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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 "경력을 개발하라. 가치를 높여라" 전용화·강정대 HR컨설팅 대표

전용화 HR컨설팅 대표가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오너와 직원 관계로 일하는 구조를 깨고, 각자의 성과 만큼 가져가는 시스템을 정착했다"며 사세 확장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손진영기자 son@



서울시 강남 한복판에 '사람 잡는 사냥꾼'이 산다. 바로 '헤드헌터'들이다. 이들은 전문 분야에서 십수년 쌓은 경력을 무기삼아 시장조사, 자체 정보망 등을 통해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을 확보하고 그들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연결해 주는 일을 한다.

헤드헌터 직업은 192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 월가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던 당시 기업 회생을 위해 유능한 외부 경영자를 찾아 투입하는 시도에서 유래됐다.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채용 시장과 이직에 대한 인식이 급변하면서 헤드헌팅 시장이 확대됐다. 최근엔 금융·정보기술(IT)·제약·마케팅 기업 전 분야로 헤드헌팅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헤트헌터들이 일자리 문제해결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헤드헌터들이 일자리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간에서 잘 연결하면서 시장을 만들고 양측의 미스매칭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드헌터 대표를 만났다. 요즘은 능력만큼 인정받고 싶어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자기계발에 힘쓰는 직장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경력관리 이직 등 직장인들이 고민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 진단을 듣고 싶어서였다.

전용화(56)·강정대(49) 대표는 각자 금융과 외식업에서 2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았다. 정년 이후의 삶이 불확실한 기업 환경을 뛰쳐나온 두 사람은 2007년 입사한 헤드헌터 회사에서 처음 만났다.

"금융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사람이 많이 필요했어요. 개인적으로 사람을 소개하다 보니, 한 선배가 '아예 직업으로 삼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죠."

21일 역삼동 HR컨설팅 회의실에서 만난 전 대표는 "이 일은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스스로 만든 결과로 수수료를 받는데다, 회사와 구직자 모두에 도움 된다는 보람도 있다"며 웃었다.

강 대표는 스스로 제2의 직업을 찾다가 헤드헌터의 매력에 빠졌다. 첫 회사에서 만난 두 사람은 '헤드헌터 회사를 오너와 직원 관계로 운영하는 방식을 깨고, 파트너와 사무실을 공유하며 성과를 각자 가져가게 하자'고 뜻을 모았다.

세계 경제위기로 식량을 구하기 힘들어진 2008년 12월 방배동에서 17명의 사냥꾼이 모였다. "각 분야별로 10년 넘는 경력자들이 모였죠. 당연히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었죠.업계 인맥은 물론 업(業)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어요."

강 대표의 웃음 뒤에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그의 첫 헤드헌팅 대상은 자신이 그만 둔 직장의 본인 자리였다.

"헤드헌터를 시작하고 일주일 됐는데, 전 직장 후임 채용이 2차 까지 진행됐다는 겁니다. 내가 못 할 이유가 있나 싶어서, 제가 추천한 사람을 채용하게 만들었죠. 아마 대한민국에 이런 사례는 없을 겁니다(웃음)."

이같은 실력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헌터들은 삼성·LG·SK·CJ를 비롯한 14개 기업 계열사와 거대 금융기관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소비재 유통과 정보기술(IT), 외국계와 중공업 등 세밀하고 다양한 분야에서도 잔뼈가 굵은 사냥꾼들이 큐피드의 화살을 쏘고 있다. 수수료는 연봉에 따라 15%~30% 수준을 받는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결과를 만들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연봉보다 '삶의 질'이 우선

이들의 하루는 '애기살' 깎기에 가깝다. 빠르고 강한 활이지만, 덧붙인 살 때문에 상대가 쐈는지를 눈치채기 힘들다.

"아침에 출근해서 고객사의 추천 후보자 이력서 정리하고, 인력 포털 확인과 사람 소개 부탁으로 하루가 다 가요."

전 대표는 연결보다 중요한 과정으로 '탐색'을 강조했다. 살을 날리기 전에는 어디서 누구를 찾을지부터 알아내야 한다. 이력서도 읽고 사람도 만나야 화살촉이 예리해진다. 구직자와 회사의 불일치를 깎아내는 과정이 길지만, 쏠 때는 순식간이다.

이때 사냥꾼은 긴장한다. 누가 쏜 화살이 먼저 박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강 대표가 상대보다 늦었던 순간을 회상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큰 고객사는 대부분 저희 같은 업체 5곳 정도를 이용합니다. 단 1분만 이력서가 늦어도 검토 대상에서 멀어지기 쉽지요."

긴장의 연속이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재미도 있다. "대형 증권사가 저에게 오더를 줬습니다. 외국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분 중 훌륭한 인재를 찾아달라고."

전 대표가 잊어버린 과녁 한가운데를 떠올리듯 고개를 젖힌다. "수소문 끝에 도쿄에 계신 한국인 연락을 받았습니다. 귀국해서 자리 잡고 싶다고요."

당시 그가 일본에서 받은 연봉은 우리 돈으로 2억5000만원이었다. "한국에서 아무리 일을 잘해야 7000~8000만원 받거든요."

연봉 줄이는 헤드헌팅의 원인은 삶의 질에 있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났을 때였어요. 가족들이 한국에 오라고 난리가 난 상황이었죠."

강정대 대표는 "직장생활에 대한 젊은 사람의 의식 변화도 중요하다"며 "출근 거리가 40분이라 못 간다는 분도 계신다. 시대가 헝그리한데 본인이 그럴 준비가 안 된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손진영기자 son@



◆"최소 3년 다니고 관심분야 공부를"

길어진 수명에 비해 짧은 정년도 헤드헌팅 수요를 늘리는 원인이다. 두 사람은 100세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해 필요한 경력관리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내놨다.

전 대표는 "임원을 목표로 한다면, 회사 안에서 경력 개발을 해야 한다"면서도 "본인의 상품 가치를 높이려면 적당한 시기에 한두 번씩 이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너무 많이 움직이는 '메뚜기'가 되면 전체 경력이 망가지니, 적어도 한 회사에서 3년 정도는 근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옮기려는 회사 입장에서 지원자의 적응력을 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강 대표도 "입사 1년 안 된 분이 전화하면 '더 참으라'고 말한다"며 "기존 조직과 자신의 색깔이 달라 못살겠어도, 그것을 참아내야 내공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이들은 이직이 잦으면 시장에서 '지구력 낮은 사람'으로 평가돼, 이력서가 화려해도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는 현실도 강조했다.

50세 이후 전직을 위한 조건은 관심 분야 공부다. 강 대표는 기업인이 교수가 된 사례를 소개했다. "삼성에 계시던 분이 석박사를 마치고 명예퇴직 하셨는데, 준비가 돼 있다보니 지금 세브란스 행정부원장겸 교수입니다."

◆이직하는 이유를 확실히 따져라

전 대표는 "제 친구는 40대 중반에 하던 일을 정리하고 목수로 활동한다"며 "이처럼 회사에 있을 때 자신만의 무기 하나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배우지 말고, 요리처럼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혼자 생각하다가는 노루도 맷돼지도 떠난다. 이들은 "경력 개발 자문을 미리 구해서 지침으로 삼으라"고 입을 모았다.

헤드헌터가 분석한 가능성과 한계를 토대로 학력 보완 등을 자문받으면, 이직이나 전직 준비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이직하려는 이유'다. 전 대표는 "내가 편하고 대우받는 것만이 이직의 조건이라면, 그런 회사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조건만 가지고 이직을 판단하지 마세요. 그 회사에 어떤 비전이 있는가, 자기 발전에 얼마나 부합되느냐가 판단 기준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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