동제련은 가지고 있던 파나마 구리광산 지분과 주주대여금을 모두 캐나다 광산기업 FQM에 매각했다. 이 광산은 중국, 일본, 프랑스 등이 군침을 흘리던 곳이다. 구리 매장량이 21억4000만t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였기 때문. 내년 하반기 광산 건설이 완공되면 연간 32만톤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LS니꼬동제련은 2009년 광물자원공사와 합작으로 개발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파나마 광업법까지 개정시키며 이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부터 국제 구리가격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그리는 덕에 광산 가치는 올라갔지만 LS니꼬동제련은 매각을 결정했다. 1500억원 가량의 수익을 챙겼음에도 뒷맛이 씁쓸한 결정이었다.

회사 측은 "동광석 물량 20%를 국내로 도입할 권리는 계속 보유한다"며 "제련 사업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정부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한 회사가 단독으로 해외 자원을 개발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고군분투는 이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삼성SDI는 칠레 리튬 개발 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최종 낙찰 시기는 내년 1월이며 최대 3개 업체까지 낙찰 가능하다. 삼성SDI가 최종 선정될 경우 안정적인 리튬 수급이 가능해진다. 포스코도 리튬 염호를 보유한 남미 기업 지분 인수에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자원개발이 리스크가 큰 사업인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손실을 많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해외 자원개발 자체를 혈세를 낭비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 같다"며 "정부와 공기업들이 정치권 눈치를 보며 자원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만 취하면서 우리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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